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은 인권이고 공공자산이다
물은 인권이고 공공자산이다
  • 한대신문
  • 승인 2006.03.26
  • 호수 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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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세계 물의 날을 맞아 제 4차 세계물포럼(WWF)이 지난 16일부터 22일까지 멕시코시티에서 열렸다. 이번 포럼에서 새롭게 떠오른 화두는 물의 사유화였다.

포럼이 시작된 16일 멕시코시티 컨벤션 센터 앞에서는 각국의 환경운동가들을 포함한 1만여 군중들이 기업들의 생수 독점을 규탄하는 시위를 격렬하게 진행했다. 이들은 “세계의 물 위기는 물 부족 때문이 아니라 물 관리 때문”이라며 물의 상품화를 비판했다.

특히 기술 부족과 자본 조달에 어려움이 있는 국가는 상수도망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아 안정적인 물 공급이 어렵다. 이런 약점 때문에 수에즈, 벡텔같은 다국적 기업들은 상수도 관리권을 획득, 수도관 교체 없이 수도요금을 인상해 수익을 올리는 등의 불안정한 수도 공급을 계속하고 있다.

IMF위기 이후 구조조정이란 이름하에 진행되었던 공기업의 민영화를 볼 때, 물의 사유화는 우리에게 전혀 낯선 개념이 아니다. 실제로 정부가 발표한 ‘물 산업, 미래전략’을 보면 오는 2007년부터 상하수도 서비스가 민영화된다. 물이 민영화된다는 것은 물 관리를 국가가 아닌 시장으로 바꾼다는 말이다. 즉 이윤추구의 논리가 공공복지보다 더 중요하고 필수적인 물을 지배하게 된다.

주의해야 할 것은 사회에서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의 특성이다. 기업이 선택하는 사업과 진출하는 지역은 단순히 혁신 마인드·글로벌 마인드이기 이전에 이윤추구라는 동기로부터 시작된다.

실제로 지난 1998년 세계은행의 요구대로 미국 베텔사에 상하수도 관리를 넘긴 볼리비아의 경우 물 값이 두 배 이상 올랐다. 이는 최저임금자의 한달 임금 중 반을 차지하는 금액이었다. 또 체코에서는 민영화 이후 가정용 상수도 값은 39.8%, 하수도 값은 66.6%이 올랐다. 값은 내려가고 질은 좋아질 것이라는 민영화 복안의 예측과는 다른 결과이다.

물의 사유화 문제에 대한 책 ‘블루 골드’의 저자 모드 발로와 토니 클라크는 물의 사유화로 인해 더욱더 가속화된 물 위기와 인권 침해 사례를 제시하면서 “기업들은 늘 상품과 매매에 관해 이야기하지만, 인권이 상품이 되었다면 그 상품은 매매되는 것이 아니라 약탈되고 유린되는 것이다”고 강조한다.

물은 어느 누구의 것도 아니다. 만약 물이 민영화 된다면 이윤추구에 의해 공적 책임이 상실될 수 있다. 물과 관련된 이야기만 나오면 빠짐없이 출연하는 봉이 김선달의 대동강 물 이야기를 보고 웃을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물은 언제나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고 풍족하게 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화가 현실로 다가오는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는 웃을 수 없다. 물을 넘어 공기조차 사유화될까 걱정하는 것이 기우는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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