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일(忌日)에도 환영받지 못할 사람은 기어서 산사(山寺)로 간다
저마다 사연이 많은 신들 사이에 자리를 맡아두고
좌불상이 가장 많다는 법당에 들어가 앉는다
방석도 없이 앉은 이는 이름조차 없다
버마에서 왔다는 젊은 스님의 자리에는 서리가 앉아
마이크를 단 목탁 소리는 박자를 맞추며 울음과 잘도 섞인다
종무소 앞 돌계단에는 뒷다리를 저는 어미개가 볕을 쬐고
볕을 쬐는 주지견은 작년에 새끼를 낳았다
이제는 차소리가 나도 더 이상 마중하지 않는 어미는
제 위에 걸린 ‘반려동물 천도제-10만 원’의 의미를 모른다
염주를 하나 사서 나왔던 기일에는
길가 매운탕 집에서 음복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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