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만 명이 외쳤다 “미친 등록금 해결하라”
3만 명이 외쳤다 “미친 등록금 해결하라”
  • 하동완 기자
  • 승인 2011.06.11
  • 호수 134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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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값 등록금 촛불 집회 최고조, 가두행진도 벌여


지난 2009년 4월 여대생 A씨는 등록금을 내기위해 사채를 빌려 쓰다 갚지 못해 유흥업소로 넘겨졌다. 이 사실을 알게 된 A씨의 아버지는 분을 참지 못해 딸을 살해하고 자살했다.  지난 봄 등록금 문제로 우울증에 빠진 카이스트 학생들이 잇달아 자살하면서 논란이 일었다. 그리고 지난 9일 두 자녀를 둔 50대 가장 B씨는 사업실패로 생활고에 시달리다 자녀 등록금을 대주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등록금 천만 원 시대. 이를 견디지 못해 자살하는 대학생과 학부모. 2011년 한국 대학사회의 자화상이다. 이제는 한계다. 곳곳에서 ‘미친 등록금’을 견디지 못하겠다고 아우성이다. 참다못한 그들이 거리로 나섰다. 올해 초부터 서울 시내 곳곳에서 간헐적으로 일어났던 반값 등록금 촛불집회가 최고점에 이르렀다. 지난 10일 청계광장에 3만여 명의 대학생과 시민들이 모였다.

집회에 참여한 시민들의 얼굴은 다양했다. 시험 기간임에도 뛰쳐나온 대학생, 내 후년에 대학에 가는데 등록금이 걱정된다는 고등학생, 자녀 대학 보내는 게 너무 힘들다는 학부모, 곧 등록금 문제와 마주할 자제들이 걱정된다는 선생님, 현 정부의 정책 행보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할아버지, 이 모두가 한 목소리로 외쳤다. “사람이 죽어나간다. 등록금 문제 해결하라. 조건 없는 반값 등록금 공약 이행하라”

일반 시민들도 호응했다. 서울의 한 고등학교에 다니는 김한빛찬<서울시ㆍ서대문구 19> 군은 “내년에 대학에 가는데 아버지 회사에서 나오는 50% 장학금을 받는다”며 “그런데도 등록금이 너무 부담스럽다. 당장 내년에 당면할 문제라서 더욱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고1 아들과 초등학생 딸을 둔 이원아<서울시ㆍ성북구 43> 씨는 “요즘 자식들 키우기가 너무 힘들다. 아이들 대학 보내기가 너무 무섭다”며 “반값도 비싸다. 반값을 넘어 폐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후 8시, 예정보다 한 시간 늦게 시작한 집회는 시작부터 뜨거웠다. 여기에 “언론에서는 마치 반값 등록금이 당내 정책으로 자리 잡힌 듯 나왔는데 나는 사실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는 황우여 한나라당 원내대표의 발언이 알려지면서 기름을 부었다.

덕성여대 총학생회장 김수밈<덕성여대ㆍ국제통상학과 07> 양은 “오늘 11개 대학교 총학생회장단이 황우여 원내대표와 면담했는데 이 같은 반응을 나타냈다”며 “더 이상 한나라당과 정부를 신뢰할 수 없다”고 전했다.

야당 대표들도 참석해 발언을 이어나갔다.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는 “약속 지키라고 하는데 약속한 적 없다는 대통령은 사과해야한다”며 “대통령이 더 이상 약속을 미룰 수 없도록 우리 모두 힘을 합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승수 진보신당 대표도 “등록금 문제는 한국 사회문제의 일각이다. 아이 낳기 무서운 세상, 열심히 일해도 노후가 걱정되는 곳이 대한민국이다”라며 “반값 등록금 실현을 시작으로 사람 살만한 세상, 새로운 정치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각종 문화공연과 학생대표, 시민들의 발언으로 평화롭게 진행된 청계광장 집회는 오후 10시 30분경에 마무리됐다. 집회 참가자들의 도로 진출을 막기 위해 파견된 경찰들이 출구를 봉쇄하면서 귀가하려던 시민들과 마찰을 빚었다. 시민과 경찰 간의 실랑이가 20여분 가까이 이어진 끝에 시청방면 인도 봉쇄가 풀렸다. 그대로 집회는 마무리되는 듯 했다.

하지만 오후 11시 경 흩어졌던 대학생들이 돌연 시청 앞 광장에 모여 도로에서 가두행진을 시작했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 경찰들이 이동했고 그 틈에 청계광장에 잔존했던 대학생들까지 거리로 쏟아져 나오면서 일대 혼란이 일어났다. 다급한 목소리가 경찰 무전기에서 흘러나왔다. “시청 시위대 도로점거 시도. 지원, 지원 바란다”. “명동 대학생 수 천명 거리점거 통제 불능”. “시위대 남대문 집결 광화문 방면 행진 중”.
수 천명씩 무리를 지어 여기저기서 시위를 벌이는 대학생들과 이들을 막으려는 경찰 간의 격한 몸싸움이 일어나기도 했다. 흩어졌던 시위대는 남대문 부근에서 합세해 다시 광화문 방면으로 행진했다. 이에 경찰은 청계로 신한은행 앞에서 폴리스 라인을 설치하고 여경들을 앞세운 체 시위대와 대치했다. 대치상황은 자정 무렵까지 이어졌다. 집회 해산을 요구하는 경찰의 경고방송이 울렸다. “학생 및 시민 여러분, 여러분은 집시법 10조와 16조 4항을 위반한 불법 집회를 행하고 있습니다. 집시법 20조에 의거해 남대문경찰서장의 명에 따라 자진 해산을 요구합니다”

오전 0시 30분 경 시위대가 해산을 시작했다. 대학생들은 학교별로 모여 오늘의 집회를 정리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곳에는 우리학교 학생들도 있었다. 이번 집회에는 교육대책위원장 서상진<사회대ㆍ사회학전공 07>군을 비롯한 우리학교 학생 150여명이 참여했다. 김민지<인문대ㆍ영어영문학과 10> 양은 “시험 기간이라 학점도 중요하지만 등록금은 우리가 당면한 가장 큰 문제”라며 “등록금 문제의 당사자인 우리가 나서지 않으면 나설 사람이 없기 때문에 직접 참여했다”고 말했다. 고병희<인문대ㆍ영어영문학과 10> 군도 “지난 집회 때 연행당한 학우들을 보고 나왔다”며 “다양한 사람들과 의견을 표출하고 문화 공연도 함께해 즐거웠다”고 전했다.

사진 하동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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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예도 2023-07-30 19:26:29
이 글은 등록금 문제로 인해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자살까지 이어지는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는 현실을 비추고 있습니다. 학생들과 시민들이 등록금 인상에 대한 불만과 반값 등록금을 요구하는 집회를 통해 목소리를 내고 있으며, 정부와 여당의 대응에 대한 불신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학생들이 힘을 모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