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심적 병역거부와 대체복무제
양심적 병역거부와 대체복무제
  • 한대신문
  • 승인 2006.03.26
  • 호수 121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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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선 부대의 장병들은 휴가를 나갈 때마다 간단한 휴가전 교육을 받는다. 교육 내용 중의 하나는 ‘몸을 다치면 안된다’는 것이다.

군인의 육체는 군인의 것이 아니라, 국가의 무기(武器)이므로 함부로 국가의 방위력을 훼손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군대에서는 총이나 폭탄만이 무기가 아니다. 군대에서는 훈련을 거쳐 만들어진 인간의 육체도 하나의 병기(兵機)다.

그러나 얼마 전부터 군대가 저지르는 야만적 행위에 반기를 든 사람들이 나타났다. 양심적 병역거부를 선언하며, 군 입대를 하지 않는 사람들이다. 어느 남성 동성애자는 군대 내에 존재하는 폭력적 군사문화와 남성우월주의적 문화에 저항하며 양심적 병역거부를 선언하였다. 그의 소신 있는 커밍아웃과 양심적 병역거부는 인간을 하나의 무기로 만드는 군대에 대한 보이콧이었다. 그의 양심적 병역거부를 수용하고, 이를 기화(奇貨)로 대체복무제의 도입을 현실화해야 한다.

양심적 병역거부와 대체복무제와 관련하여 남북분단이라는 엄존하는 현실을 외면할 수 없다는 반론도 있다. 양심적 병역거부를 허용한다면 군가용 인력이 줄어들 것이라는 얘기다. 사실 이것은 기우(杞憂)에 불과하다. 우리나라의 장병 숫자는 대략 60만명 정도로 추산되는데, 그중 60%는 비전투요원이다. 절반이 채 안되는 전투요원들의 뒷수발을 들기 위하여 절반 이상의 장병이 낭비되고 있다. 심지어 우리나라 국방 예산의 절반가량은 인건비로 소모되고 있다.

그리고 대체복무제가 있기 때문에 병역 기피 풍조가 만연할 가능성은 별로 없다. 우리와 안보 상황이 비슷한 타이완에서도 양심적 병역거부를 허용하며 대체복무제를 도입하여 양심적 병역거부가 악용될 소지를 차단하였다. 종교나 기타 다른 사유로 병역을 거부한 사람들은 군 복무기간에 해당되는 기간 혹은 그 이상의 기간을 사회봉사나 다른 공익적 활동으로 사회에 기여를 하면 된다. 실제로 타이완뿐만 아니라 독일, 러시아 등 징병제를 실시하고 있는 많은 나라에서 대체복무제를 법률로 보장하고 있다.

대체복무제를 도입할 경우, ‘대체복무제를 원하는 이들의 신념과 소신을 어떻게 검증할 것인가?’라는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그러나 이 문제는 사법부의 판단과 보완 입법으로 해결할 수 있다. 3명의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해 최초의 무죄판결을 내린 이정렬 판사는 또 다른 1명에 대해서는 유죄판결을 내렸다. 병역 거부의 계기와 병역 거부 선언 이후의 활동이 유죄 판결 사유였다. 이러한 판결을 토대로 대체복무에 대한 보완 입법이 뒤따른다면 대체복무제를 원활히 정착시킬 수 있다.  

양심적 병역거부와 대체복무제는 우리의 국방력과 사회적 성숙도를 감안하였을 때 충분히 수용가능한 제도임에도 불구하고 비합리적인 이유로 금기시되고 있다. 병역의 의무는 신성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어떠한 미사여구로 포장하더라도 군대는 살상을 가르치고, 폭력을 내재화하는 곳이다. 폭력에서 벗어나는 길은 우리가 조금더 합리적으로 사고하는 수밖에 없다.

이권열 <사회대·정외 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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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완식 2020-06-10 13:34:25
https://www.jw.org/finder?wtlocale=KO&docid=502013211&srcid=share
잘보았습니다 감사합니다 참조해보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