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세계의 문화수도를 자처하는 파리에서 개최된 한국 아이돌 그룹들의 공연에 유럽 각국의 팬들이 몰려들어 큰 성황을 이뤘다. 90년대 후반 이후 동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한류 바람이 불기 시작했지만 우리 대중문화가 유럽 시장까지 뒤흔들어 놓을 것이라 예상했던 사람은 거의 없었을 것이다.

우리나라가 70년대에 이룩한 고도 경제성장이 첫 번째 한강의 기적, 90년대에 이루어진 정보통신혁명이 두 번째 한강의 기적이라면, 작금의 한류 열풍은 가히 ‘제3의 한강의 기적’이라고 부를만하다. 우리가 한류에 큰 관심을 갖는 이유는 문화적 자부심을 세워주는 한편 경제적 파급효과와 국가 브랜드 제고라는 실익도 크기 때문이다.

한류를 가능하게 했던 원인은 크게 다섯가지다. 첫째, 내적 요인으로 80년대 이후 한국 대중문화 자체가 경쟁력을 갖추게 됐다. 둘째, 외적 요인으로 중국 및 동아시아 지역의 경제성장으로 새로운 문화적 욕구가 분출됐다. 셋째, 개인적 요인으로 한국의 대중문화를 해외시장에 소개한 몇몇 기업가들이 있다. 넷째, 정책적 요인으로 문화산업의 해외진출을 위한 정부의 각종 지원이 있었다. 다섯째, 기술적 요인으로 트위터,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해 K팝이 세계에 소개될 수 있었다. 한류 현상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설계되지 않은 성공’이라는 것이다. 한류란 누군가의 주도로 치밀하게 사전기획돼 나온 결과물이 아니라는 의미이다. 한류라는 성공은 여러 요인들의 ‘우연의 소산’이라는 말이다. 지금까지의 추세를 보면 두 가지 특징을 발견할 수 있다. 첫째, 한류를 구성하는 종목 및 선수층이 계속 확대됐다. 처음에는 대중음악과 TV드라마가 한류 붐을 일으켰지만 뒤이어 영화, 게임 등이 차례로 대열에 합류했다.

둘째, 한류의 지리적 영향권 역시 계속 확산됐다. 초기 주로 동아시아 일부 지역에 머물렀던 한류는 그 이후 중앙아시아, 러시아 등에 이어 유럽과 미국으로까지 진출했다.

한류 현상을 통해 우리가 배울 수 있는 교훈은 무엇일까. 한류의 성공에 대한 분석은 ‘불확실성’에 대한 성찰의 필요성을 일깨워준다. 한류는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 ‘즐거운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한류가 처음 시작됐을 때부터 일각에서는 한류의 미래는 불투명하며 일시적 현상에 그칠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이 제시되곤 하였다. 하지만 한류는 계속해서 활발하고 넓게 전개돼왔다.

우리는 미래를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다. 지금 내린 어떤 결정과 지금의 투자가 장차 어떤 열매로 돌아올지 아무도 말해주지 못한다. 열매를 맺기는 할 것인지도 불투명하다.

미래가 확실하지 않다는 것은 무엇이든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알 수 없는 미래는 두려운 동시에 가슴 설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인생에서, 특히 젊은 시절에 어떤 선택을 하든 조급한 마음에 일희일비하기보다는 여유를 가지고 기다려야 한다. ‘기대하지 못한 멋진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야말로 한류의 가장 큰 교훈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