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내기와 연구년 교수의 동심
새내기와 연구년 교수의 동심
  • 김미영<사범대 국어교육과> 교수
  • 승인 2012.03.04
  • 호수 136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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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조어는 대체로 사회의 변동과 맞물려 있다. 대학가 용어로 자리 잡은 '새내기', '동아리', '모꼬지', '동방'을 보더라도 1990년대 후반 탈이념화의 방향을 반영한 사회와 무관하지 않다.

처음 ‘새내기’란 단어를 들었을 때의 느낌이 떠오른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이 단어가 매우 낯설었다. ‘-내기’라는 접미사와 결합하여 만들어진 단어들(‘서울내기’ ‘신출내기’ 등)은 일반적으로 약간의 비하감을 동반하기 때문이다. 대학의 ‘꽃’이라 할 수 있는 신입생의 대체 단어에 비하 느낌이 있다는 것은 어울리지 않았다. 시간의 힘인가. 그런 느낌으로 접한 ‘새내기’가 이제는 ‘설렘의 대상’을 표현하는 말로 더 이상 어색하지 않으니 말이다.

지난달 23일 졸업식을 치르면서 마음 한편에서는 올해의 새내기는 어떤 모습일지 기대했다. 그리고 연구년을 처음 맞이하는 내 모습을 오버랩시켰다. 대학에 첫발을 내딛는 새내기의 마음이나 첫 연구년을 맞는 내 마음이 매우 닮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교수사회에서 연구년은 재충전의 시기라고 할 수 있다. 1990년대 초반에 이 제도가 도입됐을 때는 연구년보다 안식년(安息年, sabbatical year)이라는 단어로 더 통했다. 성경에서 유래된 이 용어는 유대인들에게 7년마다 한 번씩 토지를 쉬게 하려고 정한 제도를 말한다.

새내기와 연구년 교수의 닮은 점은 무엇일까. 첫째, 6년의 시간을 거친 후에 받아들인다는 점이다. 대학교에서 새내기라는 말을 듣기 위해선 6년의 긴 시간이 필요하다. 물론, 초등학교 6년도 있으나 대학진학에 대한 심리적 중압감을 민감하게 느끼는 시기로는 중등과정을 무시할 수 없다. 그리고 나서야 찾아오는 시기다. 교수들의 연구년도 6년의 시기를 거쳐야 찾아온다.

둘째, 설렘의 대상이라는 점이다. 새내기들은 모두 들떠 있다. 마찬가지로 연구년 교수, 특히 신참 교수의 연구년도는 설렘으로 시작한다. 모두 6년 만에 누려보는 철저한 자유의 시간이기 때문이다. 이 자유의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생각하는 자체만으로도 마음이 들뜨고 얼굴과 온몸에서 신선한 기운이 드러난다.

셋째, 1년 후부터는 성과를 보여야 한다는 점이다. 달콤한 밀월 기간이 끝나면 새내기와 연구년 교수는 다시 일상의 틀로 복귀해야 한다. 그 일상은 매우 빽빽한 생활의 연속일 수 있다. 그래서 교수에게 연구년은 재충전의 시기여야 하고, 새내기에게는 대학 4년을 완성해나가는 탐색의 시기여야 한다.

어떤 새내기는 ‘새내기’의 표찰을 때기도 전에 스펙 쌓는 과정에 몰두할지도 모른다. 나는 새내기 시절부터 공부에 집중하라는 얘기는 하고 싶지 않다. 그동안 공부라면 신물이 날 정도로 했을 테니까. 중요한 것은 내 인생의 목표가 무엇이고, 어떻게 도달하는 가를 찾아내는 일이다. 대학 4년은 바로 나의 인생을 설계하는 데 모든 노력을 기울이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새내기 시절은 인생설계의 탐색기로 활용하는 것이 좋겠다. 새내기는 분명 성인기로 접어드는 분기점이다. 이 시점부터 진행되는 모든 일들은 새내기의 자유와 책임에서 이뤄지는 것이며, 그 결과는 인생과 가장 밀착된다. 따라서 탐색을 위한 방법과 도구를 찾는 데 게으르면 안 될 것이다.

나도 연구년 생활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생각을 많이 했다. 대부분의 교수들처럼 외국대학교로 나갈지 국내에 있을지 고민했다. 그리고 국내에 있기로 결정했다. 국내에서 해야 할 일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외국에서 새로운 시야를 확보하는 것도 매우 유익하겠지만, 내가 하고 싶은 일들을 국내에 머무르는 것이 더 적합하다.

2012년 새내기와 약속을 하고 싶다. 우리 모두 일 년을 알차게, 지혜롭게 보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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