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인과 함께 낙타의 등에 올라타다
연인과 함께 낙타의 등에 올라타다
  • 이우연 수습기자
  • 승인 2011.12.03
  • 호수 13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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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막한 낙산에 울려퍼지는 사랑의 대화

낙산공원을 휘감고 있는 옛 성곽과 주변 도시의 불빛이 이채롭다.
혜화역에 도착하자 구세군 소리가 들려온다. 대학로의 공기는 그 여느 때보다 사랑스러운 연인들의 냄새로 가득하다.

2번 출구로 나가 화려한 간판을 내건 상점들과 각종 소극장으로 가득 찬 대학로 속을 깊숙이 들어가자 한적한 골목길이 나온다. 수선집이나 점집, 동네슈퍼가 듬성듬성 있는 모습이 옛 동네의 정취를 느끼게 한다.

‘낙산공원 50m 앞’이라는 표지판과 함께 언덕길이 등장한다. 낙산은 조선시대 한양을 둘러싸고 있던 내사산(북악산, 남산, 인왕산, 낙산) 중 하나이다. 낙산공원은 낙산의 자연환경과 역사문화적 환경을 복원해 만든 공원이다. 낙산공원으로 가는 언덕길 옆에는 낙타 등과 비슷하다고 해서 낙산이라고 불린다는 유래에 걸맞게 낙타 그림이 그려진 벽화들이 있다.

계속해서 언덕길을 올라가자 큰 용이 그려진 벽화가 나타난다. 낙산의 상징인 좌청룡이다. 그 옆에는 복원 전후의 도성 모습이 담긴 사진이 있다.

이 벽화들을 지나면 중앙광장이라고 하는 넓은 터가 나타나는데 이곳에는 조형물, 낙산전시관, 매점 등이 있다. 한편 광장 양쪽에 성곽, 낙산정, 전망광장으로 갈 수 있는 계단이 있다.

▲ <낙상공원에서 한 커플이 야경을 배경으로 다정히 사진을 찍고 있다>
왼쪽으로 올라가는 계단은 인적도 드물고 군데군데 가로등이 세워져 있어 낭만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연인들은 바람이 불어오는 계단 위에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둘만의 시간을 보낸다. 손을 꼭 잡은 채 서로를 지그시 바라보는 젊은 남녀, 교복을 입은 어린 연인, 등산복을 입고 팔짱을 낀 채 걸어가는 중년부부 등 연령대는 다르지만 모두 제각기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계단 옆 스피커에서 나오는 노래에 맞춰 걷다 보니 어느새 낙산정에 도착했다. 서울의 야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저 멀리 남산타워의 불빛이 서울을 환하게 비춰주고 있다. 이곳에서 바라본 서울은 평소의 번잡하고 바쁜 모습이 아닌 조용하고 한적한 모습이다. 곧이어 오른쪽 산길로 걷다 도착한 북쪽 끝자락에는 둥근원형쉼터와 각양각색의 운동기구가 있다.

둥근원형쉼터에서 한 여성과 함께 야경을 바라보고 있던 이기훈<서울시 군자동 26> 씨는 “인터넷 검색으로 알게 돼서 찾아 왔다”며 “야경 보기에도 좋고 천천히 걸으며 이야기를 나누기에도 좋아서 만족한다”고 말했다. 이렇듯 낙산공원에는 멀리서 찾아온 사람들과 동네 주민들이 산책을 즐기고 있었다.

곧이어 눈앞에 서울성곽이 펼쳐진다. 성곽 너머의 야경은 낙산정에서 바라본 도심의 야경과는 다른 모습이다. 화려하진 않지만 소박한 불빛들이 눈에 띤다. 조선시대의 기운이 느껴지는 성곽을 따라 걷다 보면 차례로 제 1·2·3 전망대가 등장한다.

이렇게 성곽을 따라 내려가다 보면 어느새 낙산공원 출구 쪽에 다다른다. 그 곳에서, 올라 갈 때에는 약간 거리를 두고 걷던 남녀가 자연스레 손을 잡고 있다.

사진 이재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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