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0호 특집호 축사] 송채현 고대신문 편집국장
[1500호 특집호 축사] 송채현 고대신문 편집국장
  • 송채현<고대신문 편집국장>
  • 승인 2019.09.23
  • 호수 1500
  • 3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다음 걸음에도 즐거움이 가득하길

▲ 송채현<고대신문 편집국장>

그야말로 대학신문의 무관심시대입니다. 읽으라고 꽂아둔 신문이지만 누군가 펼쳐보는 걸 목격하면 되레 두 눈이 동그래지곤 하죠. 주말 밤을 하얗게 새며 만든 신문이 아직 제구실을 한다는 보람에 편집실로 향하는 발걸음에도 힘이 실립니다. 한대신문이 처한 상황도 고대신문과 별반 다르지 않을 겁니다.

한대신문이 지령 1500호를 맞는다는 반가운 소식에, 먼지가 켜켜이 쌓인 고대신문 1500호를 펼쳐보았습니다. 2005년에도 대학언론은 위기였나 봅니다. 고대신문을 아끼는 이들이 ‘혁신을 통해 위기를 기회로 바꾸라’고 독려하고, 편집국장은 ‘청년정신으로 위기를 극복하겠다’고 다짐했습니다. 그러나 14년이 지난 작금의 현실은 더욱 엄혹합니다.

그간 대학신문들은 독자의 무관심을 타개하고자 성찰과 변화를 거듭해왔습니다. ‘읽는 신문’을 모토로 대학가의 관심사를 밀도 있게 관찰하였고, 웹진과 영상을 통해 지면 밖에서도 독자들과 소통하기 시작했습니다. ‘디지털 퍼스트’ 전략을 구사하며 웹 페이지 운영에 전념하는 학보사도 생겼습니다. 하지만 미디어 환경은 너무나 빠르게 달려 나가고 있습니다. 읽히고 싶어 아무리 애를 써도 ‘신문을 받기 위해 편집실 앞에 학생들이 새벽부터 진을 쳤다’는 선배들의 무용담은 영영 우리의 것이 될 수 없음을 느낄 때. 그때마다 깊은 허탈감이 밀려옵니다.

그러니 이제 모두 아는 기본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노력하는 자는 즐기는 자를 이길 수 없다’고 하죠. 고민과 혁신만으로 직면한 위기를 이겨낼 수 없다면, 대학언론이 맡은 책임과 소임을 즐기는 태도로 전환해야 합니다. 우리가 수행하는 역할에 애정과 관심을 담아 진실을 향해 내딛는 순간, 대학언론의 역량이 강화되고 신문의 질적 성장도 가능할 겁니다. 이 속에서 자연스레 독자의 신뢰와 관심을 회복하는 길로 이어지겠죠.

적은 인원으로 힘겹게 운영되는 학보사 기자들에게 ‘즐기라’는 주문이 허무맹랑할지 모르겠습니다. 분명 쉬운 과제는 아니지만, 든든한 동료와 함께라면 가능할 것입니다. 지금 이 시간에도 마감의 압박에 시달리고 있을 한대신문 기자들에게 ‘온몸으로 즐기라!’고 응원합니다. 한대신문이 내디딜 1501번째 걸음에도 즐거움이 가득하시길, 옆에서 함께 걷는 동지로서 기원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