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왕설래] 총여학생회는 사라져야 할까?
[설왕설래] 총여학생회는 사라져야 할까?
  • 한대신문
  • 승인 2014.11.22
  • 호수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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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내 총여학생회(이하 총여)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달 4일 경희대 학생회관 앞에 ‘총여학생회, 이젠 구시대의 산물입니다’란 제목의 대자보를 든 남학생이 등장했다. 또한 성균관대는 총여가 학생 의사결정기구인 중앙운영위원회의 소속 자격이 있는지를 전교생 투표에 부칠 예정이다. 이처럼 총여의 입지가 흔들리는 공통적인 이유는 총여에 입후보하는 학생들이 없기 때문이다. 서울시립대와 건국대 총여의 경우 입후보자가 나오지 않아 폐지됐다. 자연스레 총여의 폐지 여부를 학생 투표에 부치는 대학이 늘고 있다. 총여가 존폐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한 지금, 총여는 정말 사라져야 할까?

총여학생회는 오히려 역차별의 길이다

총여는 남성중심적 사고방식과 대학 운영에 여성의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 설립된 대학자치기구다. 하지만 1990년대부터 시작된 여성운동과 다양한 정책으로 인해 최근에는 시대적, 제도적으로 여학생의 권리가 제한돼 논란을 일으키는 일은 사라졌다. 보건복지부 산하기관으로 한국여성정책연구원도 발족했고, 여성 정책을 담당하는 여성가족부라는 국가행정기관도 존재하고 있다. 대학 내에서 여성을 차별하는 사례도 극히 드물다. 따라서 총‘여’학생회라는 별도의 단체가 있어야 할 필요가 없다.

총여는 여학생의 투표만으로 선출되지만, 정책 시행에는 모두의 등록금을 사용한다. 남녀 학생이 함께 내는 등록금으로 여성 위주의 정책에 쓰는 것은 역으로 남성차별에 해당된다. 또한 총‘여’학생회라는 이름처럼 남녀공학 대학에 여학생만을 위한 기구가 존재하는 것조차도 차별이다. 여성의 권리가 많이 신장된 지금, 여성을 우선시하는 기구는 오히려 역차별을 생각하게 만든다.

게다가 총여의 입후보자마저 사라지고 있는 추세다. 최근 여러 대학에서는 총여의 존폐 여부를 투표로 결정했고, 폐지하자는 결론이 나왔다. 서울시내 대학 중 독립기구로 총여학생회를 운영하는 곳은 경희대·동국대·연세대·한양대 4곳으로 줄었다. 이미 남녀 대다수 대학생들의 생각이 “총여는 필요 없다”는 것으로 모아진 것이다.

총여를 폐지하고 총학생회에서 남녀 공동 복지에 힘을 쓰게 하는 것이 더 타당한 선택이다. 모두의 투표로 선출되는 대학 학생자치기구에서 모두의 등록금을 사용해 모두가 누릴 수 있는 공약을 펼쳐나가는 것이 진정한 양성평등의 길일 것이다.
장예림 기자 eeeeeeeja@hanyang.ac.kr

아직은 폐지하기 일러

많은 학생이 성차별이 구시대적인 담론이며 이제 가시적인 성차별은 대부분 줄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우리 사회 안에 성차별은 여전히 만연해있다. 그 예로 서울의 한 대학교에서는 지난해 800건의 성폭력 신고 및 상담이 접수됐다. 학교생활을 비롯해 학교 행사에서 불편함을 느끼는 사람들이 아직 존재하므로 총여학생회는 더욱 독립적이고 전문성을 가진 학생자치기구가 돼야한다.

여학생들만이 이익과 혜택을 본다는 근거로 총여학생회를 없애자는 것은 소외계층만 경제적 지원을 받는다며 지원제도를 폐지하자는 주장과 똑같은 것이다. 더불어 여성용품 제공, 생리 결석계 등을 보고 역차별이라 주장하는 것은 올바른 의미의 평등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다. 모두가 같은 혜택을 받는 기계적 평등이 아니라 다른 환경 속에서 같은 출발선상에 설 수 있게 만드는 것이 진정한 평등이다. 총여학생회는 그러한 실질적 평등에 목표를 두고 설립된 단체이다.

여성에 대한 불평등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총여학생회 폐지는 여학생의 권위를 약화시킬 것이다. 또, 총여학생회가 총학생회로 흡수될 경우 여성 복지만을 담당하는 기구로 전락할 수 있다. 지금까지 총여학생회는 여성 복지뿐만 아니라 성 소수자, 동성애자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한 단체로서 많은 활동을 해왔다. 앞으로도 위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독자적인 자치 기구로 존재해야 한다.

시대가 달라지면서 사회적 여건도 변화했지만, 양성평등이 완전하게 실현됐다고 보는 것은 무리다. 남녀에게 동일한 잣대를 적용할 시기는 아직 오지 않았고, 그렇기에 총여학생회 역시 폐지를 논하기에는 시기상조이다.
이근녕 기자 dlrmssud@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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