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과 무관심 사이에 놓인 학생들의 축제
열정과 무관심 사이에 놓인 학생들의 축제
  • 김명지 기자
  • 승인 2010.11.27
  • 호수 13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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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내 공연 예술에 냉정한 학생과 열악한 시설

지난 여름, 축제를 맞은 노천극장은 학생들의 열기로 뜨거웠다. 학생들은 학교생활로 쌓인 스트레스를 한 번에 날려버리겠다는 듯 유명 연예인의 공연을 온몸으로 즐겼다. 축제 기간 온 학생들을 하나로 모아 함께 하는 즐거움을 선사하는 노천극장. 축제 외 기간에도 날씨가 좋은 날이면 가끔 공연이 진행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처럼 우리학교 양 캠퍼스에는 노천극장 외에도 콘서트홀, 올림픽 체육관, 소극장 등이 있어 학생들에게 학내 행사가 진행되도록 장소 제공을 하고 있다. 학교는 학생들에게 학문과 연구의 장만이 아닌 것이다.

공연 시설의 진짜 주인은 누굴까

고려대, 서울시립대, 이화여대 등 여러 대학들은 각각의 공연 장소를 보유하고 있다. 고려대의 화정체육관은 연일 유명인들의 행사가 개최돼 외부인의 출입이 잦다. 이화여대의 대강당에서 역시 연예인들의 행사는 물론 학생들에 의한 방송제가 열리곤 한다. 이 외에도 서울시립대의 ‘자작마루’, 연세대 백주년기념관 등에서도 학생 또는 외부인들을 위한 각종 문화 행사가 열리고 있다.

경희대를 나타내는 하나의 이미지가 된 평화의 전당은 화려한 고딕 양식으로 여러 사람들에게 찬사를 받고 있다. 단일 문화공간으로는 동양 최대의 규모를 가졌다는 평화의 전당은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 온 음악인들의 각종 공연이 이어지고 있다. 권영환<평화의 전당ㆍ관리운영팀> 팀장은 평화의 전당의 공연 내용에 대해 “클래식 연주회, 오페라, 뮤지컬, 대중예술은 물론 공익적 강연 등의 활동도 이뤄진다”며 “이러한 행사들의 유치를 통해 시민사회와 대학의 문화적 소통을 이루는 것이 이곳의 설립 목적”이라고 전했다. 한편 권 팀장은 학생들의 출입에 대해 “상시적으로 개방하진 않지만 특별히 출입을 제한하진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나 경희대 학생들에게 평화의 전당은 어쩐지 멀게 느껴지는 곳이다. 공연이 아닌 때에는 대부분 문이 닫혀 있어 출입이 쉽지 않다. 경희대에 재학 중인 여러 학생들은 “입학식이나 졸업식 외에는 공식적으로 평화의 전당을 이용할 기회가 없을뿐더러 개방이 되지 않으니 견학도 쉽지 않다”고 말한다.

건국대의 경우 새천년관 지하 2층에 민간 자본 유치로 설립한 대공연장이 있다. 이곳은 외부 업체의 투자와 지속적인 관리로 양질의 시설을 갖추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그러나 학교가 직접 운영하는 형태가 아니기 때문에 겪는 어려움들도 있다. 아마추어 오케스트라 동아리 ‘세레나데’의 부회장을 맡고 있는 노경주<건국대ㆍ환경공학과 09> 양은 “‘세레나데’의 공연이 주로 새천년관 대공연장에서 이뤄져 그곳에 익숙한 편”이라고 말했다. 노 양은 “공연 시설이 잘 지어져 이용 과정에서의 불편함이 없는 것은 좋지만 외부 업체의 시설인 탓에 학교 차원의 ‘허가’가 아닌 우리들의 돈을 내서 ‘대관’해야 하는 실정”이라며 “학생 할인을 받긴 하지만 부담스럽고 지정해놓은 대관 절차도 다소 복잡하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이처럼 학내 공연 시설은 잘 정비됐음에도 학생들의 이용이 쉽지 않은 경우가 많다. 기본적으로 학생들을 위해 지어진 상당수의 학내 공연 시설이 지나치게 많은 외부인을 받고 있다. 실제로 각 시설들이 포털 사이트에 게재한 공연 일정들은 모두 외부 공연들뿐이다.

학교의 자랑거리가 갖는 문제거리

현재 노천극장을 보유한 학교는 우리학교를 포함해 건국대, 고려대, 단국대 천안캠퍼스 등이다. 서울 내 대학교로는 7개교 가량이 노천극장을 갖고 있다. 우리학교의 경우 양 캠퍼스가 각각 노천극장과 콘서트홀 등을 보유하고 있다. 콘서트홀은 노천극장보다 작은 규모를 가지고 있기에 동아리 행사 등이 열리기에 한결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다.

서울캠퍼스의 공연 장소 활용에 대해 이미란<학생처ㆍ학생지원팀> 직원은 공간적인 부족함을 언급했다. 이 직원은 “노천극장의 경우 대형 장소이고 콘서트홀의 경우 좀 더 작아 공연 규모에 맞는 장소를 잘 선택하면 되지만 각각 한 곳씩밖에 없는 것은 아쉬운 점”이라고 밝혔다.

또 요즘 총학생회 선거본부에서도 우리학교 한마당에 상설공연을 설치하는 공약을 내걸 만큼 한마당 활용에 대한 학생들의 요구가 계속되고 있다. 이 직원은 “공간 자체가 외부에 완전히 개방돼 있는 곳이어서 소음 문제가 클 것”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지난 축제 때 노천극장의 소음으로 외부에서 민원이 제기 돼 경찰이 출동했었다는 게 이 직원의 설명이다.

소극장도 여러 문제들이 지적된다. 연극 「햄릿」을 공연한 노문<예술학부ㆍ연극영화학과 09> 양은 “길 자체가 복잡해 접근성이 떨어진다”며 “소극장 내부가 너무 좁아 대기 시설도 부족하다보니 관객들이 왔다가 다시 돌아가는  경우도 빈번하다”고 시설문제를 지적했다. 더불어 노 양은 “휠체어 사용이 불편해, 사회봉사단과 연계해 방문하는 장애인들이 관람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ERICA캠퍼스도 사정이 이와 비슷하다. 사재욱<학생처ㆍ학생지원팀> 과장은 “노천극장과 소극장의 경우 시설이나 음향 장비 등이 좋지 않다”며 “노천극장의 경우 시설이 노후한 편이지만 봄과 가을 축제 때만 사용하기 때문에 사실상 리모델링이 힘들다”며 개선의 어려움을 밝혔다. 그러나 사 과장은 “ERICA캠퍼스 노천극장의 경우 5천 명에서 6천 명 가량을 수용할 수 있고 소극장은 시간 문제만 잘 조정하면 최대한 자유롭게 이용하도록 학생들을 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그 밖의 시설에 대해 사 과장은 “컨퍼런스홀의 중강당은 소규모 공연을 할 수 있도록 만든 장소”라며 “비싼 음향 장비를 보유하고 있어 동아리 연합회 과장이 사전 음향장비 교육을 받도록 한다”고 설명했다.

여타 학교들과 마찬가지로 우리학교 역시 학생들의 자체 공연보다는 유명 연예인이 펼치는 공연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도만 높은 편이다. 이도현<공대ㆍ기계공학과 06> 군은 “평소 학내 공연을 자주 즐기진 않고 축제 때 연예인이 오면 보러 가는 편”이라며 “소극장에는 아예 가본 적이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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