더욱 쉽게 더욱 짧게, ‘단어는 줄여야 제 맛?’
더욱 쉽게 더욱 짧게, ‘단어는 줄여야 제 맛?’
  • 강동오 기자
  • 승인 2006.09.24
  • 호수 15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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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학교 새내기들 ‘축약어’ 사용 즐겨

‘모국’·‘한역문’·‘대패’……, 무슨 뜻인지 도무지 짐작도 할 수 없는 이 단어들은 우리학교 학생들이 수강 과목명을 줄여서 부르는 말이다. ‘모국’은 ‘모의 국무회의’·‘모의국회’를 뜻하고 ‘한역문’은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대패’는 ‘대중문화와 패션’ 과목을 뜻한다.

최근 우리학교 양 배움터 새내기 학생들 사이에서 긴 단어를 짧게 줄인 ‘축약어’를 쓰는 것이 하나의 유행처럼 퍼지고 있다. 한종민<국문대·독문 02>은 “요즘 들어 축약어 사용이 급격히 늘어난 느낌”이라며 “새내기들의 말을 알아듣지 못할 때 세대 간 격차를 느낀다”며 축약어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축약어는 수강 과목명뿐만 아니라 특정 장소를 가리킬 때도 쓰인다. 기숙사를 ‘긱사’나 ‘숙사’로, 안산배움터 언론정보대학 지하 매점을 ‘언매’라 줄여 말하는 식이다. 게다가 ‘치즈 피자 떡볶이’ 같은 음식은 ‘치떡’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새터’·‘농활’ 등과 같은 줄임말은 예전에도 사용했다. 최석우<국문대·불문 05>는 “예전부터 있던 현상이지만 방법과 정도는 크게 차이가 있다”며 “같은 과목이라도 새내기들은 예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줄이지 않던 말도 새롭게 줄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한 예로 안산배움터

불문과 학생들은 ‘디지털리터러시’ 과목을 ‘디지털’로 줄여서 불렀지만 새내기들은 ‘디리’로, ‘생활법률’은 예전엔 줄이지 않았지만 새내기들은 ‘생법’으로 줄여서 부른다. 김진아<공대·컴퓨터공학 03>는 신입생들이 ‘패밀리 마트’를 ‘패마’로 부르는 것에 대해 “긴 이름이라면 줄여서 쓰는 것이 간편해서 좋지만 짧은 말까지 굳이 줄여서 사용하는 것은 억지스러워 보인다”고 말했다.

전범수<언정대·광고홍보> 교수는 이 현상에 대해 “인터넷 채팅에서는 즉각적인 반응을 원하기 때문에 단어들을 줄여서 쓰는 경우가 다반사다”며 “인터넷에서 사용되던 것이 현실로 이어진 현상”이라며 인터넷의 영향을 가장 큰 원인으로 꼽았다.

또 이동통신 매체의 보편화도 중요한 원인 중 하나이다. 이서린<국문대·유럽언어문화학부 06>은 “한 번의 문자로 좀 더 많은 내용을 전달하려고 노력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말들을 줄여서 쓰게 된다”고 말했다. 김찬<언정대·신문방송정보사회학부 06>은 “단어를 줄이면서 재미를 느끼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대구한의대에서는 ‘전액 장학금’을 ‘전장’이라고 부르지만 ‘대학등록 장학금’은 ‘대장금’이라고 불러 재미를 살리기도 한다. 

새내기들이 단어 축약을 즐겨 하는 것에 대해 조하나<국문대·불문 03>는 “새내기들이 줄이는 단어는 뜻을 가늠하기조차 힘들다”며 “이런 현상이 심해지면 새내기와의 의사소통에 장애가 생길 수도 있을 것”이라며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김정수<국문대·국문> 교수는 국문학의 ‘노력 경제성’과 관련해 “사람들이 단어를 말할 때 되도록 발음을 쉽게 하려는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단어 축약은 우리학교는 물론 다른 학교에서도 보편적으로 일어나는 현상이다. 서울대에서는 ‘대학국어’ 과목을 ‘대국’으로, 경희대에서는 딸기빙수를 ‘딸빙’으로 줄여서 부른다. 조성문<인문대·국문> 교수는 “단어의 뜻을 정확히 하는 것보다 발음을 편하게 하려는 경향이 더 강하기 때문”이라며 “이것은 학교만이 아닌 우리 사회 전반에서 일어나고 있는 흐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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