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뤄지지 않아 더 아름다운 사랑
이뤄지지 않아 더 아름다운 사랑
  • 이나영 기자
  • 승인 2011.09.17
  • 호수 13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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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의 크리스마스」에「Once」대입하기
아일랜드의 한 거리에서 기타를 메고 밤낮으로 노래하는 한 남자가 있다. 그 거리에는 꽃을 파는 여자가 있다. 남자의 노래가 좋다며 그녀는 남자에게 다가간다. 이들은 어느 순간 함께 노래하고 있다. 사랑이지만 사랑이라 말할 수 없는 감정을 품은 음악을 노래한다. 이들은 음악을 통해 자신을 표현하고 삶의 상처를 달래며 기억을 노래한다.

영화 「Once」는 「8월의 크리스마스(이하 「8월」)」와 서사의 구조가 비슷하다. 「Once」역시 「8월」과 같이 화려하지 않은 도시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튀지 않은 색을 지닌 동네, 신경 쓰지 않은 듯 수수한 복장을 한 주인공, 그리고 홈비디오 느낌의 영상을 통해 두 영화는 사랑이라는 감정이 일상적이며 극적인 사건 없이도 발생한다는 모습을 보여준다. 정제된 감정을 나누는 주인공들은 굳이 사랑을 소유하려 들지 않는다.

▲ <악기상에서 둘만의 첫 합주를 가지는 남자와 여자>
「8월」에서 주인공들이 만나게 된 계기가 사진이라면, 「Once」는 음악으로 만나게 된다. 남자와 여자는 악기상에서 가진 둘의 합주를 통해 소통의 기점을 마련하게 된다. 머뭇거리며 멜로디만 연주하던 여자가 남자의 연주에 맞추어 화음을 넣는 과정은 둘을 음악을 통해 교감시킨다. 「8월」에서 정원과 다림이 비오는 날 우산이라는 틀 안에서 함께 걸으며 발걸음을 맞춰 가는 과정과 비슷하다.

두 영화 모두 주인공의 사랑은 결실을 맺지 못한다. 현실을 도외시한 채 사랑의 결과에만 치중하는 신파가 없어 관객들은 그들을 보며 아쉬워하면서도 한편으론 동질감을 느낀다. 영화 속이지만 그들 역시 우리와 같은 현실의 문제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두 영화는 다른 영화보다 살아있으며 되새김되는 것이다.

「Once」의 여자와 「8월」의 다림은 감정을 받아들이는 입장에서 차이가 있다. 「Once」의 여인에게는 아이가 있고, 떨어져 사는 남편이 있다. 그녀에겐 감정의 애달픔이 존재 할 틈이 없다. 현실의 무게에 짓눌려 사랑이라는 감정이 닥쳐와도 마냥 받아들일 수 없다. 반면 「8월」의 다림은 정원의 상황을 모르기에 정원에게 다가가려 손을 내민다. 아직 어린 다림에겐 부풀어 오른 감정을 억누르기란 힘이 든다. 다림에게는 사랑을 이루고자 하는 낭만이 존재한다면 「Once」의 여자는 자신을 돌아 볼 현실감이 존재하는 것이다.                            

참고: 저서 「영화처럼 사랑을 요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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