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유혹자, 암표
위대한 유혹자, 암표
  • 정서윤 기자
  • 승인 2018.03.26
  • 호수 1473
  • 4면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국내 티켓 거래 사이트인 '티켓베이'에서 실제 콘서트 티켓이 거래되고 있는 모습이다.
▲ 국내 티켓 거래 사이트인 '티켓베이'에서 실제 콘서트 티켓이 거래되고 있는 모습이다.

익명을 요구한 A씨는 콘서트 티켓팅에 실패해 원가보다 10배로 부풀려진 가격에 표를 구매했다. A씨는 “콘서트 티켓팅에 실패해서 어쩔 수 없이 암표를 구매했다”며 “팬심 때문에 몇 배로 비싼 가격의 표를 구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암표매매는 분명 불법 행위임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에서 공공연하게 일어나고 있다.

그렇다면 암표 매매시장은 우리 사회에 어떤 문제를 일으키는 것일까. 우선 사람들이 불공정한 돈벌이 방법에 뛰어들게 한다. 온라인 암표 매매가 점차 쉬워지고 한 번에 많은 돈을 벌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사람들이 이를 돈벌이 삼아 온라인 암표 판매에 나서는 것이다. 최근에는 판매 연령대도 급격히 낮아져 10․20대도 온라인 암표를 용돈 벌이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다. 미성년자의 암표 판매에 대한 규제가 없기 때문에 국내 티켓 거래 사이트인 ‘티켓베이’에서는 만 17세 이상이기만 하면 판매에 제약을 받지 않는다. 이처럼 공연 창작자와 티켓 유통업체가 아닌 암표 매매상이 이득을 보게 되면서 암표 시장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또한 불공정한 온라인 암표 시장은 구매자들의 팬심을 이용한 사기범죄로까지 이어진다. 인터넷 사기 피해 정보공유 사이트인 ‘더치트(thecheat)’는 2014년 약 4천7백 건이었던 온라인 티켓 직거래 사기 건수는 지난해 약 5천 건으로 증가했다고 밝혔다. 더 큰 문제는 온라인 암표로 인해 사기 피해를 보더라도 이를 보상받을 길이 없다는 점이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불법적인 수단을 이용해 티켓을 판매하는 암표 매매상은 상법상 지속적인 영업행위를 하는 사업자로 볼 수 없어 처벌이 어렵다.

이러한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온라인 암표 판매자를 실질적으로 처벌하기 힘들다는 것도 암표 시장 확대의 주원인이다. 단속이 적극적으로 시행되지 않는 상황의 중심에는 ‘경범죄처벌법 제3항’이 있는데 이 조항에 대한 법적인 해석은 전문가마다 다르다.

우선 몇몇 전문가들은 경범죄처벌법에 온라인 암표를 근절한 법규 자체가 없다고 주장한다. 즉 현행 경범죄처벌법에 따르면 암표 단속은 실제 티켓이 거래되는 현장에 국한돼 있어 방송통신위원회와 경찰이 온라인 암표 거래 단속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장승혁<법학전문대학원 형사법전공> 교수는 “현행 경범죄처벌법은 온라인 매표가 존재하지 않았던 1954년에 개정돼 온라인 암표 매매시장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와 더불어 온라인 암표 거래 행위의 적발이 어려운 것도 문제로 지목된다. 전문가들은 단속 과정에서 경찰력의 부족으로 적발에 한계가 있다고 말한다. 전우현<법학전문대학원 상법전공> 교수는 “다른 범죄에 비해 온라인 암표 매매  처벌에 미치는 경찰력이 부족한 점이 큰 문제다”라고 말하며 경찰 행정 집행 과정의 한계를 지적했다.
 
온라인 암표 시장의 확대를 막기 위해 경범죄처벌법 내 애매한 조항들을 재정비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경범죄처벌법 집행에 대해 김재봉<법학전문대학원 형사법전공> 교수는 “범죄 행위를 처벌하기 위해서는 가장 기본 원칙인 *죄형 법치주의에 근본을 둬야 한다”며 온라인 암표 문제를 처벌하기 위한 법률적 내용을 명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김 교수는 “정부는 온라인 암표 시장의 심각성을 인식해 더는 법 제정의 우선순위에서 미루면 안 된다”며 “온라인 암표 관련 조항을 신설해 명확한 범죄행위 규정과 관련 용어 정의 등도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률적 해석 여부를 떠나 현재 우리나라는 온라인 암표 적발 기술에 한계가 있다. 네덜란드의 스타트업 회사 굿츠(GUTS)는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공연 티켓을 제작하고 거래하는 플랫폼 ‘*GUTS‘를 선보였다. 이를 통해 공연 티켓 금액을 조작하는 일은 불가능해졌고 티켓 소유권 이전은 가격 변동 없이 이뤄지게 됐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일방적으로 외국의 사례를 따라 하는 것보다는 사례의 실행 배경과 성공 원인 등을 참고해 우리나라에 맞는 법 조항을 신설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견을 내비쳤다. 

사실상 암표 시장의 근본적인 원인은 암표를 구매하는 사람들의 ‘팬심’이다. 익명을 요구한 B씨는 “유명 아이돌의 단독 콘서트는 암표 가격이 배로 뛰는데, 무대를 눈앞에서 볼 수 있다면 그 정도의 돈은 투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암표의 높은 가격과 불공정한 거래 과정에도 불구하고 수요는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암표의 수요가 없다면 공급도 함께 없어지기 때문에 암표를 구매하지 않는 성숙한 소비 태도가 필요하다. 또한 전 교수는 “온라인 암표 거래 현장을 목격하면 즉시 신고해야 한다”며 “이 문제에 대해 소비자 단체에서도 관련 운동을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에는 수요를 줄이기 위해 공연의 주체인 연예인 또는 기획사가 직접 개입해 호소하는 사례도 많아졌다. JYP엔터테인먼트는 콘서트 암표 근절을 위해 불법 거래된 티켓을 전면 취소하는 강경책을 내세웠다.
전 교수는 “개인의 암표거래가 결국 공연문화 시장을 교란하는 불법 행위임을 인식하고 수요를 멈춰야 한다”고 말했다. 이제는 독버섯처럼 퍼진 암표를 근절해야 할 때다. 불공정한 암표 매매시장에서 벗어나 소비자 권리 보호와 공정한 시장 질서를 확립해야 할 것이다. 


*죄형 법치주의: 어떠한 행위가 범죄에 해당하고 그에 따르는 형벌은 무엇인지를 반드시 국회에서 제정한 법률에 의해 규정되어야 한다는 형사법의 대원칙을 말한다.
*블록체인(Blockchain): 공공 거래 장부라고도 부리며 가상 화폐로 거래할 때 발생할 수 있는 해킹을 막는 기술을 말한다.
*굿츠(GUTS: the Guaranteed Unique Ticketing System): 고유 티켓팅 보장 시스템으로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스마트 티켓의 소유권을 등록할 수 있게 만들어 웃돈을 붙이거나 불법으로 리셀링을 할 수 없게 하는 시스템을 말한다.

도움: 김광호<경금대 경제금융학부> 교수
김재봉<법학전문대학원 형사법전공> 교수
장승혁<법학전문대학원 형사법전공> 교수
전우현<법학전문대학원 상법전공> 교수
사진 출처: 티켓베이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J 2018-03-29 21:42:36
기사의 취지에 대해서는 공감하지만, "사실상 암표 시장의 근본적인 원인은 암표를 구매하는 사람들의 ‘팬심’이다. " 라는 말에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이 문제를 만들어낸 것은 암표시장을 잡아낼 수 없는 구조적인 문제와 암표상들의 비도덕적인 행위이지 일반 시민들의 도덕적이지 못한 태도가 근본적이라는 말은 동의하기가 어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