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막 날개 펼친 새내기에게
이제 막 날개 펼친 새내기에게
  • 안원경 기자
  • 승인 2011.02.25
  • 호수 13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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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가슴이 설렙니다. 똑같은 옷을 입고 똑같은 수업을 듣고 생각마저 똑같길 바라는 3년을 지나 고등학교 4학년인 1년의 재수를 거쳐 ‘대학’이라는 배움터에 처음 발을 들여놓았을 때의 떨림을 잊지 못합니다. 4년 동안 꿈꿨던 바람들이 대학이라는 공간에서 오롯이 실현될 것만 같았습니다.

하지만 대학은 제가 상상했던 곳도, 여러분이 상상했던 곳도 아닙니다. 이제 막 신입생들에겐 냉정하지만 대학은 당신들이 기대했던 어떤 것도 충족시켜주지 못할 것입니다. 이제 모든 시간과 자유가 본인들 스스로에게 주어졌기 때문입니다.

매일 새벽별을 보며 일어나고 듣기 싫은 수업을 억지로 들어야 하는, 개인 스스로가 선택하며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박탈된, 그렇기에 어쩌면 오히려 좋았을 3년을 보냈습니다. 몸만 성장한 채 아직까지 자유를 어떻게 사용해야 할지 모르는 서투른 성인 돼 대학이라는 곳에 발을 디뎠습니다.

이 서투른 성인들에게 던져진 대학의 자유는 이제 여러분이 조각하기 나름입니다. 그렇기에 여러분이 어떻게 생활하느냐에 따라 대학은 천국이 될 수도 있습니다. 상상했던 그 이상을 겪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본인 상상했던 대학과 달라 이내 실망하고 끝없는 슬럼프에 빠질 수도 있습니다. 당신이 즐거운 대학생활을 하던, 4년이 빨리 끝나기만을 바라던 그 누구도 관여하지 않습니다. 오롯이 당신들에게 달린 문제입니다.

수능이 끝났다고 한숨 돌렸겠지만 진짜 달리기는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똑같은 선에 세워두고 똑같은 목표를 바라보고 1등이 있으면 패자가 있는, 이 게임에서 벗어나고 싶지만 부모님 때문에 힘들어도 어쩔 수 없이 뛰어야 하는 지긋지긋한 달리기는 끝났습니다.

지금부터 시작하는 게임은 내게 주어진 자유를 게으르지 않게 잘 다듬고 주변 사람들이 만드는 조각품도 함께 보고 내 나름의 작품을 만드는 것입니다. 아직 사회로 내던져지지 않아 대학이라는 품안에 머문 당신들의 작품을 하나의 잣대로 평가하진 않을 것입니다. 다만 만드는 사람 스스로의 기준에 따라 평가할 따름입니다.

앞으로 4년을 어떤 꿈을 꾸고 어떤 기준으로 살아갈지 정하세요. 여행을 많이 다니며 자아를 튼튼하게 만들겠다, 동아리든, 학보사 일이든 내가 가진 열정을 다하겠다, 내가 믿을 수 있는 사람들을 많이 만들겠다, 누구보다 경쟁력 갖춘 인간이 되겠다, 뭐든 좋습니다.

다만 대학을 단지 취업 사관학교로 인식하진 않으셨으면 합니다. 바로 눈앞에 급급한 학점에 얽매이기 보단 더 높고 더 먼 곳을 주시했으면 합니다. 현재 하고 싶은 일을 하세요. 사회에서 아직 성인으로 대접받긴 어색한, 그렇다고 마냥 학생은 아닌, 대학교 새내기는 평생 동안 딱 1년뿐입니다. 대학생일 때 할 수 있는 일, 성장하는 데에 더 큰 발판이 될 수 있는 일을 선택했으면 합니다. 각기 다른 삶을 살아갈 여러분의 인생의 독특한 색을 처음으로 만들었으면 합니다.

삭막했던 캠퍼스에 새내기의 등장으로 다시 활기를 되찾은 듯합니다. 따뜻한 캠퍼스의 봄볕이 여러분을 맞이할 것입니다. 여러분 앞에 펼쳐질 대학 생활이 행복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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