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이 순간 누군가에게 감시받고 있다
당신은 이 순간 누군가에게 감시받고 있다
  • 박용진 기자
  • 승인 2020.06.01
  • 호수 1513
  • 5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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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확진자 추적 과정과 전기통신사업법과 정보통신망이용촉진 및 정보보보호등에 관한 법률(이하 정보통신망법) 개정안 통과를 계기로 국가 권력에 의한 시민 감시와 통제가 정당화 될 수 있는 명분을 얻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바이러스 확산 방지와 디지털 성범죄 예방이라는 목적으로 개인에 대한 감시를 수용한 선례가 됐고 이는 우리 사회가 거대 파놉티콘 사회로 접어들었음을 보여준다. 

파놉티콘(Panopticon)은 영국의 철학자이자 법학자인 제르미 벤담이 1791년 죄수를 감시할 목적으로 설계한 감옥을 뜻하던 말이다. 파놉티콘은 ‘모두’를 뜻하는 ‘pan’과 ‘본다’는 뜻의 ‘opticon’을 합성한 말로 죄수들이 스스로를 감시하는 목적으로 설계됐다. 

사진은 제르미 벤담이 설계한 파놉티콘이다.

오늘날에 이르러 ‘정보 파놉티콘’이라는 용어로 재탄생했다. 정보 파놉티콘이란 전자 기기를 이용한 감시 체계를 가리키는데, 가장 대표적으로 CCTV와 SNS가 있다. 시대가 변하면서 감옥의 통제와 규율의 기제가 ‘시선’에서 ‘정보’로 진화한 것이다. 정보 파놉티콘 시대에 CCTV와 SNS가 개인을 어떻게 감시하고 있는지 알아보자.

CCTV는 우리의 감시자인가
83.1회. 이는 국가인권위원회가 조사한 하루 평균 국내 수도권에 사는 사람이 CCTV에 노출되는 횟수다. 이처럼 CCTV는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 일상 속 깊이 침투했다. 이로 인해 CCTV가 사회 안전과 범죄 예방이라는 목적을 넘어 개인의 인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이광석<서울과학기술대학교 IT전문대학원 디지털문화정책학과> 교수는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도 모르는 사이 우리는 CCTV에 촬영되고 있고 그에 따른 인권 침해 소지에 대한 우려가 항상 존재한다”라고 말했다. 

CCTV는 많은 설치 대수뿐만 아니라 설치 법률 또한 준수하지 못한 경우로 인한 문제도 제기된다.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르면, CCTV는 눈에 띄는 곳에 설치해야 하고, CCTV 설치 △기간 △목적 △범위에 대해 안내문으로 명확히 명시해야 한다. 사생활 침해가 우려되는 장소엔 CCTV 설치를 금지하기 위함이다. 그러나 개인정보보호법을 모두 준수해 설치된 CCTV는 거의 없다. 강지현<울산대 경찰학과> 교수는 “지난해 CCTV 설치에 관한 법률을 어겨 적발된 건수가 무려 1천132건에 달하고 CCTV로 인한 사생활 침해 신고 건은 또한 하루 평균 3.1회였다”며 “이는 CCTV 설치에 법이 제대로 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사생활을 침해할 수 있는 공간에서도 CCTV가 촬영되고 있을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최근 코로나19 확진자 동선 공개와 관련해 사생활 침해 논란은 더욱 커졌다. 신속하고 정확한 코로나19 확진자 동선 공개에 CCTV와 카드결제 정보는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는 곧 방역의 목적이 사생활 침해를 정당화할 명분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낳았다. 서교웅<한국전자통신연구원> 연구원은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볼 수 있듯, CCTV는 언제든 우리의 사생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위험성이 있다”며 “CCTV의 경우 해킹을 통해 개인의 사생활이 유출될 경우 범죄에 악용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SNS, 과연 우리들의 놀이터가 맞는가
우리가 즐겨하는 SNS 또한 우리를 감시할 수 있다. 실제 지난 2014년 검찰이 묵비권을 행사 중이던 한 시민 단체 대표의 개인 SNS 대화 정보를 제공받아 수사해 큰 논란이 일었던 바 있다. 이 사건은 SNS가 개인을 감시하는 수단이 될 수도 있음을 보여준 사례가 됐다. 

또한 SNS 이용 시 댓글이나 글을 남기는 것, 제품 할인을 위한 개인 정보 사용에 동의를 누르는 행위 등은 자신의 개인 정보를 기업에 넘겨 기업이 개인 정보를 악용할 수 있다. 이효석<뉴스페퍼민트> 대표는 “SNS를 운영하는 기업은 기본적으로 저장 가능한 모든 정보를 축적한다”며 “기업은 기본적으로 ‘고객의 개인 정보는 내 것’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기에, 저장된 정보를 필요에 따라 이용한다”고 말했다. 

이렇게 차곡차곡 쌓인 개인의 사생활은 언젠가 사용자들이 하고 싶은 말이 있을 때 말 할 수 없고, 하고 싶은 활동이 있을 때 할 수 없게 막는 감옥이 될 수 있으며, 수집된 개인의 사생활이 범죄에 악용될 시 엄청난 파급력을 가져오게 된다.

이처럼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SNS는 CCTV보다도 더 우리 생활에 밀접하게 스며든 파놉티콘이다. SNS의 본래 목적은 특정한 관심이나 활동을 공유하는 사람들 사이의 관계망을 구축하는 것이지만, 소비자들이 직접, 스스로 그들의 정보를 헌납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감시 체계로 악용되기도 한다. 특히 현대 기술과 결합됨에 따라 악용의 범위와 위험성이 증가하고 있다. 

베를린 예술대 교수이자 작가인 한병철씨는 자신의 도서 「피로사회」에서 “예전엔 남으로부터 정보를 얻기 위해 고문을 했지만, 지금은 그럴 필요가 없다. 스스로 자기 정보를 제공하고 있어서다. SNS는 궁극적으로 고문 기구와 같은 기능을 한다. 매우 효율적인 통제 사회가 됐다”고 말하며 그 위험성을 경고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경고에도 불구하고 지난달 20일 국회를 통해 ‘n번방 방지법’이라 불리는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 많은 우려를 안고 통과됐다. 오는 8월 5일부터 시행을 앞두고 해당 법안으로 인해 사적 검열이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많다. 이번 개정안을 통해 범죄자를 잡기 위해 사업자가 카톡방부터 네이버 카페, 이용자 클라우드, 블로그글까지 사업자가 들여다 볼 수 있도록 법안이 개정됐기 때문이다. 

이에 △벤처기업협회 △코리아스타트업포럼 △한국인터넷기업협회는 정보통신망법 개정안 국회 본회의 통과에 대해 “각종 사회적 문제를 규제로 해결하려는 방식은 사회 전체적으로 득보다 실이 훨씬 더 많았다는 과거의 경험으로 미뤄봐 더 신중했어야 한다”는 성명문을 발표했다. 또한 강 교수도  “음란물 감시 명목으로 개인의 게시물을 들여다보고, 개인의 공간을 검열하는 행위는 표현의 자유와 통신비밀 보호 등 헌법적인 가치를 침해할 수 있다”고 새롭게 개정된 정보통신망법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감옥에서 이 글을 읽는 당신에게
이처럼, 국가나 기업에 의한 개인 정보 악용의 소지를 방지하기 위해 어떤 해결책이 필요할까. 강 교수는 “불법 사찰을 막고, 개인의 정보가 감시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여론에 등 떠밀려 제대로 된 논의 없이 통과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과는 다른 실효성 있는 법적 장치도 필요하다”고 전했다. 그러나 강 교수는 “정보 파놉티콘 시대에 개인이 스스로의 정보를 소중히 다루는 의식 있는 행동도 동반돼야 한다”며 법적 장치의 필요성과 개인의 의식 있는 행동 모두를 강조했다. 일상 속 편리함을 유지함과 동시에, 정보의 감옥에서 벗어나 개인의 자유가 존중받을 수 있는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그와 동시에 우리도 우리의 정보를 공유하는 데 있어 의식 있는 행동도 동반돼야 한다.

도움: 강지현<울산대 경찰학과> 교수
서교웅<한국전자통신연구원> 연구원
사진 출처: 네이버 백과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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