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해석」으로 꿈의 세계에 도전장을 내밀다
「꿈의 해석」으로 꿈의 세계에 도전장을 내밀다
  • 김명지 기자
  • 승인 2011.11.12
  • 호수 13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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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의식의 세계에서 찾는 인간 정신의 근원

영화 「인셉션」은 꿈에 대한 사람들의 일반적인 생각에서 출발한다. 꿈속에서의 시간은 실제 시간보다 매우 길게 느껴진다는 것, 단순히 머릿속으로 떠올려본 일이 눈 앞에서 당장 일어날 수 있다는 것 등이 그렇다.

오스트리아의 의사이자 정신분석학자인 지그문트 프로이트는 이 영화가 만들어지기 100여 년 전에 이미 ‘꿈’에 대해 탐구했다. 프로이트의 저서 「꿈의 해석」은 인간의 정신을 분석하기 위해 ‘무의식’을 추적한다. 물론 정신 분석의 연구 자체는 1890년대부터 시작되고 있었으므로 프로이트가 ‘창시자’인 것은 아니다. 그러나 어느 누구도 프로이트만큼 다양한 꿈의 사례를 분석해 학문적으로 집대성하진 못했다는 평가다. 곽정연<서울여대 인문과학연구소> 교수는 “프로이트는 최초로 무의식을 총체적으로 연구했으며 이후 정신분석학의 발전 기반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꿈에 대한 프로이트의 관심은 당시 사회에 난무하던 ‘히스테리’에 자극을 받은 것이었다. 히스테리는 다른 병들과 달리 육체적으로 드러나지 않는 질환이었기에 치료가 어려웠다. 많은 의사들이 최면기법 등을 사용했으나 효과는 뚜렷하지 않았고 프로이트 역시 마찬가지였다고 한다. 따라서 프로이트는 ‘대화’란 새로운 치료 방법을 도입해본다. 환자와 자유로운 대화를 나누며 그 속에 담긴 사건의 원인을 분석해보고 관련 질문을 덧붙이는 방식이었다. 환자들은 자연스레 프로이트에게 자신의 일상 생활과 꿈에 대한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곽 교수는 “이를 통해 프로이트는 꿈이 인간의 억압된 욕망을 관찰할 수 있는 매체라 생각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프로이트에게 꿈은 한 인간이 가진 무의식의 세계를 찾아낼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이었다. 인간은 ‘초자아’란 자기 정신 내부의 도덕적 검열에 의해 자신의 욕망을 정상적으로 드러내지 못한다. 꿈은 응축과 전위, 상징화의 방법으로 실제와 구별되는 욕망을 보여준다. 응축은 시각적 상에 여러 요소들이 섞여 나오는 것이고 전위는 정상적인 것들이 뒤바뀌어 표현되는 것이다. 실제로는 좋아하는 것이 꿈에서는 싫어하는 것으로 등장하거나 일상 사물의 배치가 완전히 뒤바뀌어 나오는 것이 그 예다. 여기에 상징화까지 더해지기 때문에 완성된 꿈의 모습은 좀처럼 해석이 어려운 것이다.

「꿈의 해석」에서 프로이트는 꿈의 형성 과정에 대해 다음과 같이 밝혔다.

『꿈 작업은 생각이나 계산,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변형시키는 일만 한다. 꿈 작업의 산물이 충족시켜야 하는 조건들을 주목하면 꿈 작업을 충분히 묘사할 수 있다. 꿈은 무엇보다도 검열에서 벗어나야 하며 이런 목적을 위해서 꿈 작업은 심리적 강도의 전위를 이용해 모든 심리적 가치들을 전도시킨다. (중략) 사고 재료의 논리적 관계들은 거의 고려되지 않고 결국 꿈의 형식적 특성 속에 은폐되어 표현된다』. 6장 ‘꿈의 작업’ 중에서.

이처럼 꿈은 사람이 인지하지 못할 정도로 왜곡돼있는 듯 보이지만 엄연히 현실을 담고 있다. 곽 교수는 “현실은 무의식과 반대되는 개념이 아니다”라며 “인식하기 힘들 뿐 억압된 무의식 역시 엄연한 현실”이라고 전했다.


「꿈의 해석」에 담긴 프로이트 자신의 꿈

프로이트는 1856년 오스트리아에서 태어났으며 유태인으로서 성공한 양모장수였던 아버지로부터 유머와 자유주의 사상을, 어머니에게선 감성적인 면모를 물려받는다. 이후 그는 중등교육기관인 김나지움을 우등으로 졸업해 빈 대학 의대에 진학한다. 대학에서부터 그가 원했던 것은 학문 연구였으나 유태인에 대한 사회적 질시와 경제적 곤란 등으로 이를 포기하고 의사가 된다. 그는 파리에 가서 당시 저명한 신경병학자였던 샤르코에게서 수학한 후 신경과 전문의로 개업한다. 이후 동료 브로이어와 함께 연구를 하며 꿈을 ‘성’과 관련해 해석하기 시작한다.

프로이트는 당시 연구 대상이었던 히스테리의 근본 원인이 ‘성욕’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이는 사회적으로 받아들여지기 힘들었다. 곽 교수는 “당시 고상한 여성들은 성욕이 없는 것으로 치부하던 유럽사회 풍조에 반하는 것이었다”며 “심지어 프로이트는 어린아이까지도 어머니에 대한 성욕을 갖는다고 주장(오이디푸스콤플렉스)했기 때문에 학계로부터 고립됐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그의 주장이 결국 동료 브로이어는 물론 융 등의 제자들과도 결별하게 만들었다.

「꿈의 해석」이 발간되던 당시 유럽과 오스트리아 사회는 보수적이었다. 프로이트 이전의 꿈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다소 주술적이며 초자연적인 것에 의존하는 편이었다. 물론 아리스토텔레스와 같이 꿈에 대해 학문적으로 탐구하며 ‘영혼의 활동’이라 명명한 사람도 있었으나 체계적인 수준은 아니었다. 이에 반해 프로이트는 환자들의 사례를 모으는 것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의 사례까지 메모하며 분석했다.

책 속에 등장하는 ‘이르마의 주사 꿈’은 그가 분석한 수많은 꿈의 사례 중 하나다. 꿈에서 프로이트는 어느 날 이르마란 자신의 여환자가 아픔을 호소하는 것을 상대하고 있다. 그러나 이내 그는 그것이 자신이 아닌 선배 의사의 잘못으로부터 비롯됐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는 이 꿈이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는 한편 의사로서의 능력을 과시하고 싶은 욕망을 표출한 것이었다고 밝혔다.


과거의 프로이트를 보는 현재

▲ 도미니크 앵그르의 「스핑크스의 수수께끼를 설명하는 오이디푸스」, 1808년
프로이트에게 2차 대전은 또 다른 시련이었다. 나치정권은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을 불법화하고 그의 연구 서적들을 폐간한다. 딸 소피아는 가스실에서 죽고 만다. 이후 그는 런던으로 망명했지만 암으로 인해 망명 다음 해에 죽게 된다.

그러나 그의 「꿈의 해석」은 여전히 현대 정신분석학에 막대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곽 교수는 “프로이트의 분석은 이후 수많은 정신분석학의 기초가 돼 여러 분석 방법론으로 발전해 나갔다”며 “프로이트 이후의 정신분석은 그의 수많은 이론들 중 하나를 잡아 연구한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그의 생각은 많은 이들에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동료 브로이어와의 관계에서와 마찬가지로 성에 대한 강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는 이렇게 말한다.

『나는 성인의 성교가 어린이들에게 두려움과 함께 불안을 일깨우는 것이 일상생활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이런 불안의 원인이 성적 충동 때문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어린이들은 성적 충동을 이해하진 못하지만 부모와 연루돼있기 때문에 거부한다. 그 결과 성적 충동이 불안으로 바뀌는 것이다』. 7장 ‘꿈 과정의 심리학’ 중에서.

프로이트는 어린아이의 의식 속에도 성적 충동이 삶의 에너지로서 작용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어린 시절의 성 충동이 성인이 된 후에도 무의식 속에 잔존하며 인간 심리의 근원이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프로이트의 「꿈의 해석」을 읽는 것은 쉽지 않다.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에게 곽 교수는 △프로이트의 기본적인 사고를 이해하고 책을 읽을 것 △‘정신분석용어 사전’ 등 관련 용어가 정리된 것을 참고할 것을 추천한다.  

도움: 곽정연<서울여대 인문과학연구소> 교수
참고: 한국방송통신대학교 제작 「꿈의 해석 심리학」
이미지 출처: 구글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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