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회’로 촉발된 반값 등록금,‘집회’만으로 끝나선 안돼
‘집회’로 촉발된 반값 등록금,‘집회’만으로 끝나선 안돼
  • 하동완 기자
  • 승인 2011.08.31
  • 호수 134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학생이 적극적으로 정치 참여해 선거로 의견 표출해야

반값 등록금 논란의 시발점은 ‘광화문 집회 연행 사태’다. 지난 5월 29일 우리학교 학생 9명을 포함한 대학생 70여명이 광화문 광장에서 반값 등록금 실현과 청년실업 해결을 요구하며 기습시위를 벌이다 강제 연행당했다. 이후 학생들이 연행당하는 모습이 언론에 보도되며 반값 등록금 논란이 전국적인 이슈로 확산됐다.

이슈화 주도한 반값 등록금 집회, 학생-학부모 연대
한국대학생연합(이하 한대련)은 이 같은 이슈화에 힘입어 산발적인 기습시위를 지속했다. 지난 6월 10일에는 청계광장에서 3만명이 참여한 대규모 집회를 여는데 성공했다. 대학생뿐만 아니라 학부모, 고등학생, 교사 등 각계각층의 시민들도 참여해 대학생, 학부모, 예비대학생으로 이어지는 연대 분위기가 형성됐다.

이날 집회에 참여한 이원아<서울시 성북구 43> 씨는 “대학 등록금이 너무 높아 아이들 대학 보내기가 무섭다”며 “지금 고1, 초4 자녀를 두고 있는데 미래에 등록금을 낼 수 있을지 걱정이다. 반값 등록금을 넘어 등록금을 폐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다미<경기도 양평군 17> 양은 “내후년이면 대학에 진학하게 돼 등록금 문제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며 “등록금이 조금이나마 내려가기를 소망하는 마음에서 집회에 참가하게 됐다”고 말했다.

가장 두드러지는 점은 대학생, 학부모 단체 간 연대다. 학부모 단체들은 지난 6월 9일 반값 등록금 실현을 위한 학부모 모임을 발족하며 적극적으로 반값 등록금 운동에 참여했다. 지난 8월 5일에는 기자회견을 갖고 등록금 납부 연기 운동을 벌이겠다고 발표했다. 이후 한대련과 촛불집회에 참여하며 같은 날에 성명서를 채택하는 등 연계 활동 양상이 뚜렷하다.

고진광<전국대학생학부모모임> 대표는 “부모의 입장에서 대학생들이 겪는 고통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어 등록금 운동에 참여하게 됐다”며 “이번 선거가 지나면 기회는 다시 오지 않는다. 집회참여 외에 감사권 청구, 대학 재정 정보공개 요구, 비리 고발 등의 법률적 대응까지 펼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전했다.


비운동권 총학생회 결속, 정치권과 지속적인 접촉 이뤄
우리학교 총학생회와 10여개 비운동권 총학생회는 ‘서울지역대학 총학생회모임’을 결성해 한대련과 따로 활동에 들어갔다. 지난 6월부터 민주노동당, 민주당, 한나라당 대표의원들과 차례로 간담회를 가졌다. 등록금 문제에 대한 각 정당의 대안을 확인하고 학생들의 의견을 전달했다.

서울캠퍼스 총학생회는 대자보를 통해 “향후 청와대, 등록금 관련부처, 각 정당들과의 간담회를 수차례 진행할 계획”이라며 “모든 당의 등록금 정책을 비교하고 이를 다듬어 반값 등록금 정책이 실현단계에 이르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지역대학 총학생회모임은 또 지난 6월 ‘서울특별시 대학생 학자금대출에 관한 조례안’의 조속한 시행을 촉구하며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에 여야에서 각각 조례안을 발의하며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서울캠퍼스 총학생회 사무국장 박대웅<법대 법학과 05> 군은 “기자회견을 개최하기 수개월 전부터 서울시의원들과 접촉하며 조례안을 준비했다”며 “현재 무상급식 논란에 밀려 조례안 협의 진행이 중단된 상황이지만 이번에 서울시의회 임시회가 열리면 통과될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슈화 성공했지만 정책 실현은 ‘글쎄’
한대련을 주축으로 진행되고 있는 반값 등록금 집회는 ‘반값 등록금 이슈화’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비운동권 총학생회들도 정부, 정치권 관계자들과의 실무접촉을 이뤄내며 괄목할 만한 성과들을 보여줬다.
하지만 대학생들의 요구가 정책으로 실현될지는 미지수다. 반값 등록금에 대한 관심과 열기가 조금씩 식고 있기 때문이다.

똑같은 양상의 집회와 연행이 반복되면서 반값 등록금 집회에 대한 관심이 점점 떨어지고 있다. 한대련과 등록금넷이 지난 15일 집중 촛불문화제를 열어 야당대표들까지 참여했지만 주요 언론에서 단신 처리되거나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

정치인들의 말 바꾸기도 구설수에 올랐다. 한나라당 황우여 원내대표는 “반값 등록금 정책을 당내에서 재추진 하겠다”고 지난 5월 22일 밝혔으나 돌연 지난 6월 9일 입장을 바꿔 “반값 등록금이 아니라 장학금 확대를 통한 실질적 등록금 인하를 추진하겠다는 뜻 이었다”고 말했다.

덕성여대 총학생회장 김수밈<덕성여대 국제통상학과 07> 양은 “11개 대학 총학생회장단이 황우여 원내대표와 면담했는데 답변이 이러했다”며 “더 이상 정부와 여당을 신뢰할 수 없다”고 말했다.

원내대표까지 말을 바꾸는 현 상황에서 의견 제시만으로는 등록금 대안이 정책으로 실현될 것이라고 장담하기 힘들다.이같은 상황에서 대학생이 기댈 수 있는 방편은 ‘선거’다. 그동안의 총선과 대선에서 20대 투표율은 30% 내외의 저조한 수준을 보여 정치권에서도 대학생에 대해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반값 등록금이 이슈화돼 선거 쟁점으로 떠오른 지금, 대학생들이 적극 선거에 참여한다면 정치세력으로 부상해 정치권에 압력을 가할 수 있다.

연덕원<한국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총학생회장 단독으로 학교본부를 방문해 의견을 전달하는 식으로는 부족하다”며 “대학생들이 집단화를 이루고 적극적으로 정치와 선거에 참여해 정치적, 사회적으로 영향력을 발산해야만 등록금 대안이 정책 실현단계에 이를 수 있다”고 전했다.

사진 하동완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