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톡 튀는 대학생들은 블로그로 말한다
톡톡 튀는 대학생들은 블로그로 말한다
  • 김명지 기자
  • 승인 2011.04.09
  • 호수 13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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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가치를 살리는 블로그

대학생 한양이는 최근 블로거 활동에 푹 빠져있다. 처음엔 홈페이지 제작에 관한 특별한 지식 없이도 꾸미기 쉽다는 점에 이끌렸으나 지금은 자유로운 포스팅 활동에 집중하고 있다. 포털 사이트에 관련 단어를 검색하면 자신이 쓴 글이 나타나는 것도 흥미로웠다.이제 한양이에게 블로그는 생활의 일부가 됐다.

블로그, 선택을 받다

김춘수 시인의 시 「꽃」은 여러 시인들에 의해 패러디됐다. 오규원 시인의 「꽃의 패러디」, 장정일 시인의 「라디오와 같이 사랑을 끄고 켤 수 있다면」 등은 모두 같은 원작에서 변형된 것이지만 각기 다른 형태, 다른 메시지를 담고 있다. 블로그 역시 「꽃」을 패러디한 시와 같다. 블로그는 트위터, 미니홈피, 페이스북 등 인터넷을 통해 존재하는 여러 소셜미디어 중의 하나인 것이다.

 그 중에서도 블로그가 갖는 특징은 무엇일까. 파워블로거로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서명덕<전자신문> 기자는 블로그에 대해 “그 어떤 곳보다 가장 풍부하게 콘텐츠들을 생성할 수 있는 곳”이라며 “개인에 의한 콘텐츠들이 일기처럼 연대기적으로 쌓여있고 검색을 통해 누구에게나 열려있다”고 덧붙였다.

2000년대 초반 해외에서 일부 블로그 형태가 도입된 것을 제외하면 2000년대 초ㆍ중반까지 우리나라엔 블로그의 개념 자체가 없었다. 대신 제로보드 등의 일반 게시판과 소수커뮤니티가 그것의 기능을 대신했다. 그러나 HTML(웹문서를 만들기 위해 사용하는 프로그래밍 언어)을 이용해 자료의 사소한 부분까지 직접 작업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다. 이후 등장한 블로그는 이런 작업 과정에서의 상당 부분들을 편리하게 바꿔놓았다. 더불어 인터넷을 통한 이용자들의 정보생산 참여가 늘어나며 이를 좀 더 개성 있게 표현하고자하는 이용자들의 욕구도 생겨났다.

 2000년대 중반 이후 도입된 블로그는 이런 상황을 반영했다. 각 포털사이트에서는 영향력 있는 블로거를 ‘파워블로거’ 혹은 ‘우수블로거’ 등으로 선정하기 시작했다. 선정 기준은 포스팅의 질과 구독자 수 등이다. 이용욱<다음커뮤니케이션ㆍ기업커뮤니케이션팀> 매니저는 “블로그 및 이용자 콘텐츠 서비스를 강화해 정보에 대한 소비자들의 욕구를 충족시키고 질 좋은 콘텐츠 확보로 블로그 이용자들의 만족도를 높이고 있다”고 전했다. 다음에서 우수블로거로 선정된 블로거는 △엠블럼 지원 △명함 지급 △배경음악 무료 이용권 △SNS로 글 보내기 △SNS 백업 기능 지원 등의 혜택이 주어진다. 특히 20대의 참여가 두드러지는데 이 매니저는 “인터넷 및 모바일 등에 대한 사용 빈도가 잦고 새로운 것에 대한 거부감이 없는 20ㆍ30대 이용자가 많은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블로그 ‘대세’, 그러나

대학생 블로거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이를 상업적으로 활용하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각종 기업들은 최근 대학생 블로거들을 모집해 홍보 활동을 지원하는 일을 추진하고 있다. ‘금호건설’의 파워블로거 활동 사업인 ‘파블로’ 기획 동기에 대해 김경연<금호건설ㆍ홍보IR팀> 직원은 “대학생들의 참신하고 독창적인 시각이 기업을 홍보하는 마케팅에 적절하다는 판단 하에 행사를 추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파블로’로 선정되면 금호건설과 관련된 각종 미션들을 수행하게 된다. 미션은 매 기수마다 다르며 실제 사회공헌 활동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활동이 제대로 이어지지만은 않는다. 상업적 블로거로 성장한 이들이 유용한 파급력을 가진 것은 사실이나 이에 따른 부작용도 함께 하기 때문이다. 스포츠브랜드 L사는 홍보 활동자 모집 대상을 ‘대학생 파워블로거’에서 ‘캐스터’로 바꿨다. 좀 더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길 바라는 점에서 이런 변화를 준 것도 사실이나 또 다른 사연도 있다.

관계자 A 씨는 “블로거들이 성실히 활동하고 좋은 영향력을 주기는 했으나 워낙 그 방면에서 열심히 활동하는 이들이었던지라 우리 회사 외에 다른 브랜드도 함께 포스팅하곤 했다”며 “최대한 돋보이게 홍보하고픈 기업의 입장에서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해 홍보 방향을 바꾼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상업적인 블로그들이 ‘대세’라 일컬어지며 흥하는 가운데 보다 새로운 블로그 활동을 경험하는 대학생 블로거도 있다. 독도연구소에서는 대학생 독도 파워블로거를 모집해 독도에 관한 홍보활동을 펼친 바 있다. 이에 참여한 박진희<단국대ㆍ화학공학과 10> 양은 “독도를 지키는 일에 대한 책임감이 활동을 시작하게 된 동기”라고 밝혔다. 박 양은 어려운 정보를 쉽게 전달하겠다는 생각으로 독도 자체에 대한 홍보를 추구했다. 블로그 활동 내용에 대해서는 “독도의 정치적 문제보다는 ‘우리 땅 독도가 참 아름답구나’라고 생각하도록 독도의 아름다움을 알리고자 했다”라고 덧붙였다.

나만의 브랜드, 블로그

서 기자는 “블로그를 통해 자신만의 브랜드를 만들라”고 조언했다. 파워블로거, 우수블로거 등이 되면 취업, 유명세 등 여러 면에서 좋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자신만의 정체성을 찾는 점이란 것이 서 기자의 설명이다. 독도 파워블로거로서 박 양은 “내가 잘 할 수 있는 공부는 자연계열 공부였고 좋아하는 것은 기획과 마케팅이라 두 분야를 모두 할 수 있는 기술마케터를 꿈꾸게 됐다”며 자신만의 브랜드 형성에 대해 설명했다. 책상 위에 앉아 배우는 것보다 세상 속에서 배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던 중 좋은 기회를 만났다는 박 양은 “독도 파워블로거로 선정된 이들은 정기적으로 간담회를 가져 차기 콘텐츠에 대해 회의를 하고 자신의 나이, 직업, 특성에 맞는 블로그 활동을 한다”고 밝혔다. 박 양은 대학 초년생인 자신의 특성을 고려해 블로그 활동에 반영했다고 덧붙였다.

실제 대학시절부터 활동을 한 오지혜<서울시ㆍ강남구 24> 씨 역시 자신의 브랜드를 높이기 위해 ‘로로롱의 아웃캠퍼스’란 이름으로 캠퍼스 밖의 흥미로운 이야깃거리를 블로그에 담아왔다. 아무리 바빠도 꾸준하게 활동을 이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오 씨는 “블로그 활동은 나 자신에 관한 홍보를 통해 나와 방문자들이 서로를 돕는 활동”이라고 말한다. 공모전을 준비했던 때에 자신이 직접 제작한 파워포인트 슬라이드 디자인을 많은 이들이 공유할 수 있도록 블로그에 업로드 해 놓은 것이 그 중 하나였다. 오 씨는 “당시 블로그를 방문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피드백을 받을 수 있었다”며 자신을 성장시킨 블로그의 기능에 대해 언급했다. 이런 활동을 통해 오 씨는 점차 자신만의 브랜드를 확립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일러스트 심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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