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창의성은 ‘깊은 심심함’과 ‘엄청난 분주함’ 사이에서
진정한 창의성은 ‘깊은 심심함’과 ‘엄청난 분주함’ 사이에서
  • 한대신문
  • 승인 2014.04.01
  • 호수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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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방에 새 봄이 가득하다. 새 봄, 새 학기, 새내기, 새로운 것은 그냥 보기만 해도 좋지만, 요즘 한국 사회에서는 더 특별한 가치를 지닌다. 바로 낡은 틀을 깨는 ‘창의성’이 향후 한국 사회를 먹여 살릴 수 있는 ‘창의경제’와 ‘창의산업’의 근간이 되기 때문이다. 대학에서도 ‘창의인재’ 육성이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다. 그런데, 과연 창의성이 TOEIC 점수 올리듯이 그렇게 단기간에 ‘육성’ 될 수 있는 것일까?

연초에 방영된 EBS 다큐 프라임 6부작 <왜 우리는 대학에 가는가>는 전혀 창의성을 발휘할 수 없는 한국 대학생들의 숨막히는 무한경쟁 현실을 파헤쳤다. 그런데, 이 다큐 특집의 후반부 ‘말문을 터라’, ‘생각을 터라’ 편에서는 매우 신선한 제안을 하고 있다. 우선, 수업 중에 질문을 던져라. 자기 의견을 표현하라. 처음 말문을 트기가 어려울 뿐, 한 번 말문이 터지면 훨씬 자유롭게 자신의 생각을 표현할 수 있는 자신감이 생긴다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창의성의 출발이다.

그렇다면 과연 어떻게 자신만의 ‘새로운’ 생각을 가질 수 있을까. 인지과학자들이 말하듯이 사람들은 전혀 보고 듣지 못한 것을 상상할 수 없다. 진정으로 새로운 생각은 오히려 오랫동안 천천히 쌓아온 지식과 경험의 바탕 위에서 나온다. 창의성은 축적된 과거의 지식을 자신의 것으로 소화하고 새롭게 재조합해내는 능력이다.

창의성은 또한 ‘깊은 심심함’과 ‘엄청난 분주함’의 양극단을 오가면서 자라난다. 문제는 창의 인재가 되고자 매진하는 요즘 대학생들에게 ‘엄청난 분주함’은 있는데, ‘깊은 심심함’은 없다는 점이다. 스마트폰으로 끊임없이 정보를 검색하고 네트워킹은 하지만, 이는 대체로 얕은 지식들이다. 세계적인 IT 전문가인 니콜라스 카는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에서 인터넷이 우리의 생각을 얕고 가볍게 만든다고 주장한다. 나아가 인터넷이 생각을 넘어 아예 우리의 뇌구조까지 바꾼다고 경고한다. 그는 ‘찾을 수 있는 지식’과 ‘직접 아는 지식’을 구분하고, 종이책을 읽고, 직접 보고, 느끼고, 사색을 통한 지식의 비중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니, 이 봄,  ‘분주한’ 스마트폰을 잠깐 꺼두고 둘레길이라도 천천히 걸으면서 ‘깊은 심심함’을 경험해보기 바란다. 걸으면서 생각해보기를... “나는 왜 대학에 왔는가?”, “나만의 질문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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