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만들어먹는 파키스탄 유학생들
‘난’ 만들어먹는 파키스탄 유학생들
  • 장보람 기자
  • 승인 2011.03.05
  • 호수 133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우리학교 속 또 다른 세계, 이슬람
▲ 파힘 이자즈 어완<전자전기제어계측공학과 석사과정 3기> 씨가 기자들을 위해 파키스탄 음식 '난'을 만들어주고 있다.
다소 생소할 수 있는 이슬람 문화. 우리학교 안에서 이슬람 문화를 쉽게 접할 수 있다. 인재3관에는 하루 5번 기도를 드리는 파키스탄 학생들이 산다. 이슬람 문화하면 생각나는 2가지. 음식과 기도. 종교적으로 하루에 5번 경건한 기도를 올려야 하는 이들을 위해 인재3관 2층 휴게실과 제5공학관 지하에는 기도실이 마련돼 있다. 이름도 생소한 할랄음식, 하람음식. 우리와 다른 식생활 때문에 교내에는 그들을 위한 ‘파키스탄 키친’이 마련돼 있다. 우리학교 속 파키스탄. 파키스탄 키친을 찾아가봤다.

인재1관 식당 옆에 마련된 파키스탄 키친에 들어서자 밀가루 반죽을 평평하게 펴고 있던 키 큰 유학생이 적잖이 놀랐다. 이곳은 파키스탄 유학생들을 위한 식당이라 일반 재학생들은 출입할 수 없기 때문이다.

파키스탄 유학생 대표 마하무드 유나스 신와리<전자전기제어계측공학과 석사과정 4기> 씨가 반갑게 맞아준다.

현재 40여명 남아있는 파키스탄 유학생들을 위한 소박한 부엌. 파키스탄 유학생들은 종교적 신념 때문에 학교 식당뿐만 아니라 한국에서 맘 놓고 식사하기 어렵다. 할랄음식만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할랄음식은 이슬람교 계율에 따라 도축된 음식들을 의미한다.

마하무드는 “메카 방향으로 짐승의 머리를 놓고 코란을 암송하면서 최대한 고통을 없애기 위해 단칼에 베고 피를 다 빼야 요리해 먹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이들은 어떤 경우에도 돼지고기는 먹지 않는다. 이들이 먹지 못하는 음식은 하람음식이라고 부른다. 음식을 먹는데 가려야 할 점이 많은 이 학생들에게 학교는 이들이 직접 음식을 만들어먹을 수 있는 식당을 제공한 것이다. 식당에는 가스레인지와 싱크대, 테이블이 옹기종기 모아져있다. 재학생들 식당에 비하면 매우 소박하긴 하지만 만족해한다.

밀가루 반죽을 펴고 있던 친구는 요리를 마치고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다가와 차 한 잔을 슬쩍 밀어준다. 짜이라는 음료로, 하루에 수시로 즐긴다고 한다. 마하무드보다 1년 늦게 한국에 왔고 내년에 유학생 대표를 역임할 예정이라는 파힘 이자즈 어완<전자전기제어계측공학과 석사과정 3기> 씨. 마하무드와 할랄음식과 하람음식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던 사이 옆 테이블에서 식사를 하며 호기심을 보이던 파힘은 짜이를 대접해 주면서 의자를 끌어와 합석했다.

파힘은 “안산역 근처에 할랄음식 재료를 파는 곳이 있어서 필요할 때 가서 주문을 하면 이 식당으로 배달 해준다”며 음식 재료를 구하는 데에는 큰 어려움이 없다고 설명한다. 갑자기 파힘이 조용히 일어나 기도를 한다. 방금 전까지 웃으면서 이야기하던 파힘은 꽤나 진지한 모습으로 기도를 올린다.

이들은 하루에 5번의 기도를 한다. 해뜨기 전, 자신의 키하고 그림자가 같은 크기로 됐을 때, 자신의 키보다 그림자가 2배가 됐을 때, 해가 졌을 때, 해지고 2~3시간 후.

기도를 올리는 파힘과 달리 마하무드는 대화를 계속 이어간다.

마하무드는 “되도록 다 같이 같은 시간에 해야 기도의 효과가 크지만 개인적인 일들로 완벽하게 시간을 맞추기는 어려워서 약간씩의 차이는 있다”고 설명한다. 기도는 약간 서북쪽을 향해하는데 기도실에는 나침반이 있어 나침반으로 방향을 잡는다고 한다.

기도를 마친 파힘은 방금 저녁식사를 마쳤지만 ‘난’ 요리를 대접해주겠다고 했다. 난은 쉽게 말해 빵을 뜻한다. 아까 파힘이 하고 있던 요리다. 보통 난을 치킨 카레에 찍어먹는다.

프라이팬에 밀가루가 들러붙을 법도 한데 능숙하게 요리를 해낸다. 난을 맛보고 있으니 삼삼오오 파키스탄 유학생들이 몰려온다. 다들 큰 두 눈에 호기심이 가득하다. 밀가루 반죽을 펴고 난 요리를 시작한다. 우리의 밥처럼 이들의 주식인 것이다. 저녁시간이 되자 다들 난을 만드는 모습을 보니 정겹다.  앞으로 파키스탄 키친은 더 보수될 계획이라 한다. 하지만 부엌 보수보다 학교 식당에서도 파키스탄 학생들이 먹을 수 있는 식단이 마련되는 것이 최우선이 아닐까.  

사진 류민하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