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veOurCinema
#SaveOurCinema
  • 정채은 기자
  • 승인 2020.06.08
  • 호수 1514
  • 4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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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여파로 독립·예술영화계에 부는 찬바람이 매섭다. 이번 코로나19는 근근이 명맥을 유지했던 많은 독립·예술영화관에 유독 치명적이었다. 실제로 많은 독립·예술영화관이 잠정 휴관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에 독립·예술영화와 독립·예술영화관을 응원하는 영화인들의 ‘독립·예술영화챌린지(#SaveOurCinema)’가 이어지고 있다. 챌린지는 유명 영화인이 자신의 SNS에 감명받은 독립·예술영화 작품을 언급해 이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다시금 불러일으키려는 것이다. 
 

자유로운 예술 활동, 독립·예술영화
독립·예술영화는 일반적인 상업 영화의 제작 체제에서 벗어나 독립적으로 만들어지는 영화를 의미한다. 이에 대해 송낙원<건국대 영상영화학과> 교수는 “독립·예술영화는 영화의 예술적 측면에 치중돼, 영화를 만드는 사람의 ‘예술적 자기표현’을 목적으로 제작된다”고 말했다. 독립·예술영화는 소재나 형식적인 면에서 상업영화에선 취급하지 않는 △정치적 이슈 △청소년·청년 현실 △퀴어 등 매우 다채로운 내용을 다룬다. 이러한 영화는 저예산으로 제작되는 경우가 많고, 제작자의 창의성을 살린 실험성이 강한 영화가 주를 이룬다. 송 교수는 “독립·예술영화는 영화계에는 영화 종의 다양성에 기여하고, 영화산업에는 새로운 아이디어와 인력을 제공하며, 관객들에게는 새로운 문화와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데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전했다.
 

독립·예술영화, ‘풍전등화’의 위기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 독립·예술영화 시장은 ‘풍전등화’라 할 수 있다. 영화진흥위원회가 발표한 ‘2019년 한국 영화산업 결산’에 의하면 전체 개봉 편수 대비 독립영화가 차지하는 비율은 2018년 30.8%에서 23.5%로 감소했다. 전체 영화 관객 수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3.6%로 최근 5년 가운데 최저치를 기록했다. 해당 결산 내용에서는 ‘전체 관객 수 및 극장 매출액 등 전년 대비 전체 영화시장 규모는 증가했지만, 독립·예술영화가 차지하는 비중은 상대적으로 줄어드는 양극화 현상을 보인다’고 분석했다.

독립·예술영화의 핵심적인 위기로 ‘스크린 독과점’이 언급된다. 이는 거대 자본을 등에 업은 소수 상업 영화들이 스크린을 장악해 독립·예술영화들의 상영 기회까지 위협하는 현상이다. 송 교수는 “한 영화가 영화관 스크린 대부분을 점유하는 현재 상황은 매우 비정상적”이라며 스크린 독과점을 꼬집었다. 지난 2월 ‘영화산업 구조개선 법제화 준비모임’이 추진한 이른바 ‘포스트 봉준호 법’은 스크린 독과점 제한을 골자로 하는 법이다. 이에 대해 1천325명의 영화인이 동참한 것을 보면 이 문제가 독립·예술영화 산업구조에 큰 악영향을 끼침을 알 수 있다. 

독립·예술영화를 찾는 사람들이 줄어든 것도 위기다. 상업적인 영화가 다루지 않는 다소 심오한 내용을 담은 독립·예술영화를 굳이 영화관에서 찾아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용상<과기대 응용물리학과 13> 씨는 “같은 관람료를 낸다면, 독립·예술영화보단 볼거리가 많은 상업영화를 선택하게 된다”고 말했다.  독립·예술영화를 찾는 관객층도 줄어들었다. 길종철<예체대 연극영화학과> 교수는 “젊은층이 즐길 수 있는 매체가 다양해지면서 독립·예술영화 소비를 주도했던 젊은층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엎친 데 덮친 코로나19
여기에 코로나19까지 겹치며 상황은 더욱 나빠졌다. ‘코로나19 대응 독립영화 공동행동’의 발표에 따르면, 이들의 조사에 참여한 독립·예술영화 △상영관 △배급사 △제작사의 매출은 코로나19 영향으로 급격히 감소해 독립·예술영화 관련 사업은 운영의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독립영화인의 42%는 수입이 전혀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전했다. 

이 영향으로 영화제도 원활히 운영되지 않고 있다. 지난달 28일 개막한 ‘제21회 전주국제영화제’는 국내외 저예산 독립영화를 조명하는 영화제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제21회 전주국제영화제는 무관중 영화제로 열린다. 독립·예술영화 제작자에게 영화제가 갖는 의미는 더할 나위 없이 중요하다. 영화제를 통해 독립·예술영화가 관객에게 알려질 수 있기 때문이다. 독립·예술영화의 위기 속 영화제의 역할에 대해 길 교수는 “영화제는 독립·예술영화 유지에 마지막 보루와 같은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제작자와 관객 사이의 가교 구실을 하는 영화제가 타격을 받으며 독립·예술영화 제작자들은 관객과 소통할 최소한의 기회조차 얻기 힘들게 됐다.
 

정부 지원이 독립·예술영화계에 온기를
독립·예술영화의 본질적인 문제는 시장 경제 체제가 지속되는 한 해결할 수 없다. 자본을 지양하지만, 독립·예술영화 그 자체가 이 체제 속에서 경쟁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시장을 통제할 수 있는 정부의 역할이 절실하다. 길 교수는 “현재 정부 차원에서 이뤄지는 독립·예술영화 제작 단계에서의 지원뿐만 아니라 영화 상영으로 이어지기 위한 제도적인 노력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송 교수는 “이미 한국 상업영화는 정부지원금이 필요 없을 만큼 거대 미디어 산업이 됐다”며 “영화진흥위원회의 주된 공적 사업의 목표가 상업영화 진흥에서 탈피해, 독립·예술영화 진흥으로 무게중심을 옮겨야 한다”고 말했다. 상업영화와 독립·예술영화의 공정한 경쟁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정부가 ‘달걀로 바위 치기’ 사태를 구경만 해서는 안 된다.

독립·예술영화는 기존의 상업 영화에서는 볼 수 없던 다채로운 이데올로기가 투영된 공간이자 영화가 구현할 수 있는 새로운 예술적 가능성을 만날 기회다. 길 교수는 “독립·예술영화가 추구하는 가치와 시도들은 상업영화 진영을 자극해 함께 발전할 수 있는 시너지 효과를 준다”며 영화계에서 독립·예술영화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독립·예술영화는 진정한 예술의 영역에서만 발견할 수 있는 원석이다. 상업영화의 그림자에 가려지지 않기 위해선 우리 모두의 관심이 필요하다. #SaveOurCinema 

도움: 길종철<예체대 연극영화학과> 교수 
송낙원<건국대 영상영화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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