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等身佛
이상민<대학원 연영 05>
할머니의 손가락으로 엮어진 집이었습니다.
대문에서 가마솥으로
걸으시고 난 뒤부터 잃어버린 북간도의
수도작(水稻作)
숭늉 내음 서리서리 담겨 있었습니다.
가마솥 사흘 나무해 오시듯
아침 서리 맺힌 털 고무신을 신고 공양하러 가십니다.
길다란 생각의 그림자를 태우시며
오랫동안 불을 활활 지피시고
슬픔을 굽고 아픔을 깨트리며
부엌으로 새어 들어온 별빛마저
활활 태우고 계십니다.
마디마디 흰 가루 묻은 竹幹사이 상처
끊임없이 툭툭 분질러 넣으면서
모질게 태워 검은 재가 청동처럼 차갑습니다.
산다는
것은 소망의 그림자를 불에 넣어
가마솥에 활활 태우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바람은 저녁을 다듬어
첫 별 뜨는 곳으로 기울고
아직도 다 타지 못한 연한 육체의 공양이
시작됩니다.
천수천안관자재보살광대원만무애대비심대다라니
뚜벅뚜벅 흔들리는 할머니의 웅크린 몸 너머로
향·등·꽃·과일·차·쌀
풍경 소리 은은하게 별 그림자 긋습니다.
맛있고
달콤하게 할머니를 씹습니다.
수도작: 논농사
천수천안관자재보살광대원만무애대비심대다라니: 천수경의
본래
명칭
향·등·꽃·과일·차·쌀: 불교에서 대표적인 공양물 여섯 가지, 육법 공양의 상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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