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교수 감금 사태, 관련자 7명 출교 처분
고려대 교수 감금 사태, 관련자 7명 출교 처분
  • 양영준 기자
  • 승인 2006.04.30
  • 호수 12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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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활동 위축시키기 위한 표적징계”

고려대 사태가 접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통합된 보건대 학생들의 총학생회 투표권 인정  문제로 지난 5일 학교 처장단들을 학생들이 감금한 것에 대해 고려대 학교 당국은 19일 관련자 19명을 징계처리했다. 그중 7명은 출교 처분이라는 초강수를 내놨다.

출교는 퇴학 처분보다 한 단계 높은 징계로 재입학 및 복학이 완전히 불가능하다. 출교를 당한 학생들은 삭발 농성에 들어갔다. 지난달 27일 오후 징계철회 대자보가 곳곳에 붙어있는 고려대를 찾아 출교자 중 한 명인 주병준<고려대·지리교육 02>을 만났다. 주씨는 징계가 지난 이건희 삼성회장 철학박사 직위 수여 사태를 비롯한 진보활동을 펼쳐온 학생들에 대한 표적탄압이라고 주장했다.

▶출교까지 사건 경과를 설명해달라
표면적으로 드러난 지난달 5일 시위에 앞서 보건대 학생들에 대한 문제가 중요하다. 지난 2005년 10월 고대 당국은 병설 보건대 통합을 결정했고, 학교 관계자들은 다같은 ‘고대 가족’이라며 축하했다. 그러나 교양과목 개설 대폭 저하·재수강 불가 등 차별적인 행동을 시작했다. 지난 3월 22일 이런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찾은 학생처장은 보건대 학생회장에게 “너는 내 관할이 아니다”라는 모욕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총학생회 투표권 문제가 불거져 나왔다. 이른바 감금이라 표현된 농성은 계획된 것이 아니다. 지난달 5일 투표권을 인정해달라는 요구서를 전달하기 위해 본관을 방문했다. 얼른 전달하고 나와서 시원한 맥주나 한잔하자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학생처장은 전혀 받으려고 하지 않았다. 이에 학생들이 긴급 투표를 통해 본관에 남기를 결정, 17시간 동안 대화를 요구한 것이 사건의 전말이다.

▶출교같은 강경한 징계를 받은 까닭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현재 학칭 상에 출교가 명시돼 있는 학교는 우리학교(고려대)와 성균관대로 알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7명의 출교자가 예정돼 있었다는 사실이다. 상벌위원회 소환이 견책자 7명, 유기정학자 5명, 출교자 7명의 순서대로 이루어졌다는 것은 이미 상벌위원회가 징계수위를 결정해놨다는 증거이다. 당국은 출교자 7명이 모두 반성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출교 이유로 밝혔다. 징계자 19명 중 어느 누구도 지난달 5일 농성에 대해 반성하지 않았는데 7명만 출교 처분을 받은 사실은 이상하다. 그런데 출교자 면면을 살펴보면 지난 이건희 사태와 학내 진보 운동에 힘써온 학생들이다. 출교자 중 강영만<사범대·컴퓨터교육 01>의 경우 지난달 5일 마이크 조차 잡지 않고 단순히 그 자리에 있었을 뿐이다. 즉 처음부터 학생들의 활동을 위축시키기 위한 학교의 표적징계였다는 증거다.

▶감금아닌 대화 요구했다는 말인데
그렇다. 학교 당국이 발표한 것과는 달리 물병을 던진 적도 없고, 교수들을 굶기려 한 적도 없다. 정수기 물을 받아와 직접 두손으로 드렸으며 중화음식을 주문해드렸다. 요구서를 받기만 했어도 그러한 일은 없었을 것이다.

▶이번사태를 평가해 달라
앞서 말했던 바와 같이 우리는 감금한 것이 아니라 단지 요구서를 받아달라고 한 것뿐이다. 학교 당국의 이번 징계는 학내 저항적 분위기를 일소하기 위한 행태라고 생각한다. 대자보 검열·강의실 대여 검열 등이 드러나고 있는 현실을 쇄신해야 하는 굉장히 중요한 국면이다.

세간에 퍼진 소문과는 다르게 보건대 05학번 이상의 학생들의 학적은 고려대병설보건대 소속이다. 고대신문 한 관계자는 “고려대와 보건대의 통합 당시 3+1, 2+2 학사코스 창설 등 통합시 일어날 수 있는 피해를 최소화하겠다는 학교 당국의 발표가 있어 고려대 당국과 접촉을 시도했지만 일체의 대외 접촉을 끊은 상태”였다고 말했다.
사건 현장을 지켜본 고대신문 기자는 “학생들이 어느 정도 과하게 행동한 감이 없지 않아 있고, 처장단이 요구서를 받기만 했어도 이런 일은 없었을 것”이라며 “양측 다 잘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고려대 당국은 담화문을 통해 “더 이상의 인내와 포용과 용서는 가르침과 선도가 되지 못할 뿐만 아니라 교육자로서의 책무를 유기하는 것임을 확실하게 인식”했다며 “학교 당국은 스스로 살을 도려내는 비장한 각오로 마침내 징계를 결정하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고려대 당국은 현재 모든 언론의 취재를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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