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짚모자를 두고 왔구나 좀 가져다주겠니
신난 아이는 헛간에서 한참을 나오지 않았다
세 평 남짓
작은 늪에 빠진 아이를 쓰다듬는 것은
이 나간 호미만큼이나
닳아빠진 목소리의 몫이었던 곳
밀짚모자는 주인 없는 손을 반기는 듯
흔들리며
나무의 부고를 전한다
이곳에 남은 건
흙먼지 쌓인 그루터기일 뿐이라고
이제 여기는 햇빛과 거미줄이 뒤엉킨 정오
태양이 그늘을 야속하게 지워갔기 때문인지
헛간 천정이 주저앉은 듯 낮아진 탓인지
가뭄처럼 찾아온 아이는
몸을 굽히고
코와 머리와 가슴에
흥건하게
황홀한 나이테의 기억을 적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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