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이 지는 하늘, 영화가 뜨는 바다
별이 지는 하늘, 영화가 뜨는 바다
  • 금혜지 기자
  • 승인 2013.09.07
  • 호수 138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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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회 정동진 독립영화제 - 관객들과의 대담

특유의 소박함으로 마니아 관객층을 형성하고 있는 영화제가 있다. 정동진 독립영화제는 매년 여름, 자연에서의 야외 상영을 통해 독립영화의 저변을 넓히고 있다. 화려한 공연 라인업이 없어도, 가는 길이 멀고 험해도 관객들은 “앞으로도 매년 참가하고 싶다”라고 입을 모아 말했다. 영화제에 다녀온 본지 기자 두 명과 전영현<사회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12> 양, 조예은<디자인대 산업디자인학과 12> 양이 모여 이야기를 나눴다. 금혜지 기자와 전 양이 함께 영화제 첫날에 참여하고, 손다애 기자와 조 양이 둘째 날 행사에 다녀왔다.

독립영화가 여행에 스며들다

전영현(이하 전): 평소에도 독립영화를 즐겨보고 정동진에도 가보고 싶었던 터라 금 기자가 갑작스럽게 제안했는데도 흔쾌히 여행을 준비했다. 강릉에 와서 저녁을 먹고 영화제 장소로 갔는데, 조금 더 빨리 출발했으면 하고 후회했다. 어두워져서 가는 길에 주변 경관도 잘 보이지 않았고 늦게 도착해 상영작을 전부 보지도 못했다.

금혜지(이하 금): 제일 기대했던 영화가 배우 공효진 주연의 「그녀의 연기」었는데 못 봐서 아쉬웠다. 그래도 본 영화가 모두 굉장히 재미있었다. 특히 「4교시 체육 시간」은 정말 신선했다. ‘오타쿠’라고 불리는 ‘학생’과 ‘반장’이 체육시간에 교실에 남아있다가 ‘짱’의 도시락을 엎어서 일어난 일을 그린 영화라 신선했다.

전: 맞아. 엎어진 도시락을 복구하려고 애쓰다가 두 친구가 친해지는 내용이었는데, 배우들이 정말 학생처럼 천연덕스럽게 연기해서 놀랐다. ‘짱’의 도시락을 그대로 복원하기 위해 김을 자로 대서 자르고, 그런 깨알같은 포인트들에서 관객들이 다 같이 웃었다. 그리고 끝난 후에 감독과 대화할 수 있는 시간도 있어서 좋았다. 음향 시설이 생각보다 별로였던 게 아쉽긴 했지만.

금: 가장 맘에 들었던 영화에 동전으로 투표하는 ‘땡그랑 동전상’이라는 게 있다. 이 영화제에서 가장 권위 있는 시상식이라고 할 수 있는 이벤트였다. 함께 영화를 봤던 아버지가 가지고 계시던 모든 동전을 이 영화에 쏟아 부었다. 그래서 그랬는지 몰라도 결국 「4교시 체육 시간」이 상을 받았더라.

손다애(이하 손): 우리가 도착했을 때는 공포영화를 상영하고 있어서 깜짝 놀랐다. 아무것도 안 보이니까 더 무서웠다. 모기를 쫓으려고 여기저기 피워 놓은 쑥불 때문에 더 그로테스크한 분위기였다.

조예은(이하 조): 가장 기억에 남는 영화는 「몽구스피킹」이다. 한예종 학생들의 작품이었는데, 나와 비슷한 나이대의 학생들이 이런 ‘고퀄리티’의 영화를 만들었다는 사실이 신기했다. 이 영화제가 학생들의 작품을 상영할 수 있는 좋은 창구의 역할을 하는 것 같기도 하고. 커피잔과 냅킨을 사용해서 사람의 모습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부분이 참신했다. 특히 젖은 컵을 여자, 컵 홀더를 옷처럼 표현해 19금 장면을 연출한 부분에서는 관객들이 모두 소리를 질렀다.

이 영화제만의 분위기에 매료되다

조: 평소 독립영화에 큰 관심이 없었는데 정말 괜찮은 작품들을 많이 접할 수 있는 기회였다.

전: 그리고 보통 영화를 볼 때는 실내에서 보는데, 야외에서 보니까 색다르더라.

손: 영화를 안 봐도 그냥 돗자리 깔고 누워있는 것만으로도 좋았다. 선선하니 날씨도 좋고, 별똥별도 보여
서 분위기가 굉장히 좋았다. 영화가 별로 흥미가 없으면 계속 하늘을 보고 있었다.

금: 정해진 자리가 없어서 자유로운 분위기도 매력적이었다. ‘로얄석의 유혹’이라고 텐트 역할을 하는 모기장 대여 행사도 특이했다. 확실히 다른 영화제들과는 다른 분위기였다. 영화제보다는 뮤직 페스티벌에 가까운 느낌?

손: 영화제 입장할 때 레드 카펫을 깔아놓았는데, 모든 관객을 주인공으로 대해주는 느낌이 들어서 정말 센스 있다고 생각했다.  포토존에 예쁜 조각을 만들어 놓은 것도 좋았고.

조: 엽서 보내기 행사도 있었다. 엽서를 써서 우체통에 넣으면 각각 첫눈 오는 날, 영화제 끝나는 날, 1년 뒤에 발송되는 것이었다. 난 영화제 끝나는 날 엄마한테 보냈다. 밤이고 분위기도 좋아 감성적인 상태에서 썼는데 영화제가 생각보다 일찍 끝나더라. 여행 끝나고 돌아오니 편지가 와 있었는데, 막상 편지를 받아 보니 민망했다.

손: 나는 1년 뒤 나 자신에게 썼다. 내년에는 꼭 남자랑 오자고.
내년에도 참가할 것이냐는 물음에 모두가 망설임 없이 그렇다고 외쳤다. 이 행사가 너무 커지거나 많이 알려지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도 오갔다. 정동진 독립영화제가 앞으로도 많은 사람에게 소박하지만 소중한 추억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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