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님 툭 터놓고 술 한 잔 하시죠”
“교수님 툭 터놓고 술 한 잔 하시죠”
  • 안원경 기자
  • 승인 2011.05.16
  • 호수 13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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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43.4% 한 달 동안 교수와 대화 횟수 ‘0’

「한대신문」을 비롯한 「고대신문」(고려대), 「연세춘추」(연세대), 「대학주보」(경희대), 「중대신문」(중앙대) 5개 학보사와 「교수신문」이 함께 교수-학생 상호 인식도 조사를 진행했다. 5개 대학 3ㆍ4학년 학부생과 전국 교수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고 교수는 361명, 학부생은 1천80명이 참여했다. 전체 설문 조사 참여자 중 우리학교는 339명으로 본지는 우리 학교와 전체 학생 간 상호 인식도 조사를 비교 분석했다.

▲ 우리학교 체육학과 인체해부학 수업에서 교수와 학생이 수업 내용에 대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적고 짧고 얕은 교수와의 대화
▲ <강의시간 이외에 교수와 한 달에 평균 몇 회 대화를 나누고 있습니까>

전체 학생 중 52.9%는 “교수와 소통에 어려움을 느낀 적이 있다”고 말했다.

교수는 “세대차이”를 가장 많이 언급했다. 하지만 학생은 세대차이 보다 교수가 바쁘고 학생이 많아 만날 시간이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경희대의 한 학생은 “교수님은 워낙 연구하는 일로 바쁘고, 정부자문, 연구기관 연계 등 하고 있는 일도 많다. 그 이외의 시간에는 실험실 연구원들과 시간을 보내기 때문에 일반 학생들은 수업시간 외에 만날 시간이 없다”고 밝혔다.

또 상담교수의 존재 자체도 모르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는 우리학교도 다르지 않다. 우리학교 학생 43.4%는 “강의시간 외에 교수와 한 달에 한 번도 대화를 나눈 적이 없다”고 말했다. 교수와 한 달에 평균 1회 대화시간을 갖는다는 학생은 33.3%였고, 2회는 12.1%, 3회는 4.4%, 4회 이상은 6.8%였다.

▲ <교수와 상담을 할 때 평균 상담 시간은 어느 정도 됩니까>
교수와 대화를 나눈 적이 있는 학생의 경우, 교수와 평균 대화시간은 40.4%가 “5분 이내”로 가장 많았다. 우리학교 학생들의 경우 이보다 더 많은 수가 5분 이내의 짧은 대화만 오고간다고 밝혔다.

교수와 학생 간 바람직한 관계 형성을 위해 우선 해결해야 할 과제로 “소통할 수 있는 기회부터 늘리자”고 이구동성으로 답했다. 또 교수의 연구ㆍ행정업무를 덜고 학생과 만날 수 있는 정신적ㆍ시간적 여유가 필요하다는 것이 공통 의견이었다. ‘교수 1인당 학생 수’를 줄여야 한다는 지적도 많았다. 학생은 현행 지도교수제도나 대학평가 주요 항목인 ‘취업률’조사는 대학생활과 대학교육 개선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교수와 학생의 다름 또 같음

‘지도교수제도’는 학생들의 대학생활에 도움이 되고 있을까. 전제 응답자 중 “도움이 안 된다”는 입장이 많았고, 교수는 “그래도 도움이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학생 38.7%는 “도움이 안 된다”고 했고, 25%는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반면, 절반가량의 교수(43.5%)는 “도움이 된다”고 했고, 교수 19.6%는 “도움이 안 된다”고 말했다. 이는 지도교수제에 대한 학생과 교수 간 생각의 차이를 나타냈다.

학생이 수강신청을 할 때 누구의 도움을 가장 많이 얻고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교수와 학생 모두 ‘지도교수’를 꼽은 비율이 가장 낮았다. 학생 2.4%, 교수 2.8%가‘지도교수로부터 도움을 얻고 있다’고 응답했다. 학생은 친구(38.8%), 학과선배(35.7%), 인터넷(15.0%) 순으로 도움을 얻는다고 했고, 교수는 학과선배(52.6%), 친구(27.4%), 학과조교(10.5%) 순으로 도움을 얻을 것 같다고 말했다.

현행 대학평가 지표 가운데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취업률’ 조사에 대한 비판적 인식도 강했다. 교수ㆍ학생 모두 “취업률 조사는 대학교육 개선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학생 49.8%가 “도움이 안 된다”고 했고, 학생 19.4%가 “도움이 된다”고 했다.

취업률 조사와 관련해서는 교수가 더 비판적이다. 교수 61.3%가 “교육에 도움이 안 된다”고 밝혔고, 12.5%만이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학생과 교수, 서로 같은 곳 바라보기

학생은 어떤 교수를 좋아할까. 학생 49%가‘철저하게 강의 준비’하는 교수를 꼽았다. 다음으로 학생 40%는 ‘학생들과 잘 어울리는’교수를 선호했고, ‘뛰어난 연구업적’(4.4%)과‘적극적인 사회참여’(4.3%) 순이었다.

교수도 “강의에 집중하는 학생”을 가장 좋아했다(60.7%). 뛰어난 학업성취도를 보이는 학생(17.5%), 적극적인 사회참여 학생(11.1%), 대인관계가 활발한 학생(7.5%) 순으로 선호도를 보였다.

학생들의‘강의 만족도’는 어떨까. 교수들은 학생들의 수업태도나 준비에 대해 어느 정도 만족하고 있을까.

학생 40.8%가 “현재 수강하고 있는 대학 강의가 만족스럽다”고 답했다. “보통”이라고 밝힌 학생이 45.6%로 가장 많다. 불만족스럽다고 응답한 학생은 13.5%이다.

학생들의 수업태도나 준비 정도에 대해 교수 41.3%가 “만족한다”고 밝혔고, 17.7%의 교수는 “불만”이라고 했다. 교수들은 열심히 강의해도 아무 반응이 없을 때 가장 허탈해 했다. 성의껏 강의해도 학점이 나쁘면 ‘일방적인 강의’라고 강의평가를 받게될 때 힘이 빠진다. 교수들은 ‘수동적인 자세로 수업에 임하는’학생에게 불만이 컸다. 수업시간에 집중하지 않고 스마트폰 조작 등 딴 짓을 하는 경우가 많고, 전공에 대한 이해와 기초학습능력이 부족하다고 털어 놨다. 이외에도 시간엄수 등 최소한의 수업에 대한 기본 태도를 갖추지 못한 학생이 많고, 자격증 취득으로 스펙을 높이는 데만 관심을 쏟고 있다고 지적했다.


교수는 열심, 학생은?

강의 준비는 어느 정도 하고 있을까. 학생 3명 중 1명은 3시간짜리 전공강의 한 과목을 듣기 위해 ‘30분 이내’(33.7%)로 준비를 하고, 학생 24%는 ‘30분~1시간 이내’로 준비한다고 답했다.‘거의 준비하지 않는다’는 학생도 22.4%나 됐다.‘1시간~2시간 이내’로 준비한다는 학생은 10.6%, 2시간 이상 준비한다는 학생은 9.3%였다.

교수는 3시간짜리 전공강의 한 과목(강의노트가 없는 경우)을 강의하는 데 ‘3~4시간’을 준비한다는 응답이 38.2%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1~2시간(18.8%), 5~6시간(17.2%), 7~8시간(13.6%), 9시간 이상(12.2%) 순으로 준비한다는 응답이 나왔다.

학생 절반가량(40.4%)은 전공서적 이외에 한 달에 평균 1권의 책을 읽고, 학생 25.8%는 2권을 읽는다고 했다. 한 권도 읽지 않는다는 학생이 14.5%나 됐는데, 한 달에 4권 이상 책을 읽는다고 학생은 11%였다.
교수 31.6%는 전공서적 이외에 한 달에 평균 2권의 책을 읽고, 30.5%는 1권, 28.3%는 4권 이상 읽는다. 한 달에 한 권도 책을 읽지 않는다고 응답한 교수는 6.4%였다.


교수가 보는 대학생, 대학생의 대학생

교수와 학생의‘친밀도’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질문도 던졌다. 친목도모를 위해 ‘노래방’에 간 경험이 있느냐고 물었더니 학생 90.4%, 교수 62.6%는 최근 1년 동안 ‘간적이 없다’고 말했다. ‘한 번 다녀왔다’는 응답은 학생이 7.0%, 교수는 20.8%였다. 요즘 대학생들이 부모에게 의존도가 높다는 현실도 확인됐다. 학생 30.8%는 등록금 마련, 학점관리, 진로설정 등 대학생활 과정에서 부모에게 ‘많이 의존한다’고 했고, 36.2%는 ‘의존하는 편’이라고 했다. 교수는 학생들이 부모에게 더 많이 의존하고 있다고 봤다. 교수 39.3%가 ‘많이 의존한다’고 했고, 45.7%는‘의존하는 편’이라고 했다. 전혀 의존하지 않는다는 답변은 교수는 한 명도 없었고, 학생은 3.7%가 전혀 의존하지 않는다고 했다.

사진 윤준혁 기자
일러스트 이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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