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유전자 속에 지우개가?!
당신 유전자 속에 지우개가?!
  • 이지경 기자
  • 승인 2006.09.24
  • 호수 15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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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층 발병 치매는 유전적 요인이 커

“쟤들 참 예쁘네……. 근데 쟤들 누구네 집 애들이야?”
얼마 전 종영한 드라마 「투명인간 최장수」에서 알츠하이머 환자로 나온 주인공 장수(유오성 분)가 자기 자식들을 보며 한 대사이다.

‘알츠하이머’ 우리가 이른바 ‘치매’라고 부르는 이 병은 보통 70대 이상의 노인들에게 발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최근 30, 40대 심지어 20대 여성에게 치매가 발병하는 사례가 늘어나자, 이에 대한 심각성이 조명되고 있다. 이들 연령층의 발병 비율은 노인층에 비해 극소수이긴 하지만 한창 일할 나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이는 사회적으로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우리는 건망증이 극도로 심해지면 치매에 걸린다는 착각을 종종 하는데, 치매와 건망증은 엄격히 다른 증상이다. 건망증이란 일시적으로 기억을 잃는 것을 말하며, 치매는 영화의 제목처럼 ‘머릿속에 지우개가 있어’ 기억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해야 할 과제물이 있었다. 친구가 과제물을 제출하는 것을 보고 ‘아차!’ 싶었다면 이는 건망증이다. 하지만 치매 환자는 과제가 있었다는 것조차 기억할 수 없다.

지난 21일은 1906년 알로이스 알츠하이머 박사가 치매를 발견한 지 100주년을 기념하는 ‘세계 치매의 날’이었다. 치매라는 병이 발견된 지 어느덧 한 세기가 지났지만 아직 그에 대한 원인과 치료책은 발견하지 못한 상태다.

치매는 보통 뇌신경 사이에서 정보전달이 잘 이뤄지지 않아 생긴다. 뇌신경 전달물질인 아세틸콜린이 제대로 생성되지 않거나 또는 전달되는 과정에서 이상 단백질에 의해 엉겨 다음 뇌신경으로 전달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아 발병하는 경우 등 그 원인이 다양하다. 정보전달이 잘 이뤄지지 않는 원인도 유전적 요인, 환경적 요인, 정신적·육체적 충격 등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청·장년층에게 발병하는 치매는 유전적 영향이 크다. 청·장년층에게 치매는 세 개의 유전자에 의해 발생한다. 그 중 가장 발병 위험성이 큰 apo-E(아폴리포단백질-E) 유전자는 뇌신경 수초를 파괴하는 단백질이다. 이와 함께 “APP·PS 유전자가 있으면 젊은 나이에 치매에 걸릴 확률이 90% 이상으로 커진다”고 글렌 로체스터 박사는 말했다.
현재 치매의 치료법은 없으며, 진행 속도를 늦추는 약물 요법만 시행할 뿐이다.

이에 관련된 연구를 하고 있는 우리학교 서혜명<과기대·분자생명과학> 교수는 현재 신경전달물질이 다음 뇌신경으로 전달되는 과정에서 수용체가 전달물질을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해 발병하는 치매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서 교수는 “치매 연구는 이제 시작 단계”라며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모르지만 현재까지 알려진 치매의 원인들조차 알려진 지 불과 6~8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라고 말한다. 덧붙여 “많은 학자들이 다양한 방법으로 연구하고 있지만 치매의 원인은 너무나도 다양해 어려운 분야라는 걸 실감한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에 대한 연구는 앞으로 더욱 발전할 전망이다. 여러 기술적인 요인들이 이 연구에 대한 해결책과 세밀한 시야를 제공해 줄 예정이기 때문이다. 특히 세계 최대 뇌과학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는 조장희<가천의대·뇌과학연구소> 박사가 개발하고 있는 퓨전영상시스템이 실용화된다면 뇌 속의 여러 호르몬들의 흐름을 한눈에 볼 수 있게 된다(한대신문1223호 참조).

현재 불치병에 대한 치료 방안이 활발히 연구되고 있으며 세계의 석학들이 각자의 분야에서 연구하고 있어 전망은 밝다고 할 수 있다. 치매와 같은 불치병 치료법이 하루빨리 개발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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