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결되지 않는 주거 문제, 갈 곳 없는 대학생들
해결되지 않는 주거 문제, 갈 곳 없는 대학생들
  • 신선아 기자
  • 승인 2020.06.01
  • 호수 1513
  • 2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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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기숙사 입사에 실패하고 어쩔 수 없이 원룸에서 자취를 시작한 A씨. A씨는 보증금 1천만 원에 월세 50만 원짜리 방을 구했지만 몸 하나 겨우 뉘일 공간에서 생활하고 있다. 또한 아르바이트론 월세 내기도 빠듯한 생활을 이어오고 있다. 

이는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대학생 주거난의 현실이다. 대학생 주거 문제는 우리 사회가 오랫동안 해결하지 못한 숙제다. 

월세방으로 내몰리는 대학생들
기숙사는 학교와 멀리 사는 학생들을 위해 저렴한 가격으로 숙식을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지난 2019년 교육부 대학정보공시시스템 ‘대학알리미’에 의하면 서울권 대학의 기숙사 수용률 평균은 17.3%다. 특히 우리 학교 서울캠퍼스는 기숙사 수용률이 11.7%로 평균보다 현저히 떨어진다. 기숙사 부족 현상은 학생들을 월세방으로 내몰고 있다. 

저조한 기숙사 수용률은 대부분 주민들의 반대로 발생한다. 이명훈<도시대학원 도시·지역개발경영학과> 교수는 “우리 학교의 경우 주민들의 거센 반발로 기숙사 설립이 어려웠다”며 “주민들의 반발로 학교 기숙사 수용인원 감소는 물론, 학교 주변에 한국장학재단이 주관하는 기숙사 설립도 무산된 전례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교수는 “주거난을 겪는 학생들 앞에서 기숙사 건축을 반대하는 원룸 업자의 태도는 학생들에게 너무나도 잔인하다”고 전했다.

기본 1000에 50, 부담 가득한 월세
원룸에 거주하는 대학생들을 괴롭히는 요인 중 하나는 높은 월세다. 부동산 정보 플랫폼 ‘다방’에 등록된 110만 개가량의 원룸 매물을 분석해 발표한 ‘2019 서울 원룸 월세 추이’에 따르면 우리 학교 서울캠 주변 원룸 월세는 평균 48만 원으로 다른 대학과 비교했을 때 상위 30%의 높은 축에 속한다. 실제 서울캠의 기숙사 한 달 평균 금액은 22만4천 원으로 원룸의 평균 월세가 훨씬 비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고정 소득이 없는 대다수 대학생에게 월세 비용은 큰 부담일 수밖에 없다. 익명을 요구한 학생 A씨는 “매달 월세 부담으로 고통받고 있다”며 “월세를 내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시작했지만 그마저도 부족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부동산 정보 플랫폼 ‘직방’에 따르면 올해 서울 지역 단독·다가구주택의 평균 환산 월세는 전년 대비 1.54%p 상승했다. 게다가 지난 2017년 이후 계속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어 학생들의 부담이 더욱 가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위법 방 쪼개기로 빈곤한 주거환경
최근 학생들의 금전적 어려움을 악용해 방을 쪼개 세를 주는 집주인들로 학생들은 주거와 관련해 이중고를 겪고 있다. 건물주가 다세대·다가구 주택의 전용 면적을 쪼개 더 많은 원룸을 만들어 세를 놓는 행위는 건축법상 승인받은 구조물을 임의 변경하는 것이기 때문에 엄연한 위법이다. 게다가 방 쪼개기는 국토교통부가 지정한 14㎡의 최저 주거기준면적을 불충족하는 것은 물론 안전에도 취약하다. 방을 쪼개면서 △소방시설 △이동통로 △환기시설 등이 축소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한 원래 존재하는 방을 나눠 임대하기 때문에 전입신고 시 등기부 등본에 존재하지 않는 호수로 기재될 수 있다. 이 경우 세입자는 정당한 권리를 주장할 수 없고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수도 있다. 원룸에 사는 학생들은 겉으로 멀쩡해 보이는 원룸에 살면서도 실제로는 주거 빈곤의 경계에 있다. 

대학가 원룸 시장에는 최저 주거기준도 충족하지 못하는 주택이 버젓이 거래된다. 우리 학교 주변에서도 방 쪼개기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한국일보와 청년주거를 이야기하는 시민단체 ‘민달팽이유니온’은 지난해 7월부터 9월까지 성동구 사근동 일대 원룸 건물의 ‘위법 방 쪼개기 실태’를 전수 조사했다. 최지희<민달팽이유니온> 위원장에 따르면 “작년 사근동 일대를 전수조사 했을 때 전체 건물 751채 가운데 10가구 이상이 거주하는 다세대주택 79채의 건축물대장을 심층적으로 들여다봤다”며 “그중 65채인 80%가 하나의 방을 쪼개 여러 방을 만든 위법건축물임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법 현황에 대해 파악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2016년에서 2018년 사이 위법 방 쪼개기 현황 정보에 따르면 25개 구청 가운데 △강동 △구로 △금천 △동대문 △서초 △영등포 △중랑 등 7곳은 단속 현황자료를 구비하지도 않았다. 

최 위원장은 “우리나라의 주택임대차보호법에 사각지대가 존재하는 것도 문제”라며 “다른 국가에 비해 우리나라는 법적으로 세입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점이 부족하다”고 전했다. 이어 최 위원장은 “위법 방 쪼개기 신고를 하면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세입자가 방에서 나가 있어야 하는데, 이때 세입자에 대한 피해 보상과 세입자를 보호하는 법적 장치가 전혀 없다”며 “심지어 워낙 많은 집이 위법건축물이다 보니 구청에서도 섣불리 단속하기 힘든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청년 주거 문제를 해결하려면
정부와 지자체가 청년들의 주거 문제에 무관심한 것만은 아니다. 본지 1490호에서 다루었던 ‘서울캠, 성동구청 및 LH와 협력해 기숙사형 원룸 장학 시행’ 기사에 따르면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우리 학교 및 성동구 등과 협력해 우리 학교 인근에 기숙사형 전세 임대 21가구를 공급하고 있다. 이외에도 정부에선 청년들의 주거 문제 해결을 위해 △기숙사형 행복주택 △청년공유주택 △청년임대주택 등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학생들의 주거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다. 대학가에서 중개업을 하는 공인중개사 신지원 씨는 “학생들의 수요에 비해 국가 지원의 수혜 대상은 턱없이 부족하다”며 “더 많은 임대주택이 공급돼야 학생들의 주거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청년 주거 문제에 있어 궁극적인 해결책은 기숙사 수용인원 증가겠지만, 기숙사 설립을 반대하는 원룸 업자와의 갈등을 해소할 수 있는 뚜렷한 해결책이 없다”며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 사업이 확대되는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이어 이 교수는 “성동구청에서 도시재생활성화사업으로 기존의 노후건물을 활성화하는 ‘마을 호텔’을 추진하고 있는데, 이처럼 지자체와 학생들이 함께 주거 문제를 극복해 나가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 덧붙였다.  

인간 생활의 세 가지 기본 요소인 의식주 중 ‘주’는 대학생들의 고질적인 고민거리다. 몇천만 원의 보증금과 매달 몇십만 원의 월세를 지불해도 자신의 집 주소 하나 없는 것이 현재 대한민국 대학생들의 현실이다. N포세대라고 불리는 현세대, 부디 대학생들의 기본적인 주거 권리만큼은 사회가 직접 나서서 지켜주길 바란다.

도움: 이명훈<도시대학원 도시·지역개발경영학과> 교수
최진희<민달팽이유니온> 위원장
황하경 수습기자 hkmir0912@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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