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위안부 문제, 협상이 불가한 인간성 자체에 대한 범죄
일본군 위안부 문제, 협상이 불가한 인간성 자체에 대한 범죄
  • 조민아 기자
  • 승인 2016.03.19
  • 호수 143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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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28일, 대한민국 정부는 일본과 협상해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최종적 종결을 선언했다. 아베 신조 총리는 ‘서면으로’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사죄와 반성을 표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다수의 국민들은 이 같은 협상 결과에 격분하고 나서 반대하고 있다. 또한 매주 수요일 광화문에서 열리는 수요 집회에서도 농성 중인 대학생들을 포함한 많은 사람들은 이를 두고 말도 안 되는 처사라며 국가의 일방적인 협상을 비판하고 있다.
큰 규모의 폭력으로 인한 피해를 다루는 것은 인류사적으로 철저한 진상 규명을 통해 책임을 묻고 충분한 사죄와 보상을 이뤄내는 것이 마땅하다. 위안부 문제는 식민지 상황에서 일본 제국주의에 의해 자행된 성폭력 행위다. 그러나 위안부 협상은 피해 당사자들이 협의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뤄졌다. 즉, 애초에 협상할 수 없는 보편적인 인권문제에 대한 범죄를 두고 협상할 수 없는 주체인 국가가 주도해 졸속적으로 추진한 것이다.
인류 역사는 전쟁과 같은 상황에서 한 집단이 저지른 범죄에 대해 은폐하거나 두둔하는 행위를 더 이상 용납하지 않는 보편적인 인권개념을 확대시켜 왔다. 이에 따라 인권과 관련된 범죄는 시효도 없을 뿐더러 어느 한 국가가 그를 은폐할 수도 없다. 즉 현재 위안부 문제 역시 한국정부와 일본정부가 협상을 타결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며 문제에 대한 제대로 된 책임규명이 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독일은 나치가 저지른 범죄에 대해 정부가 직접 나서 진상규명을 하고 보상을 해왔다. 반면 현재 책임국가인 일본은 위안부 문제가 전쟁 시기에 불가피하게 일어난 것이라며 문제의 본질을 호도하고 있다. 이처럼 자신의 민족 집단 혹은 국가가 ‘과거에’ 저지른 일이라고 해서 회피하려 하는 것은 책임국가로서의 책무를 다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정병호<국문대 문화인류학과> 교수는 “위안부 문제도 수십만 명의 희생자가 충분하다고 납득할 때까지 사죄해야 한다”라며 “그에 대해 형식적으로만 사과하고 희생자의 의견을 배제하는 태도는 더 큰 범죄를 낳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위안부 협상 결정 이후 정치적인 이유 때문에 날치기 협상이 이뤄진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많다. 정 교수는 위안부 문제라는 인권에 대한 범죄가 국가 안보와 한·미·일 간의 동맹강화같은 외교·정치적인 이해관계를 위해 은폐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역시 비판받아야 할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인권 신장이 중요하게 인식되고 있는 현대 시대에 인류학적인 의미에서 시대를 역행하는 일을 벌인 셈이다”라며 “이는 국가의 이익을 앞장세워서 국민을 범죄에까지 빠뜨리게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협상이 타결된 상황을 문서로 만들지 않았다는 것도 중요한 시사점이다. 비준도 받지 못하고 협정도 체결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는 실질적인 효과가 없으며 단순히 정치적인 효과를 기대한 퍼포먼스에 불과하다. 정 교수는 “국가가 군사·외교 문제를 위한 대화를 진전시키기 위해 위안부 문제를 덮어두려고 하는 느낌이 든다”며 “한국과 일본이 위안부 문제에 정당한 해결 주체가 될 수 없는데도 불구하고 이렇게 날치기 협상을 주도한 것은 비판받아야할 문제”라고 전했다.
위안부 협상의 또 다른 쟁점으로는 배상금 문제가 있다. 최소 십만 명의 위안부 여성들에게 성폭력에 대한 배상금으로 100억을 지급한다는 외교부의 결정은 많은 사람들의 비난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과거 전쟁을 일으킨 독일 정부는 나치로 인해 피해 받은 사람들에 대한 배상금을 조 단위로 책정하고 지속해서 지급해오고 있다. 정 교수는 “지금 살아계신 피해자가 마흔 명 정도니 100억을 지급해 2억 정도로 보상하면 되겠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며 “국민을 보호해야 하는 의무가 있는 정부가 보편적인 인권의식에 대해 인식하지 못하고 협상안에 동의했다는 것은 규탄 받아야 할 일이다”라고 밝혔다.
국가의 일방적인 결정에 대한 피해는 용기를 가지고 문제를 제기했던 수많은 희생 당사자들과 우리 민족이 고스란히 떠안게 될 것이다. 국민이 위임한 권력을 가지고 협상을 일방적으로 타결했다는 점은 현대 인권 신장에 큰 역할을 해왔던 노력을 무시하는 일이다. 한국 정부는 전쟁으로 인해 발생한 여성에 대한 범죄의 심각성을 깨달아야 하며 일본 정부는 그들의 죄를 인정하고 그에 따른 책임을 져야 한다.
정 교수는 “현재 양국의 주요 언론기관들이 권력의 눈치를 보고 있기 때문에 여론이 호도되고 있다”라며 “이를 위해 소규모 언론사나 시민단체 등에서 목소리를 내며 노력하는 것이 지금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다”라고 전했다. 현재 위안부 할머니들은 국제 인류사회에 자신과 그들의 문제를 드러냄으로써 전쟁이 여성에게 저지르는 성폭력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게 하고 이에 대한 시효가 없음을 주장하고 있다. 이들의 뼈아픈 과거는 그 누구도 감히 보상할 수 없다는 점에서 한·일 간 위안부 협상 문제는 계속해서 민족의 상처로 남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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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예도 2023-07-30 19:11:59
이 글은 위안부 문제와 관련하여 협상결과와 그에 따른 비판, 배상금 등을 다루고 있습니다. 문제의 심각성과 희생 당사자들을 위한 책임 규명과 보상을 강조하는 점이 긍정적입니다. 또한, 국가의 일방적인 결정과 정치적 이해관계에 의해 협상된 점을 비판하며 과거 범죄에 대한 무마를 용납하지 않아야 한다는 메시지도 잘 전달되었습니다. 이 글은 인권문제에 대한 인식을 확대시키고 해결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여 의미 있는 글로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