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 are E 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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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영재 기자
  • 승인 2016.04.03
  • 호수 14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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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 are E T !

ET 밴드는 김정룡<공학대 산업경영공학과> 교수(이하 김 교수)의 기획과 추진으로 시작됐다. 왕년에 음악으로 한가락 했던 교수들이 교내에 많다는 것을 안 김 교수가 이재성 부총장 등과 협의해 멤버를 찾아 나섰다. 그렇게 해서 모인 교수가 10명 이상. ET 밴드에는 각 세션의 리듬과 멜로디를 확인하는 이승환<예체능대 실용음악학과> 교수가 총감독으로 있고 이재성 부총장<드럼>과 이현우<언정대 광고홍보학부·색소폰> 교수, 김상진<국문대 한국언어문학과·키보드> 교수와 유정연<예체능대 실용음악학과·키보드> 교수가 리듬과 화음을 맞추고 있다. 또한 이병관<언정대 광고홍보학부·일렉트로닉 기타> 교수와 노승관<디자인대 엔터테인먼트디자인학과·베이스> 교수도 있고 보컬과 코러스에는 문영식 공학대 학장과 최명렬<공학대 전자공학부> 교수 그리고 김 교수가 있다. ET 밴드는 서로 다른 전공을 가르치고 부총장에서 학장까지 다양한 직책을 가진 교수들이 참여하고 있으며, ‘교수 모임 섭외 1순위밴드이다. 연구년을 지내는 교수의 자리를 충원하지 않고 객원을 초빙하는 의리 밴드라는 칭호도 달고 있다. 아마추어 밴드지만 개개인의 역량이 뛰어나고 자부심도 강하다고 전해진다. 교수들은 개인의 스케줄도 바쁠텐데 어떻게 밴드 세션의 화합을 맞춰나가고 있는 것인지 궁금했다. ET 밴드의 기획자 김정룡 교수를 통해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우리가 우리에게

합주는 드럼 소리와 색소폰 소리, 그리고 기타와 베이스 코드에 보컬, 코러스가 한 데 어울려 하모니를 이룬다. 보통의 밴드나 동아리 합주에선 경직된 표정의 연주자들이 눈꼬리를 치켜들고 서로의 연주에 집중한다. 하지만 ET 밴드는 호탕한 웃음소리와 격려의 목소리로 합주를 한다. 교수들로 구성된 ET 밴드만의 특색일 것이다. 서로 다른 전공을 가르치는 교수들이 어떻게 하나로 모여서 밴드를 결성하게 됐을까.

ET 밴드의 결성 계기에 대해 김 교수는 이전부터 각 교수님들은 개별적인 음악 연주를 하고 있었어요. 이재성 교수님은 드럼부터 플루트, 피아노까지 다룰 줄 아시고, 클래식 피아노 연주를 해오신 김상진 교수님, 저나 다른 선생님들도 각자 보컬이나 다른 세션 활동을 했어요. 이런 개인적인 배경에 2012년 실용음악관의 시설 인프라까지 더해지면서 밴드결성과 연습을 위한 여건이 조성됐죠. 결정적인 계기는 2013ERICA캠퍼스가 기획을 맡은 교수 연수회였어요. 연수회 프로그램을 기획하던 중에 우리가 우리에게라는 프로그램을 기획하게 됐는데 거기에서 동료 교수들을 위해 연주해보자는 취지로 ET 밴드가 결성된 겁니다. 제가 음악을 좋아하기도 했고 언젠가는 한양대 교수들이 밴드를 하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기획하게 됐어요.”

장르를 가리지 않는다는 ET 밴드의 플레이 리스트를 찾아봤다. 조용필의 ‘Bounce'를 시작으로 비틀즈(The Beatles)의 락 'Hey Jude', 가수 진주가 '난 괜찮아'라는 곡으로 리메이크해 화제가 된 글로리아 가이너(Gloria Gaynor)'I will survive' 등 팝송장르부터, 가수 윤수일의 '황홀한 고백', 가수 혜은이의 '열정' 등의 디스코장르까지 다양한 장르의 노래를 섭렵했다.

 

 

 

ET 밴드의 창시자 김정룡

프로젝트 그룹으로 시작한 ET 밴드였기 때문에 그는 교수 연수회의 프로젝트를 끝내고 나면 밴드를 해단할 생각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성공적인 교수 연수회 공연을 계기로 해단식이 결단식이 되었다는 김 교수는 행복한 웃음을 지으며 지금까지의 공연에 대해 이야기 해주었다. 조용필의 ‘Bounce’를 부르고 실용음악학과 여학생과 함께 지킬엔하이드의 노래를 부른 것 등 웃음 속에 전해지는 그의 이야기에서 그가 음악을 정말 좋아한다는 것이 느껴졌다.

김 교수는 고등학교 때 성악과에 진학하라는 권유를 받았다고 한다. 하지만 박사과정을 밟아 교수가 되었고, 젊었을 때 못 이룬 꿈을 이루고자 성악 레슨을 8년 동안 받았다. 그렇게 해서 그는 재작년, 압구정에 있는 세실 아트홀 음악전문콘서트홀에서 공대교수의 이태리 음악 여행공연을 개최했다. 지난해, 두 번째 열린 공연에서는 기획부터 출연까지 맡아 아침의 노래(Mattinata)’, ‘울게 내버려두오(Lascia ch'io pianga)’, ‘금지된 사랑(Amot ti vieta)’ 등 총 7곡을 불렀다. 틈틈이 찬조 출연한 무대에서 한두 곡을 부른 적은 여러 번 있었으나 큰 무대에 서는 것은 재작년에 이어 두 번째라는 그는 푸치니의 별은 빛나지만(E lucevan le stelle)'을 소화하는데 애를 먹었다고 한다. 김 교수는 정열적으로, 탄식하며 불러야 하는데 감정처리가 힘들었어요. 또 워낙 유명한 곡이다 보니 심적 부담이 컸던 것 같아요라고 말했으나 그런데 의외로 가장 많은 박수를 받아 큰 보람을 느꼈어요라고 당시의 느낌을 전했다.

 

 

 

가장 젊은 날의 밴드

밴드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동안 보이는 김 교수의 웃음에는 행복한 어린아이의 천진난만한 웃음이 보였다. 밴드를 하고 있다는 생각만으로도 굉장히 행복했다는 그는 삶에 있어 순간이 아니라, 삶 전체의 질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또한 직장 업무 동료로서가 아닌 밴드를 하는 사람들끼리의 정서적인 교감에 대한 특별한 일화를 소개했다.

밴드는 잔잔하지만 큰 행복감을 주는 행동이에요. 과거 연주가 끝나고 한 교수님이 하신 말씀이 기억에 남아요. “오늘이 나의 가장 젊은 날.” 오늘이 앞으로의 나에게 가장 젊은 날인데 사람들은 느끼지 못해요. 우리 삶은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것들이 많은데, 지나쳤었던 많은 행복들을 지금 밴드를 하면서 다시 느끼고 있어요. 연주를 잘해서 음악적으로 칭찬받고 그런 건 둘째고 내 가슴이, 내 삶에 대해 행복을 느끼는 것이 첫째라고 봅니다.”

음악, 예술 등 다양한 취미 활동을 하는 것은 창의력이나 도전의식, 상상력을 기르는데 도움이 된다. 김 교수는 기존 삶의 패턴에 안주하지 않는 것이 필요해요. , 다양한 음악 활동이나 예술 활동을 하면서 뇌에 젊음과 새로운 자극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죠. 뇌가 긍정적인 자극을 받으면서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 및 창의적인 활동들을 쉽게 할 수 있는 몸상태, 뇌상태가 되는 것 같아요라며 취미 활동을 통해 얻는 에너지를 연구나 교육에 투여했을 때 생산성은 상당히 높아질 것이라고 역설했다.

ET의 행복을 찾아서

김 교수가 꿈꾸는 ET 밴드의 미래는 어떨까. “비록 정기공연은 교수 연수회가 처음이지만 밴드 활동을 계속할 겁니다. 우리 교수들도 정말 즐거우니까요. 연구에서 쌓인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악기를 연주하는 것 아니냐고 하는데 스트레스 해소가 아닙니다. 연주하는 그 자체가 행복한 거죠. 문화 활동을 하면 교수들도 즐겁습니다. 바로 이런 문화의 행복, 이것을 캠퍼스의 분위기로 만들어보고 싶어요.” 2013년 학생처장을 맡게 되면서 수업이나 술자리가 아니더라도 교수와 학생이 함께 문화 활동을 즐기는 캠퍼스를 꿈꿨다는 김 교수. “작년 축제에서의 공연처럼 ‘ET’ 밴드는 차츰차츰 다른 교수, 학생들과 함께 할 거에요. 이런 문화는 ERICA캠퍼스가 문화 캠퍼스로 나아가는데 좋은 계기가 될 거라고 생각해요.”

ET 밴드는 Erica Teacher's band라는 뜻도 있지만 Extra-Terrestrial(외계인)이라는 뜻도 있다. 겉모습은 교수지만 그들의 마음 속은 굉장히 자유로운 영혼임을 마음껏 발현한다. 연구를 하고 공부만 하는 교수사회에서 외계인처럼 보일지언정 행복을 찾아 음악을 하는 밴드로 기억되고 싶다는 그의 말은 행복한 삶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교수도 다른 사람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보여줬다. ET 밴드의 ‘ET’‘ERICA Teacher’의 줄임 말이든 영화 ‘ET’에서처럼 초능력을 발휘하는 상징이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행복을 위해 합주하는 그들에게 의미는 크게 중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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