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평적 감각과 안목
비평적 감각과 안목
  • 한대신문
  • 승인 2014.10.05
  • 호수 14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우리 학생들에게 가장 결핍된 것 중의 하나가 ‘비평적인 감각’이다. 이 감각이 전제되지 않고서는 대학 교육의 큰 모토인 토론식 수업이 이루어질 수 없다. 개인적인 욕심 같아선 비평적인 감각과 안목을 길러줄 수 있는 강좌를 전체 교양필수로 했으면 한다.

비평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먼저 나의 정체성을 묻는 학문이다. 나에 대한 자의식 혹은 자각이 없는 인간을 인간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그리고 그것은 세계에 은폐된 의미의 발견을 문제 삼는다. 나는 창조라는 말을 믿지 않는다. 창조가 아니라 발견이다. 이 발견을 위해 ‘주의(attention)’, ‘낯설게 하기’, ‘은유와 환유’, ‘꼼꼼하게 읽기’, ‘퍼스펙티브(perspective)’, ‘반성’, ‘지각’, ‘지평’ 등이 필요하며, 그것은 일정한 공부의 과정을 통해 얻어지는 것이다. 이 모든 과정은 감각, 인지, 이해, 판단이라는 사유의 과정(thinking process)과 다르지 않다. 이런 점에서 비평은 단순히 지식을 가르치는 데에 목적이 있지 않고 지혜를 가르치는 데에 그 목적이 있다. 비평은 지식을 넘어 지혜, 분석을 넘어 해석을 겨냥한다. 적어도 이런 비평의 취지를 이해하고 그것을 듣고 실천한 사람은 자신과 세계를 보는 눈과 그것을 이해하고 판단하는 점에서 그렇지 못한 사람과 차이를 드러낸다. 학생들이 쓴 비평을 여러 번 다시 읽으면서 이런 나의 의도를 제대로 간파하고 쓴 글에서는 남다른 애정과 공감해져 흐뭇했지만 그렇지 못한 글에서는 안타까움과 아쉬움이 들어 우울했다. 특히 자신의 지식에 대한 과신으로 인한 이상한 치기와 나르시시즘적인 욕망을 과도하게 노출하고 있는 글에서는 앵무새처럼 남의 흉내나 내고 있는 글에서 만큼이나 몹시 화가 났다. 이런 글은 비평에 대한 예의를 모르는 글이다. 대개 이런 글을 쓰는 경우에는 인간과 세계에 대한 겸손한 태도를 망각하게 된다. 비평은 그런 것에 대한 자각으로부터 시작해야 하리라. 비평적 감각과 안목을 지닌 사람이 세계의 주체적인 인간으로 세상을 지혜롭게 살아가리라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요즘 우리 사회의 큰 흐름으로 자리하고 있는 인문학에 대한 이해와 실천의 문제도 비평에 대한 자의식으로부터 시작되어야 할 것이다. 비평이 토대가 되지 않는 인문학이란 그야말로 맹목이고 빈껍데기에 불과할 뿐이다. 인간에 대해 깊은 이해와 성찰을 위해서는 대상에 함몰되지 않는 지적 감각, 눈에 보이는 차원 이면에 존재하는 세계를 발견하고 드러내는 통찰력, 어느 한 부분이 아닌 전체를 아우르는 폭넓은 인식 태도 등 비평의 덕목들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우리 젊은 학생들이 단순한 감각인을 넘어 비평적인 감각과 안목을 지닌 인재로 거듭나기를 기대해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