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풍경 속에서 발견한 즐거움을 나누는 사진작가
일상의 풍경 속에서 발견한 즐거움을 나누는 사진작가
  • 이세영 기자
  • 승인 2020.09.28
  • 호수 1518
  • 8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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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현수<기계공학부 08>사진작가   

DSLR과 미러리스 카메라, 필름 카메라가 대세인 요즘,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는 사진작가 방현수 <기계공학부 08> 씨. 그는 손 안에 쏙 들어가는 스마트폰이 사진을 만드는 도구라고 말한다. 고급 장비와 근사한 피사체에 집중하는 것도 좋지만, 찍는 사람의 영감 한 방울이 더해진 결과물이 더 빛을 내는 사진. 장비의 틀을 과감하게 벗어던지고 그가 사진에 더하는 영감을 따라가 봤다.

전공을 포기할 정도로 좋았던 사진
중학교 때 세뱃돈을 모아 카메라를 산 후 사진에 입문했다는 방 씨. 그는 자신의 취미생활이었던 사진 찍기가 생계를 유지하는 수단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한다. 그의 어렸을 적 꿈은 연료전지를 개발하는 과학자였다. 방 씨는 막연하게 과학자를 꿈꾸며 전문적인 지식을 배우고자 과학고등학교에 입학했고 본교 기계공학부에 들어왔다. 하지만 방 씨는 자신의 대학생활을 ‘방황했던 침체기’라고 표현했다. “대학와서 이과적인 재능이 있다고 여기지 못할 정도로 성적이 안 나왔어요. 동기들과 똑같이 노력한거에 비해 나오는 결과물은 형편없었어요. 그 때, 전공이 저와 맞지 않다는 걸 느꼈고 휴학을 결심했죠.”

힘든 시기에 방 씨를 치유해 준 것은 카메라였다. 본가에 내려가 자신의 소소한 일상에서 보이는 풍경 및 피사체를 찍다보니 자신에게도 잘하는 분야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한다. 그리곤 복학을 결심했고, 기계공학부 내 사진 동아리 ‘빛담’에 들어가 취미 활동을 시작했다. “대학 와서 배운 이과적인 지식이 카메라가 가진 기계적 특성과 성능을 파악하는 데 큰 도움이 됐어요. 또한 어떤 카메라렌즈가 더 나은 건지 판단하는데 확신을 가질 수 있게 됐죠.”

보고, 듣는 것 전부가 사진의 영감이 되다
방 씨는 ‘방쿤’이란 예명으로 사진작가 활동을 하고 있다. 그는 뚜렷한 목적의식이나 주제를 정하고 사진을 찍지 않는 사진작가다. 주제나 대상을 정해버리면 거기에 얽매여서 의도한 것 이외의 것은 보지 못하게 되기 때문이다. 방 씨가 원하는 사진은 자신이 조화롭게 선택한 프레임 안에 의도치 않은 뭔가가 섞여 들어가 있는 사진이다.

방 씨는 일상에서 접하는 모든 매체뿐만 아니라 기억, 자신의 경험과 서사에서 우러나오는 것을 주제로 삼는다. 영감을 찾기 위해 굳이 노력하지 않아도 자신에게 흘러 들어오는 모든 것들이 주제에 대한 영감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영감이라는 건 단기적 영감과 장기적 영감으로 나뉜다고 생각해요. 최근에 봤던 영화나 들었던 음악에서 영감을 얻을 때도 있지만, 지금까지 살면서 겪었던 큼지막한 기억과 맞물리는 심상이 있다면 그것도 함께 사진에 담아내요.” 

사진작가가 평가 받아야할 것은 그 사진을 대하는 사진작가의 태도라는 방 씨는 어떤 것을 담는 지, 그리고 그것을 어떤 마음으로 담는 지가 우선이고, 구도, 빛 등 기술적인 부분은 그 다음이라고 말한다. 그런 그는 ‘포토리텔러’를 꿈꾼다고 한다. 포토리텔러는 사진(photo)과 스토리텔링(storytelling)을 합친 말로 자신이 찍은 사진에 이야기를 붙이는 것이다. 단순히 사진만 찍는 게 아니라 이야기가 담긴 사진을 찍고 이야기를 글로 풀어내는 과정에서 자신도 치유하고 자기가 치유 받는 만큼 다른 사람들도 치유할 수 있음을 진정으로 느낀다. “사진 속에서 제가 느꼈던 심상을 글로 표현하는 게 좋아요. 이런 작업을 하는 과정에서 많은 분들이 자기도 공감을 얻고 마음이 치유 됐다고 말한 적도 꽤 있었죠.” 

스마트폰 하나면 당신도 사진작가
사진작가로서 커리어를 쌓던 중 그는 우연히 사진 강연 요청을 받았다. 카메라에서 위로를 받았던 방 씨이기에, 어떻게 하면 사진이 주는 감동을 강연을 듣는 청중들과 함께 공유할 수 있을까 밤낮없이 고민했다고 한다. 그가 택한 방법은 스마트폰으로 사진 찍는 것을 강연하는 것이었다. 고가의 사진 장비 대신 그들이 기존에 가지고 있던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고, 보정하는 법을 알려주자 그 반응은 뜨거웠다. 방 씨는 스마트폰 사진 촬영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원본에 속지 않는 것’이라며 비법 일부를 설명했다. “사진이 원본과 다르다고 느끼면 부족한 부분을 보정으로 메꿔야 최소한 눈으로 본 만큼의 사진이 나와요. 원본은 재료고 보정해서 완성한 사진이 요리이기에 보정을 통해 사진을 살려내는 감각을 익히는 것이 매우 중요하죠.”

이후에도 계속해 강연 요청이 이어졌고, 방 씨는 이 분야에서 창업 가능성을 발견했다. 이를 계기로 스마트폰 사진에 대한 강연을 전문적으로 하게 됐다고 한다. “이 강의 요청이 없었다면 지금의 제가 없었을 것 같아요. 처음 시작했던 강연을 우여곡절 끝에 잘 해냈지만 당시에 준비가 안됐다고 포기했으면 지금의 방현수는 사진작가로 있지 않았을 거라 생각해요.”

▲ 방 씨가 뉴욕여행 갔을 때 제일 기억에 남는다는 사진. “브루클린 거리에 있는 횡단보도에서 엎드려 사진을 찍었는데 행인이 손으로 ‘V’자를 해주셔서 재밌는 사진이 됐죠.” 그는 이런 예상치 못한 요소가 들어간 사진을 계속 찍고 싶다고 전한다. 

사진을 향한 그의 열정이 계속되길
방 씨는 개인전에 대한 열망도 드러냈다. “가족사진으로 전시를 하고 싶어요. 부모님, 동생과 함께 2009년부터 계속 사진을 찍어 왔거든요. 평범한 가족이지만 우리 가족들도 모델로 사용해 사진을 찍으면 추억도 굉장히 많이 남을 것 같아요. 그런 식으로 사람들한테 가치를 전달할 수 있는 사진전을 열고는 싶죠. 이걸로 유명해 지겠다는 게 아니라 사람들한테 사진이 훨씬 쉬운 거고, 어려운 게 아니란 걸 보여주고 싶어요.”

방 씨는 사진작가가 되기 위한 장벽이 굉장히 낮아져 누구나 사진작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는 사진작가를 꿈꾸는 학생에게 일단 어떤 사진이든 이를 찍고, 찍은 사진을 남들과 공유하는 SNS도 함께 운영해보는 것을 추천했다. 

인터뷰 내내 그의 눈동자에서 사진을 대하는 진솔한 눈빛을 볼 수 있었다. 그는 대중들에게 사진으로 치유 받는 방법을 알려주는 사진작가가 되고 싶다고 말한다. 사진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치유받길 원한다는 그의 진심이 대중들에게 전해져 포토리텔러로서 빛을 내길 바란다.

▲ 방 씨는 가끔 큰 카메라를 사용해야만 한다는 오해를 하고 계신 분들을 만난다고 한다. 그는 이런 사람들에게 “큰 카메라를 들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버리고 스마트폰으로도 당당하게 세상을 담고 소통했으면 한다”며 “스마트폰 하나면 우리도 사진 전문가”라고 말하고 싶다고 한다.

사진: 이다빈 수습기자 ldb1491@hanyang.ac.kr
도움: 임윤지 수습기자 yjlim0624@hanyang.ac.kr 
사진 제공: 방현수 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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