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산곶매]그래봤자 신문, 그래도 신문
[장산곶매]그래봤자 신문, 그래도 신문
  • 금혜지 기자
  • 승인 2014.11.30
  • 호수 14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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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이라는 과분한 칭호도, 항상 무거운 마음으로 쓰던 글도 마지막입니다. 아마도 이번 원고가 마감이 되고 나면 다시는 없을 무게입니다. 익숙해질 때도 된 것 같은데, 여전히 버겁고 어렵습니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이번 장산곶매 역시 소재를 선정하기가 어려웠습니다. 마지막 칼럼에는 신문사와 관련된 글을 쓸 것이라고 계획해 왔음에도, 몇 번이나 썼다 지우며 소재를 고민했습니다. ‘우리’ 얘기만 늘어놓기에는 총학 선거 막바지에 너무 많은 문제들이 있었기 때문이죠.
간신히 세칙상의 투표율을 넘겨 당선된 서울캠퍼스 총학과, 투표율은 물론 찬성 득표마저 50%를 겨우 넘긴 ERICA 캠퍼스 총학의 반쪽짜리 당선. 온갖 폭로와 비방으로 학생 사회를 불신으로 들쑤셔놓더니 이제 와서 공청회를 거부하고 ‘우리끼리 잘 해결하겠다’, ‘다른 방법으로 학우들의 알 권리를 보장하겠다’는 식으로 책임을 회피한 이전 상대 선본….
양 캠퍼스의 새 총학들을 마냥 축하하기에는 어딘가 마음이 불편합니다. 그래도 어쩌겠어요, 학생 인원의 절반 중 절반만 찬성한 대표라도 대표인걸요. 팜플렛과 현수막에 빼곡히 적었던 공약들, 인터뷰와 공청회에서 강조해 말하던 것들, 꼭 이뤄내시길 바랍니다. 학생 자치에 대한 불신을 걷어내고 학생회만의 학생회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이미 고민이 많으시겠지만, 더 노력해주시리라 믿겠습니다.
동시에 우리가 학생사회를 위해 할 수 있는 고민도 생각해봅니다. 건강한 대학언론의 역할입니다. ‘언론의 역할’. 단어 하나하나의 무게가 지면을 짓누릅니다. 후배들에게 이 역할을 다 하라고 꼭 당부하고 싶지만 아직도 그 실체는 어렴풋하기만 합니다. 대학 언론의 정체성을 찾고 그것에 가까운 신문을 만들겠노라 다짐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진실보다는 사실만을 전달하는데 그쳤던 기사들과 관성에 젖어 발행을 위한 발행만을 한 신문들이 눈에 밟혀 부끄럽습니다.
신문을 발행하는 매주 ‘이번 호 위기다’라는 말을 달고 살았습니다. 취재를 거절당하거나, 기사에 컴플레인을 받거나, 기자의 실수를 수습하거나, 원고 마감과 조판이 한없이 늦어지거나, 체력의 한계를 느낄 때 위기를 체감했지만, 어떻게든 신문은 나오더군요. 그래서인지 위기라는 단어에도, 대학언론의 위기라는 어구에도 너무나 둔감해졌습니다. 여전히 미미한 학생들의 관심도 어느새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치부하기 시작했습니다.
반복되는 스트레스에 더 편한 길만 걸으려고 한 것은 아닌지, 충분히 할 수 있었던 새로운 시도도 제쳐두거나 두려워하지는 않았는지. 그저 버텨냈다는 것만으로 스스로를 위안하기에는 앞으로 계속 신문을 만들 기자들에게 안겨질 과제들이 많습니다.
요즘 즐겨보는 작품 「미생」에는 “그래봤자 바둑, 그래도 바둑”이라는 대사가 등장합니다. 한 판 이기고 지는 거 그래봤자 세상에 아무 영향 없는 바둑, 그래도 내 바둑이니까 치열하게 두는 바둑. ‘장그래’는 모두에게 저마다의 바둑이 있다고 말합니다. 3년간 몸담았던 이곳의 바둑은 신문이겠지요.
남들이 보기에는, ‘그래봤자’ 신문 한번 나오는 게 뭐가 그렇게 대단한 일이라고 이 많은 기자들이 매번 일상을 반납하고 밤새 스트레스 받나 싶을지도 모릅니다. ‘그래도’ 신문이 필요한 이유를 학우들에게 납득시키지 못한다면, 학보의 존재 이유는 앞으로도 계속 의심을 받을 것입니다. 교수-학생-교직원 3주체를 연결하는 매개체, 학교의 역사를 기록하는 지면, 학생들에게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고 시의 적절한 논의 주제를 공론하는 장, 그리고 그 이상의 역할까지 고민해야 합니다. 차기 국장과 기자들에게 주어질 부담감을 잘 알지만, 가볍지 않은 마음으로 앞으로의 신문사도 부탁합니다. 부족한 신문을 읽어주신 모든 독자들에게도 부탁하건대, 새로 여러분을 찾아갈 신문에도 관심을 보여주시길. ‘그래도’ 신문이 존재해야 할 이유를 함께 만들어가 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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