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오빠들이 좋은걸, 어떡해
아직도 오빠들이 좋은걸, 어떡해
  • 금혜지 기자
  • 승인 2013.05.04
  • 호수 138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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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에 열광하는 20대를 들여다보다

“빠순이가 어때서. 얼마나 건전한데. 계산하지 않고. 빠순이의 기본은 열정이야. 이걸로 사회에 나가 얼마나 열심히 일하는지 아나.”
지난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응답하라 1997」의 주인공 ‘성시원’의 대사다. 시원은 ‘오빠’를 보기 위해 부산에서 상경해 토니의 집 앞에서 노숙하고, 음반을 제일 먼저 사기 위해 전날부터 줄 서서 기다리는 H.O.T의 열혈 팬이다. 이 드라마는 ‘팬질’이라는 키워드를 전면에 내세워 케이블 채널 드라마 사상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큰 호응을 얻었다.

‘빠순이’가 아닌 문화의 소비자, 팬덤
팬들을 ‘(오)빠순이’라고 부르던 미디어들도 이제는 ‘삼촌팬',  ‘누나팬’ 등의 별명을 짓기 바쁘다. 그만큼 아이돌의 팬 층도 다양해졌다는 것을 보여준다. 아이돌의 소비계층은 한국을 넘어 해외까지 확장되고, 아이돌 중심의 K-pop은 새로운 ‘한류’의 가능성을 가진 새로운 수출상품으로 칭송되기도 한다.

논문 「한국 대중문화의 아이돌 시스템 작동 방식」에서는 아이돌 시스템을 “음반 산업의 몰락, 산업의 수직적 통합이라는 미디어산업의 환경 변화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탄생한 최적화된 시스템”이라고 정의하며, “이를 통하지 않고서는 대중문화 산업의 주류가 되기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표현한다. 이렇게 아이돌은 대중문화의 일부로 자리 잡았고 이를 주도적으로 소비하고 재생산하는 팬덤도 함께 주목받고 있다. 「응답하라 1997」의 연출을 맡은 신원호 PD는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팬들은) 대중문화를 떠받들고 있는 주체지만, 전반적으로 한심하다는 시선 때문에 정당한 대접을 받지 못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지금의 팬들이 하는 일들
팬들은 주로 온라인 사이트를 통해 커뮤니티를 이루고 조직적인 활동을 전개한다. 대표적인 예로 가수 ‘샤이니’의 팬 페이지인 「샤기지」가 있다. 「샤기지」는 약 7만여 명의 회원과 10명의 관리자로 이뤄진 대형 커뮤니티이며, 회원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모금을 통해 운영된다. 편지와 선물을 개인적으로 기획사에 전달하던 예전과 달리 요즘 팬들은 사이트를 통해 모금한 돈으로 연예인과 스태프들에게 ‘스케일이 큰’ 선물을 한다. 이 과정을 ‘조공’ 또는 ‘서포트’라고 부른다. 페이지 운영자 ‘니뚱’은 “샤이니 데뷔 1~4주년과 뮤지컬드라마 주연 시기에 서포트 활동을 진행했다”며 “서포트 진행 과정은 우선 소속사 측에 미리 문의한 다음 페이지에 공지를 올려서 회원들의 모금을 받는 형식으로 진행된다”고 전했다. 현재 이 페이지에서는 ‘샤이니 5주년 서포트’를 준비하고 있다. 서포트를 위해 개설된 계좌에 팬들이 자발적으로 입금하면 그 돈으로 운영진이 물품을 구매하고, 가수에게 전달한다.

팬들은 스타에게 선물을 주는 단순한 서포트 활동을 넘어 기부를 또 다른 문화로 정착시켰다. 「샤기지」에서도 네이버 해피빈 콩 기부나 쌀 기부 등의 활동을 통해 팬 문화의 긍정적인 측면을 부각하는 데 일조하고 있다. 페이지에서의 기부 활동은 2009년 3월 어떤 회원의 기부 창구 개설로 시작돼 현재 누적 기부액이 1천 4백만 원 이상이다. 운영자는 “팬 활동으로서의 기부 활동은 새로운 문화인 동시에 가장 값진 부분이라고 생각된다”며 “좋아하는 사람에게 사랑을 표현하는 대신 좋아하는 사람을 위해 사랑을 나누는 행위 자체가 의미 있는 일인 것 같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렇게 긍정적인 측면 이면에, 팬이라는 이름을 앞세워 사회적 논란을 일으킨 사건도 있었다. 바로 ‘사생활 팬(일명 사생팬)’이다. 현재 공익근무 중인 슈퍼주니어 멤버 김희철은 자신의 트위터에 “집 앞도 구청 앞도 찾아오지 마세요. 교통사고 후유증이 아직도 남아있는데 매번 목숨 걸고 도망가듯 운전하는 거 무섭습니다”는 글을 게재했다. ‘매번’과 ‘목숨 걸고’라는 표현에서 사생팬들이 개인의 안전과 생활을 위협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 다른 예로 그룹 JYJ를 들 수 있다. JYJ의 사생팬들은 멤버들의 주거지에 무단으로 침입해 키스를 시도했고, 멤버들의 휴대전화 번호를 복제하기도 했다.

이런 현상에 대해 곽금주<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사생팬들의 행동은 스스로를 드러내고 싶은 욕구에서 비롯되는 것”이라며 “‘나는 스타와 이 정도로 친하다’는 것을 과시하고 싶은 마음에 점점 과한 행동을 하게 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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