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으로 읊조리며 리듬을 느껴봐
입으로 읊조리며 리듬을 느껴봐
  • 이나영 기자
  • 승인 2012.03.10
  • 호수 136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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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나영 기자의 시조 창작 체험기
시조를 쓰기 위해 책상에 앉아 어떤 소재로 글을 시작해야 할 지 생각했다. 시조시인 박희정 작가의 “대학생에겐 기성세대와 차별화되는 젊음의 시조가 필요하다”란 말을 떠올렸다.

나만이 쓸 수 있는 경험이 어떤 것이 있는 지, 현대의 문화를 시조란 장르에 어떻게 녹여내야 할지 생각했다. 바이올린을 연주해왔던 경험을 통해 바이올린이란 현대적인 문화를 시조에 녹여내기로 정했다.

먼저 생각나는 대로 시조에 들어갈 내용을 길게 풀어 썼다. ‘활을 들어 바이올린을 켜자 라장조의 선율이 귀에 스며들어온다’는 내용으로 시작했다. 이 문장을 시조 한 수에 어떻게 그려낼 지 막막했다.

시조의 틀대로 글자 수를 맞추는 것이 어려울 것이라 생각했으나, 표현을 찾는 것은 생각보다 쉬웠다. 굳이 어려운 표현을 쓰지 않고 사람들이 공감할 만한 일상적인 표현을 쓰는 것이 읽기에 편할 것 같았다.

음악과 관련된 소재여서 형태도 색다르게 나타내고 싶었다. 바이올린 선율의 리듬감을 시조에서 어떻게 시각적으로 표현할 지 고민하다가 ‘구’끼리 떨어뜨려놓는 것은 어떨까 생각했다. 고시조처럼 한 줄에 한 장이 담겨있는 것이 아니어서 여백의 미도 살릴 수 있었다. 다만 시조의 형식을 살리기 위해 종장의 첫 음보는 세 글자로 제한해서 썼다.

시조를 창작하는 과정은 어렵지만은 않았다. 입으로 중얼거리며 써 보니 음보와 글자 수를 맞추기도 쉬웠다. 글자 수를 맞추는 것이 까다로울 줄 알았는데 오히려 흥미롭기까지 했다.

앞서 생각한 문장이 “익숙한 라장조가/두 귀에 가득 스밀 때//어깨를 들썩이며 흥겹게 활을 켠다//고음의 저 바이올린에 팽팽한 긴장 돈다”는 시조로 탄생했을 때의 상쾌함이 창작 욕구를 자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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