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제N번의 n번방이 멈출 때까지
[사설] 제N번의 n번방이 멈출 때까지
  • 한대신문
  • 승인 2022.09.19
  • 호수 1553
  • 7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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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9일 ‘제2의 n번방’이 발생했다. 이는 3년 전 성 착취물을 만들어 텔레그램을 통해 퍼트린 n번방이 재발한 범죄란 점에서 큰 충격을 안겼다. 게다가 더욱 교묘한 수법으로 미성년자를 노리고 있단 점에서 죄질이 더욱 좋지 않다. 

이 사건을 통해 n번방 방지법이 실효성 없는 법안이란 사실이 여실히 증명됐다. 이 법은 지난 2020년 디지털 성범죄물의 유통을 막기 위해 만들어진 법이다. 영상 코드 필터링 기술을 도입해 국내 포털과 메신저에서 불법 성적 촬영물의 공유 및 2차 유포를 방지하는 것이 주목적이었다. 하지만 정작 n번방의 근원지였던 텔레그램은 필터링 대상에서 제외됐었다. 현재 「정보통신망법」에 따라 사적 채팅방에서 오간 정보는 수사 허용 대상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즉, 기존 법이 재정비되지 않는 한 이 법은 애초에 효과를 거둘 수 없는 법이었던 셈이다. 이는 해당 개정안이 처음 통과했을 때 반발하는 여론이 컸던 주된 이유였다. 결국 제2의 n번방을 통해 우려가 현실이 된 것이다.

이렇듯 법안의 허점으로 경찰의 신속한 대응이 어렵다 보니 n번방의 주범들은 이를 악용하고 있다. 채팅방이 내부 고발로 신고 및 접수되지 않는 이상 경찰이 텔레그램에 접근할 수 없단 것을 인지한 후 텔레그램에서 더욱 활개를 치고 있는 것이다. 이번 n번방의 주범들은 채팅방을 여러 차례 이동하며 성 착취물을 유포한 뒤 바로 폭파해 흔적을 남기지 않으려 하는 등 날이 갈수록 범죄 수법이 더욱 교묘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피해자들은 구조조차 되지 못한 채 범죄에 노출되고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경찰은 이 범죄를 파악조차 하지 못하고 있단 것이다. 지난 1월에 신고 접수했음에도 약 8개월 동안 용의자조차 추리하지 못했다. 나아가 수사상의 난점을 뚫고 범죄자를 체포하더라도, n번방 방지법의 형량이 지나치게 가벼운 것 역시 문제다. 불법 성적 촬영물을 △구입 △소지 △시청 △저장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내도록 이전보다 형량을 강화하긴 했다. 하지만 범죄자가 초범이거나 미성년자일 땐 감형되는 경우가 잦다. 현재 수준의 형량으로는 법망을 피해 범죄자들을 처벌하고 사건을 재발하지 않도록 사회에 경각심을 알리는 덴 역부족이다.

제N번째 n번방이 발생하지 않기 위해선 수사망 범위 확대와 형량 가중화가 절실하다. 사적 채팅방에서 행해지는 성 착취물 유포와 성희롱을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체포가 가능하도록 수사망이 확대된다면 현재보다 가해자를 특정 짓는 시간을 단축할 수 있을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사건의 무게를 좌우하는 요소 중 하나가 형량인 만큼, 무거운 사안엔 무거운 형량으로 처벌해야 할 것이다. 현재의 가벼운 형량은 주범과 공범자 모두에게 ‘해도 괜찮은 일’이란 인식을 심어주는 데 지나지 않을 것이다.

디지털 성범죄의 심각성을 알리며 세계가 경악한 일로부터 고작 3년밖에 지나지 않은 현재, 보다 악질의 성범죄가 일어나고 있다. 이를 멈추려면 법안의 한계를 보안하고 이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모으는 데 힘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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