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와 담배
커피와 담배
  • 한대신문
  • 승인 2006.08.27
  • 호수 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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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을 끔찍이도 생각하는 사람들은 이 둘의 만남을 ‘최악의 조화’라고 생각하겠지만 나에게 있어서 커피와 담배가 나의 현재에 공존하는 이유는 필연적이기 이전에 인과적이기까지 하다. 마치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하는 근본적인 논쟁의 연장선상에서 나는 ‘커피 때문에 담배를 만들었는지 아니면 담배 때문에 커피를 만들었는지’에 대한 무한한 오해 속 에 사로잡힐 때가 있다.

커피와 담배가 내 몸에 어떤 화학적작용을 하는지는 정확하게 알지는 못하지만 결과적으로 나에게 평범한 일상과 감상적인 하루의 마지막을 제공한다. 물론 커피의 ‘카페인’과 담배의 ‘니코틴’의 작용이 지배적이지만 이 둘은 몸에 나쁘다는 것 외에 크게 공유하고 있는 성격은 많지 않다고 생각하고 이렇게 단정지어버리는 나의 의도는 이 둘의 조화를 숭배하고 싶어하는 근원적인 욕구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3년전 감독 ‘짐 자무쉬’는 커피와 담배라는 영화를 세상에 내놓게 된다. 이 영화의 특징이라면 11편의 단편들로 이루어진 옴니버스 영화라는 것, 로베르토 베니니, 빌 머레이, 이기 팝, RZA, 스티브 부세미, 톰 웨이츠, 스티브 쿠건 등 영미 문화의 대표적 아이콘들이 대거 출연한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 영화의 백미는 각 장면마다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커피와 담배 그리고 그 속에서 진행되는 꾸밈없는 대화이다.

이 영화는 누구의 시선도 무시한 채 그들만의 이야기를 펼쳐 나간다. 커피와 담배는 이들의 관계속에서 대화의 당위성과 관계의 지속 이유를 제시하는 사회적 작용 뿐 만 아니라 개인의 욕망과 근본적인 쾌락을 충족시켜주는 기능도 한다. 하지만 이러한 작용들이 지극히 평범한 현실속의 이야기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바로 이 영화의 목적이라고 생각한다. 짐 자무쉬 역시 커피와 담배를 좋아했기 때문에 이 영화의 평범하고 진지하지만 지루한 영상을 통해서 그것에 대한 사회적 변명을 시도하려고 했다.

내가 이 글을 쓰는 이유 역시 흡연자를 마치 중독자처럼 여기고 있는 사회적 분위기에 대해 변명을 하기 위해서 이다. 우리가 여태까지 비 흡연자에게 주었던 간접흡연, 담배꽁초, 등의 피해는 분명히 인정해야 할 부분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흡연구역’이라는 협소한 공간으로 내 몰리게 되었고 이제는 한 잔의 커피와 담배를 피우는데 상당한 불편함을 느끼고 있는 게 사실이다. 이런 어려움 속에서도 우리가 담배를 피우는 이유는 그것을 끊지 못해서 만은 아니다. 바로 일상의 평범한 부분으로서 존재하기 때문이다. 모닝커피와 휴식시간의 담배 한 개피가 없이는 우리의 일상이 결고 평범해 질 수 없다는 얘기다. 다시 말하면 그것은 부드럽게 흘러가는 일상속의 한 부분이고 맵고 짠 김치찌개를 좋아하는 사람의 기호보다 우리의 기호가 좀 더 특별하지도 또 특별할 수도 없다는 것이다. 그렇게 우리는 짐 자무쉬의 영화 속에서 나온 것 처럼 사람과의 관계 속에 개인적인 쾌락속에 그 이유를 찾을 수가 있다.

흡연을 계속한다는 것에 담배연기로 비흡연자를 해하겠다는 음모가 숨어있는 것은 결코 아니다. 또한 우리는 타락한 개채도 아닐 뿐더러 정신적 장애자도 아니다. 우리가 흡연할 수 있는 최소한의 권리와 공간 정도는 보장 받고 싶고, 부적절한 시선 역시 거부하고 싶은 것뿐이다. 단 우리는 흡연을 완벽히 개인적인 것으로 만드는 일을 완수 한 후에 우리의 평범한 일상을 요구해야 할 것이다. 그것 역시 적절하게 완수하지 못한다면 나머지의 부적절한 시각은 받아 마땅한 것이 될 것이고 또 그래야만 한다.

유명형<사회대·사회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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