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면시험·상대평가’ 학교 입장은 변하지 않았다
‘대면시험·상대평가’ 학교 입장은 변하지 않았다
  • 이예종 기자
  • 승인 2020.06.08
  • 호수 1514
  • 1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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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면시험 코 앞에서 학교, “만반의 준비”

학생들, “그래도 위험하다”

대면시험, 상대평가 고집 이유는 공정성과 대외평가

절대평가, 방안 될 수 있지만…

서울캠퍼스는 지난 19일, ERICA캠퍼스는 지난 1일에 기말 대면시험에 대해 공지했다.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전부 대면시험을 보도록 강제했었다. 이후 교수 판단에 따라 시험 방식을 비대면으로 전환할 수 있게 했지만, 대면시험을 유지한 수업이 많다.

교육부 관계자에 따르면 대면시험은 대학의 자율권이며, 교수 재량이다. 다만, 중앙방역대책본부의 시험장 관리 가이드라인에 따라 △거리두기 및 마스크 착용 △감독관 교육 △고사실 방역 △발열체크 △방역 물품 비치 등이 이뤄져야 한다. 이원걸<학생처 학생지원팀> 팀장은 “대면시험과 관련해 감독관 교육과 홍보, 안내방송을 진행하고 있고, HIT 건물의 대형 강의실과 올림픽체육관을 고사실로 활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서울캠 장경선<교무처 학사팀> 차장은 “학사팀이 송부한 대면시험 고사실 배정안을 토대로 단과대가 고사실을 정한다”며 “엘리베이터 등 다중이용시설 사용은 최소화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경희<관리처 관재팀> 직원은 “전문업체에 위탁해 4명의 직원이 상주하며 주 6일간 매일 평균 200개 이상, 총 400개가량의 고사실과 강의실 소독에 집중한다”고 전했다. 이외에도 특별고사실 감독관은 특히 위험에 크게 노출되는데, 장 차장은 “페이스실드, 일회용 비닐장갑, 답안지 수거용 위생봉투 등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다”며 “‘특별고사실 운영은 불가피하다’는 교직원들 간의 충분한 공감대가 형성돼있다”고 답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면시험 우려는 쉬이 사그라지지 않는다. 타대학에서 확진 학생이 대면시험에 참석해 300명 이상이 검사대상이 됐다. 윤유빛<언정대 광고홍보학과 18> 씨는 “아무리 방역을 잘해도 감염 가능성은 있고, 시험 일정 초기에 코로나19 발병으로 차질이 생길 수도 있다”고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학생 A씨도 “코로나19의 재확산 추세에서 안전을 위해선 비대면시험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특히 무증상 감염자는 문진표와 발열체크도 무의미하기 때문에 방역망에 걸리지 않는 것이 문제다. 천은미<이화여대 의학과> 교수는 “보고된 바에 따르면 10~20대는 무증상 감염이 매우 많아 그 수치가 확진자의 50~80% 정도”라며 “이 때문에 경증 혹은 무증상으로 타인을 감염시킬 위험이 매우 크다”고 전했다. 천 교수는 “20대 중심으로 지역사회 감염이 확산되면 본인이 모르는 사이에 가족 간, 학생 간 감염 위험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위협은 시험장 밖에도 상존한다. △교내·외 다중이용시설 체류 △등·하교 △숙박 과정에서 코로나19에 노출될 가능성도 높기 때문이다. 서울캠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장 김석찬<경영대 경영학부 18> 씨는 “거주공간이 없어 시험 전날부터 학교 주변에 체류하거나, 카페나 식당을 이용하는 학생들이 많을 것”이라며 “더구나 교직원의 방역 업무시간 후에 학생이 학교에 남는 경우 코로나19에 노출될 수 있다”고 전했다. 학교는 이 우려에 대해 이 팀장은 “코로나19가 언제 종식될지 모르는데 학교 운영을 계속 제한할 수는 없다”며 “점진적으로 방역의 효과를 높이며 진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덧붙여 이 팀장은 “계도를 따르지 않는 학생들이 있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구성원들의 협조”라 전했다.

대면시험의 주요 명분은 공정성과 대외평가다. 비대면시험의 부정행위 논란은 최근의 타대학 사건 외에도 우리 학교 중간고사 기간 때부터 있었다. 이 팀장은 “평가의 공정성을 위해 대면시험은 필요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공정성 문제는 절대평가 전환으로 해소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학생들도 있다. 교육정책위원장 류덕경<인문대 국어국문학과 11> 씨는 “절대평가에선 경쟁심리가 덜해 부정행위 가능성이 더 낮을 것”이라고 전했다. 덧붙여 류 씨는 “그렇기에 이유로 대면시험이라는 위험을 무릅쓸 필요가 없다”고 답했다. 반면 장 차장은 “절대평가가 이번 학기 임시방편은 될 수 있지만, 높은 성적이 남발되면 장기적으로 학생들의 성적 대외신뢰도가 떨어지는 악영향이 우려된다”고 답했다.

대면시험과 상대평가가 병존하면서 딜레마도 발생한다. 증상자들과 비증상자들의 성적을 평가하고 등급을 나누는 과정에서 다른 기준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증상자는 과제물로, 비증상자는 시험으로 성적을 부여받는다. 상대평가에서 다른 기준으로 성적을 받는 것은 오히려 불공정하다는 불만이 제기된다. 류 씨는 “대면시험과 비대면시험 혹은 과제로 평가방식을 통일해야 하는데, 수업 내에서도 방식이 갈리도록 학교가 길을 열어놨다”며 “기준이 일률적이지 않아 공정할 수 없다”고 답했다. 반면 장 차장은 “코로나19 상황 이전에도 사고, 신병 등의 사유로 시험을 치루지 못하는 학생들에게 별도 시험이나 대체 과제를 부여해왔다”며 “100%의 형펑성 유지는 현실적으로 어렵겠으나, 동일하게 진행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대면시험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학교와 학생 모두 손해배상 논쟁에 휩싸일 수 있다. 박호균<법무법인 히포크라테스> 변호사는 “감염 혹은 격리되는 학생들은 학교에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 있다”며 “여기선 학교가 방역에 최선을 다했는지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고 전했다. 박 변호사는 “반대로 학생이 감염을 숨기거나, 충분히 감염됐을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았다면 학교에서도 학생을 대상으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 팀장은 “학생에게 손해배상까지 청구하진 않겠지만, 허위로 문진표를 작성하고 감염병을 퍼뜨리면 학교차원의 징계까진 갈 수 있다”며 학생의 협조를 강조했다.

학교는 공정성과 성적의 대외신뢰도를 근거로 대면시험과 상대평가를 유지하려 한다. 반면 적지 않은 학생들은 대면시험 철회와 절대평가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코로나19라는 유례없는 재난사태에선, 상황에 따라 구성원이 서로 소통하고 합의하는 것이 중요하다. 학교가 학생의 목소리에 귀기울이길 바란다.

도움: 노승희 기자 seunghi0703@hanyang.ac.kr
박호균<법무법인 히포크라테스> 변호사
천은미<이화여대 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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