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숙한 불매운동으로 나아 가야
성숙한 불매운동으로 나아 가야
  • 황수진 기자
  • 승인 2019.10.13
  • 호수 1502
  • 3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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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매운동, 인터넷 발달로 
과거에 비해 확산 속도 빨라
오너리스크 등의 부작용도 있어
성숙한 소비 의식 제고 및 
가맹점주 보호 장치 마련해야

 일본 정부의 수출 규제 발표를 기점으로 시작된 불매운동이 3개월째 지속되고 있다. 박명희<소비자와 함께> 대표는 “일본에 대한 불매운동은 이전에 있었던 불매운동과 양상이 조금 다르다”며 “기존 불매운동은 제품 품질 문제 혹은 기업 총수의 비윤리적 행동이 원인이었지만, 이번 일본 불매운동은 소비자들이 일본의 외교적 압력에 대응하는 정치적 소비행위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불매운동은 소비자층이 특정 상품 구매를 거부하는 일로 상품의 제조 국가나 제조업체에 대한 항의나 저항의 뜻을 표시하기 위해 행하는 집단적 운동을 뜻한다. 

일본 불매운동은 한국과 일본 간의 역사 문제에서 비롯된 국민 정서가 도화선이 돼, 사회적으로 크게 확산됐다. 그에 비해 이전에 있었던 불매운동은 주로 *오너리스크가 원인이 돼 발생했다. 대표적으로 2013년 남양유업 대리점 갑질 사태 이후 홍원식 회장의 노모가 등기이사에 올라가고, 부인도 전무 직급에 차량과 법인카드까지 받아 논란이 더 커져 대대적인 불매운동이 발생했다. 2012년 매출 약 1조3천650억 원, 영업이익 약 637억 원을 기록했던 남양유업은 사건이 터진 2013년 매출이 전년도에 비해 10%로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175억 원 손실로 전환했다. 최윤지<생활대 실내건축디자인학과 17> 씨는 “논란 이후, 남양유업은 자사 제품에서 기업명을 숨기는 등의 전략을 내세웠다”며 “자칫하면 모르고 구매할 수 있는 남양유업 제품 리스트가 SNS상에서 확산돼 불매운동에 참고했다”고 말했다.

우리 학교에서도 불매운동이 있었다. 지난 2017년 ERICA캠퍼스 앞 유명 일식당에 대한 위생·성희롱·아르바이트생 임금 미지급 문제를 고발하는 글이 큰 논란이 돼 불매운동이 일어났고, 해당 일식당은 결국 문을 닫았다. 그러나 지난 7월 다시 학교 앞에 가게를 열었다는 사실이 학교 커뮤니티를 통해 드러나 해당 식당에 대한 불매운동이 재차 일어났다. 익명을 요청한 학생 A씨는 “사장은 문제 됐던 가게와 연관이 없다고 거짓말을 하는 등 문제를 덮으려고 했다”며 “그런 대응 방식이 불매운동 확산의 기폭제가 됐다”고 말했다. 논란의 일식당은 결국 폐업했다.

이처럼 남양유업 불매운동부터 우리 학교에서 있었던 불매운동 모두 SNS를 통해 빠르게 확산되는 특징을 보인다. 이은희<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SNS나 인터넷이 대중화되기 전에는 불매운동이 확산되기 어려웠다”며 “SNS 시대가 되면서 불매운동은 강력한 무기가 됐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불매운동의 취지가 소비자의 공감을 얻으면 리트윗 등을 통해서 순식간에 정보가 확산된다”고 덧붙였다. 과거에는 단순히 개인이 소비하지 않는 것에서 그쳤다면 최근에는 SNS를 통한 집단적이고 조직적인 불매운동 경향을 보인다는 것이다.

이외에도 새로운 소비 트렌드인 ‘미닝아웃(meaning out)’이 보편화되며 불매운동의 확산 속도에 영향을 줬다. 미닝아웃이란 소비자가 자신의 취향과 정치·사회적 신념을 적극적으로 표현하고 그에 따라 소비하는 행위다. 이 교수는 “국민들이 선거를 통해 정치적 의견을 표현하는 것처럼 불매운동은 소비자들이 화폐로 투표하는 행위의 결과”라며 “불매운동은 기업들의 비윤리적인 행위에 대한 소비자의 의견을 표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불매운동은 ‘권장’을 넘어 ‘강요’의 분위기까지 조성돼 이에 거부감을 느끼는 소비자도 생겼다. 최 씨는 “일본 의류 브랜드에 대해 불매 강요를 받은 적이 있어서 불편함을 느낀 적이 있다”고 전했다. 박 대표는  “불매운동은 결국 개인의 선택”이라며 “불매운동에 동참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비난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이는 불매운동의 영향력을 약화할 수 있어 문제가 된다. 추후에 불매운동에 동참할 수도 있는 잠재적 참여층을 축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오너리스크로 인해 불매운동이 일어났을 때, 본사뿐만 아니라 가맹점주도 적지 않은 피해를 본다. 대표적인 사례로 △미스터피자 정우현 회장의 경비원 폭행 사건 △봉구스밥버거 오세린 대표의 상습 마약 투약 사건 △아오리라멘 승리의 버닝썬 사건 △호식이두마리치킨 최호식 회장의 직원 추행 사건 등이 있다. 아오리라멘 가맹점 15곳의 점주 26명은 지난 7월 매출 급락을 이유로 아오리라멘 본사인 ‘아오리에프앤비’와 전 대표 승리를 상대로 총 15억 원을 배송하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박승미<전국가맹점주협의회> 정책위원은 “불매운동이 발생했을 때 가맹점주들이 직면하는 가장 큰 문제는 브랜드 이미지 악화 및 매출 하락으로 인한 경영악화문제”라며 “한 번 훼손된 브랜드 이미지는 회복이 어렵고, 가맹점주들이 본사의 완충재 역할을 하고 있어 불매운동이 장기화되면 폐점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박 정책위원은 “오너리스크 발생을 사전에 방지하고 불가피하게 오너리스크로 인한 피해가 발생한 경우 본사가 손해의 책임을 질 수 있도록 하는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지난 1월 공정거래위원회는 프랜차이즈 경영진의 부도덕한 행위로 가맹점주가 피해를 본 경우, 가맹본부가 배상 책임을 지도록 하는 내용의 가맹사업법 시행령 개정안을 마련했다. 하지만 이 또한 피해의 입증 및 배상에 대한 조항이 구체적으로 명시돼있지 않아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박 정책위원은 “오너리스크 방지법이 있지만, 오너리스크 요건과 범위 등이 좁고 모호하다”며 “실효성에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박 정책위원은 “가맹점주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오너리스크 요건과 범위 등을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며 “고의·과실 입증책임을 본사에 전환하고, 오너리스크를 *징벌적 손해배상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고 전했다. 

도움: 박명희<소비자와 함께> 대표
박승미<전국가맹점주협의회> 정책위원
이은희<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
신선아 수습기자 shinsa211@hanyang.ac.kr


*오너리스크: 총수의 잘못된 판단이나 불법행위로 인해 기업에 해를 입는 것을 말한다.  
*징벌적 손해배상: 민사재판에서 가해자의 행위가 악의적이고 반사회적일 경우 실제 손해액보다 훨씬 더 많은 손해배상을 부과하는 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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