뫼비우스의 띠
뫼비우스의 띠
  • 안원경 기자
  • 승인 2011.05.28
  • 호수 13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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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한대신문엔 유난히 등록금 기사가 많았다. 계절학기 등록금 인상, 학자금 대출 이자 지원 조례 촉구 기자회견, 등록금 상승 원인을 밝혀보려 했던 기획 기사. 다시금 이슈가 되고 있는 반값 등록금 까지 등록금을 화두로 설을 풀어갔다.

마치 뫼비우스의 띠를 보는 듯하다. 매년 반복되고 매년 같은 내용의 기사를 날짜만 바꿔 쓰고 있다. 이는 기자들이 다양한 소재를 찾지 못한다는 점이 있기도 하지만 매년 고질적으로 반복되는 사안이기에 나타나는 문제다.

학생들은 계절학기 등록금 인상에 대해 항의 서한을 제출하고 기자회견을 여는 등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학교 측은 시간강사 강의료 인상 등을 이유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말한다. 정치권은 '반값 등록금'이라는 자극적인 화두를 던져 내년 대선을 대비하고 있다. 똑같다. 작년에도 학생들은 항의했고 학교는 어쩔 수 없었고 정치권은 이슈만 만들어 학생들을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다.

본지에서 작성했던 등록금 상승 원인 기사 또한 사회가 인식하고 있는 사실과 크게 다르지 않다. 나름대로 새로운 문제 원인을 찾아보고 참신한 대안을 제시해보려 했다. 하지만 알고 있던 사실을 확인했을 뿐이다. 이처럼 등록금 문제의 원인과 해결 방법은 조금씩 다를 뿐 학생, 학교, 정부 모두 알고 있다. 학생들의 지속된 문제 제기에 학교는 ‘고려하겠다’고 한다. 정부는 이번엔 다를 것이라고 한다. 대대적인 개혁을 하겠다고 말한다. 이전에도 그랬던 것처럼

매번 진전되지 못하고 반복되는 문제에 권태로움 마저 든다. 내년에도 뻔하게 반복될 이들의 변명이 들리는 듯하다. ‘물가 상승률을 반영한 인상안이다’.‘예산 문제를 고려해야 한다’ 등 뻔한 말로 도배된, 년도만 바뀐 기사를 써야만 한다.

이러한 뫼비우스의 띠를 극복하면 학생과 학교, 정부의 혁신적 노력이 필요하다. 대학생의 고통과 목소리를 귀담으려 하지 않는 학교와 정부에게 대대적인 ‘쇼’를 보여줘야 한다. 매번 미적지근하게 행동해왔던 것과 달리 학교와 정부를 매료시킬 수 있는 영리한 ‘쇼’를 보여 줘야 한다.

학교 또한 참신한 ‘변명’을 할 수 없으면 학생과 함께 참신한 경영 효율 방법과 등록금 대비 교육 수준 향상을 고민해야 한다. 매년 똑같은 변명으로 일관하기엔 ‘대한민국 명문 사학’이라는 이름이 부끄럽지 않은가

가장 정신 차려야 할 사람들은 정치인이다. 이번에도 속이 뻔히 보이는 수를 쓰고 있다. 가장 민감한 시안인 높은 등록금 문제를 건드려 표 몰이를 하려한다. 어떤 정당도 진정성을 인정받지 못한다면 오래가지 못한다. 지금 그들이 건드리고 있는 20대는 살아가는 동안 적어도 몇 십 표를 행사할 사람들이다. 좀 더 영리하다면 지난번과 똑같은 일을 반복해선 안 된다. 이제 더 이상 등록금 기사는 보고 싶지 않다. 3년 동안 지겹게 들었던 등록금 얘기, 이제 그만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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