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한양인을 선별하는 사람
미래의 한양인을 선별하는 사람
  • 강명수 수습기자
  • 승인 2006.09.17
  • 호수 12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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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훈 입학처장 인터뷰

좋은 인재들이 계속 들어와야 대학은 발전할 수 있다. 한양의 미래를 책임질 새로운 인재 공급을 책임지는 입학처장 최재훈<공대·전자통신컴퓨터> 교수를 만나 신입생 선발에 대한 의견을 들어봤다. -편집자주-
서울대가 논술비중을 강화했다, 우리 역시 논술비중을 높였다는 보도가 있다. 입시규정이 변하는 상황에서 우리학교의 인재선발 기준은 무엇인가
서울대가 논술비율을 높였다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한양대는 그렇지 않다. 정시 논술을 5%에서 10%로 높이긴 했지만 수시에서 학생부 비율을 그 이상으로 올렸다. 신문에 왜곡된 기사가 나가고 있다.
한양의 명성을 이어나가기 위해 우리는 수능성적이 우수한 학생을 90% 선발하고, 또 다양한 활동을 해온 학생을 10% 정도 뽑는다. 정시에서 우선 중요한 것은 학업 성취 여부이다. 그 이후 변별력을 위해 자연계까지 논술시험을 치렀다. 대학의 성취도는 신입생들 수준에 따라 극명하게 갈린다. 단과대학의 결과를 보면 확연히 드러난다. 특히 자연계에서는 성취도가 미치지 못하는 학생들이 들어오면 30% 이상이 F를 받기도 한다.
그러므로 입학처에서는 강의 수준에 맞는 학생을 뽑아야만 한다. 하지만 학생의 변별력을 가르기 위한 본고사가 없고 영어 지문도 없으니 논술이라도 필요하다. 논술만으로는 수학과 과학능력을 구별할 수 없다. 그러므로 자연계는 여러 가지 자연 현상들을 기초 원리를 응용하여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가도 함께 보고 있다.

자연계의 논술시험으로 인해 학생들이 우리학교를 기피하지는 않는가
지난해 자연계 논술을 치른 학과 중 일부에서 학생들이 지원을 기피하는 일도 있었다. 문제일수도 있지만 오히려 타 대학보다 한 발 앞서서 행동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당장 올해부터 타 대학 이공계에서도 논술을 시행한다. 유능한 인재를 선발하기 위해 우리는 한 발 빨리 움직이고 있다.

입학처장을 맡아온 동안 대학과 정부의 입시정책에 변화가 있었는가
2002년 8월부터 입학 관련 업무를 담당했으니까 올해로 5년째다. 우리학교는 그 동안 입시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해 왔었지만 이젠 시대가 달라져서 변했다. 교육정책의 급격한 변화로 인해 우리만이 아니라 많은 대학들의 입학정책이 특색을 잃어가고 있다. 이대로 가면 2008년쯤에는 상위권 대학은 아마 입학전형이 다들 비슷해질 것 같다. 말 그대로 각 대학만의 특색이 사라지고 있다.

입시정책에 있어 우리학교만의 특색은 무엇이었나
인성적성검사는 한양대만의 특색이었다. 그것은 학생부 성적이 좀 떨어지더라도 잠재력이 있는 학생에게 기회를 줘 선발하려는 제도였다. 그래서 우리는 그 제도를 오랫동안 시행해 왔다. 그런데 지난해 교육부에서 인성적성검사를 본고사로 규정해 금지했다. 그전에도 마찰이 있었다. 2003년엔 교육부에서 재정규제도 받고 지원금 삭감도 받았다. 매년 문제를 낼 때마다 교육부에 보내서 쭉 수정을 해왔다. 그래서 지난해 시행했던 게 우리가 할 수 있는 마지노선이었다. 더 이상 틀을 바꾸면 적성검사라고 할 수도 없고 의미도 없었는데, 그마저 본고사라고 판단해 금지했다.
교육부의 판단을 뭐라고 할 수는 없다. 다만 우리학교도 이제는 특색 없이 내신성적과 수능성적, 논술성적이 좋은 학생들만 뽑을 수밖에 없게 됐다. 어떻게 보면 성적은 조금 떨어지지만 잠재력을 갖춘 학생들에게 기회가 돌아가지 않게 된 것이다. 그런 면에서 보면 우리학교 수시도 특성이 없어져버렸다고 하겠다. 더 이상 적성검사로 학생들을 선발할 수 없고, 적성검사가 금지된 지금 그것을 대체할 만한 아이디어도 없다.

한양이 원하는 인재를 뽑기 위해 입학처에선 어떤 방법을 고안하고 있는가
기본적으로 공부를 잘 하는 학생들이 필요하다. 사랑을 실천하고 리더십이 있는 학생 역시 필요하다. 또한 창의력 있는 학생들도 필요하다. 물론 학업성취도가 높은 사람이 주류이지만, 20퍼센트 정도는 그렇지 않아도 좋다. 대학 구성원의 다양성을 위해서는 봉사하고 사랑할 줄 아는 사람들도 필요하다. 이제까지 정시에서는 학업성적 위주로 뽑았지만 우리는 수시를 통해 다양한 사람들을 다양한 전형으로 선발해 왔다. 적성검사도 그 일환으로 잠재성이 있고 사랑을 실천하는 봉사정신이 있는 학생을 뽑고자 하는 취지였다. 적성검사가 있었을 때는 우리가 원하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 학생들을 찾아낼 수 있었는데, 이젠 그 방법이 불가능해졌다. 당장 내년부터는 실제로 학교에서 봉사활동을 한 사람이나 학생회 등에서 리더로 활동한 사람들을 선발하고 싶다.
제일 걱정되는 건 창의력 있고 잠재성 있는 학생들을 어떻게 선발할까 하는 점이다. 현재는 우리학교만의 고유한 방법을 찾는 길이 모두 막혀있다. 아직도 적성검사를 대체할 만한 방법을 찾지 못했다. 우리는 학내 구성원들을 다양화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하고 있다. 입학처의 전문연구원들이 밤낮으로 입학전형의 수립에 매달리고 있다. 지금부터 더 나은 방책을 찾아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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