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걷는 길 위에서 열정을 완성하다
함께 걷는 길 위에서 열정을 완성하다
  • 김명지 기자
  • 승인 2010.08.30
  • 호수 13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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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대장정을 통한 땀과 눈물 그리고 성숙

최근 한 방송사에서 대학생 국토대장정에 대한 다큐멘터리가 방영됐다. 국토대장정에 참여한 이들은 폭염과 질병에 맞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들은 무수한 어려움 속에서도 완주 의지를 잃지 않고 일행과 끝까지 함께하기를 원했다. 최근 국토대장정은 초ㆍ중ㆍ고생에서부터 직장인들까지 다양한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그 중에서도 대학생 국토대장정은 여러 기업들의 주최와 후원은 물론 자체 커뮤니티 운영을 통해 매우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다큐멘터리의 제목처럼 이들은 내일을 만나기 위해 길을 걷고 있었다.

국토대장정의 과거와 현재
1989년 경향신문에는 우리나라의 산과 강을 돌며 민족애와 협력심을 키우는 국토순례에 대한 기사가 실렸다. ‘한국유네스코학생협회’와 ‘대학생연합회’가 힘을 모아 마련한 이 행사는 그 때 당시 이미 16회를 맞았을 정도로 짧지 않은 역사를 가지고 있었다. 이들은 올바른 자아를 탐색하고 세계를 향해 마음을 열자는 실천 강령을 표방했다.

오늘날 대학생 국토대장정은 다양한 기업으로부터 후원을 받고 있다. 특히 ‘동아제약’이 주최하는 ‘박카스 국토대장정’은 매년 100 대 1이 넘는 경쟁률을 보이며 대학생들에게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 1998년부터 시작된 ‘박카스 국토대장정’은 대학생들이 난관을 헤쳐 나가면서 의지력을 강화하고, 동료들과의 협력을 강화한다는 행사 취지를 밝히고 있다.

최근에는 ‘국토지기’, ‘땅 끝에서 땅 끝까지’(이하 땅 끝) 등 대학생들이 직접 기획하는 국토대장정도 활성화되고 있다. 인터넷 커뮤니티의 발달로 인해 이러한 단체들이 국토대장정의 참가자들과 소통하고 행사를 진행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이들은 운영, 기획부터 진행에 이르기까지 행사의 모든 부분을 스스로 해나간다. 운영의 중심이 되는 인물들이 계속해서 바뀌는 것도 이들 단체의 특징이다. 임광수<땅 끝>대장은 “선배 기수들이 120여명의 대학생을 선출하면 각 기수는 스스로 약 800km의 국토대장정을 준비한다”고 말했다.

길을 걸어가는 그들의 이야기
국토대장정이라는 큰 틀 아래 이들 단체는 활동상의 연관성을 갖고 있으나 운영상의 형태는 각기 다르다. 낯선 이들이 함께 모여 동고동락하다보니 이 과정에서 생기는 어려움도 적지 않다. 국토대장정 참여자 카이스트 대학원 이주완<전기및전자공학과 석사과정 1기> 씨는 국토대장정 당시의 상황에 대해 “하루 평균 30km의 행군으로 인한 상처와 통증은 물론 장맛비와 숙박의 문제까지 겹쳐 상당한 어려움이 있었다”며 “하루 종일 텐트를 매고 다녀야 했고 탈진한 조원들의 짐까지 들어야 했던 때가 있었다”고 말했다. 같은 해 참여자인 신상우<코치스대ㆍ경영학과 09> 씨도 “물집과 허리 통증 등 몸의 아픔과 같은 조 내에서의 마찰이 견디기 어려운 점 중 하나였다”며 이와 비슷한 어려움을 호소했다.

그러나 이들의 걸음이 힘들고 지친 것만은 아니었다. 신 씨는 “그 과정 속에서 나 자신의 젊은 패기는 물론 ‘우리’의 의미에 대해서 다시 한 번 깨닫게 됐다”며 “그런 인내 속에 전체 144명 중 141명이 완주했다”고 덧붙였다. 이 씨 역시 “만남 속에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고 소중한 인연 또한 얻었다”고 말했다.

참여자들뿐만 아니라 주최 측도 여러 어려움을 이겨내야 한다. 김호섭<국토지기> 6대 단장은 “휴식지나 숙영지 등의 섭외에 문제가 생길 때가 있는데, 이 때는 답사팀이 다시 섭외를 하거나 행진 방향을 변경한다”고 전했다. 이어 “매번 생기는 응급 환자에게는 응급 교육을 받은 의료팀의 응급처치를 한다”고 말했다. 임광수<땅 끝> 11기 대장도 “지원서를 내놓고 참여하지 않은 사람들로 인한 추가모집과 팀원들간의 갈등 해결의 어려움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서 임 대장은 “팀원들의 불만을 해소하기 위해 5일에 한 번씩 전체회의를 했고 모든 이들과 최대한 많은 소통을 하려 노력하였다”고 전했다.

특별한 취지의 국토대장정
다른 사람들과 어려움을 함께하며 전국 방방곡곡을 순례하는 국토대장정이지만 각각의 단체들은 저마다의 개성을 가지고 있다. ‘한국 농아인 대학생 연합회’(이하 농대연)가 대표적인 사례다. 농아인 대학생들의 여러 교육적 여건들을 신장시키기 위해 출범한 이 단체는 그들의 학습권과 취업권을 보장받고자 노력하고 있다. 농아인 대학생 국토대장정 또한 이 활동의 일환으로서, 이들의 권리에 대한 정부의 정책 혹은 문제점의 대안을 요구하는 것이다.

국토대장정하면 두 발로 걷는 사람들의 모습을 상상하기 쉽지만 그와 다른 모습을 하고 있는 단체의 국토대장정도 있다. ‘기마 국토 대장정대’는 승마를 하며 국토를 누빈다는 점에서 많은 대학생들의 각광을 받고 있다. 대학생들을 지도하여 서울에서 제주까지 대장정을 한지 올해로 벌써 10년째다. 김명기<기마 국토대장정대> 대장은 승마의 대중화, 말의 수호신에게 제사를 지내는 마조제 등을 통해 기마 역사의 맥을 잇고 싶다고 말했다. 물론 어려운 점도 적지 않았다. 김 대장은 “안전이 최우선이기에 1초단위로 약속시간을 지키도록 해 이를 지키지 못하는 단원은 제명되도록 했다”며 “이로 인해 단원 수가 줄어들면서 회계에 문제가 생기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김 대장은 “식비를 줄이는 등의 노력과 기마 관련 여러 단체들의 후원에 힘입어 이를 극복해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학교 내와 학교 사이의 국토대장정
대학생의 국토대장정 활성화의 분위기는 학내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경희대학교 지리학과 학생들은 조상들이 다닌 옛 길을 다니는 ‘옛 길 보도 답사’를 하고 있다. 옛 길에 대해 연구하고 복원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고취시키는 것이 행사의 취지다. 또 동의대학교 학생회는 일본의 독도 관련 망언에 반해 독도 사랑을 실천하겠다는 취지로 독도 탐방 국토대장정에 나서기도 했다. 동의대 총 학생회장은 언론을 통해 “독도의 영토 분쟁 문제와 관련해 우리나라의 영토임을 분명히 하고 싶었다”고 밝힌 바 있다.

대학생들의 학내 국토대장정 활동이 이렇게 진행되는 가운데 대학 간의 연합 국토대장정도 눈에 띈다. ‘알면 알 수록 필요한 통일’(이하 알통)은 부산지역을 중심으로 한 남북 대학생 교류 협력 단체로 분단선 주변을 걷는 국토대장정을 진행해왔다. 황성혁<알통> 기획주체는 “대학생들 사이에 통일에 대한 낮은 의식을 높이고자 한다”며 “분단선을 걸으며 통일에 대해 되새겨 봤으면 한다”고 말했다. ‘알통’은 대학생들의 국토대장정이 대학생 개인이나 한 대학 안에 갇히는 것이 아니라 일정한 지역을 토대로 여러 대학생들이 뭉쳤다는 것에 의의가 있다.

국토대장정에 대한 학생들의 수요가 꾸준한 가운데서도 이들의 지원동기 중에는 ‘입사 시 필요한 경력을 쌓기 위해서’라고 답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는 것이 여러 주최 측의 말이다. 그러나 아직도 많은 학생들이 젊음의 걸음에 대한 순수한 열망으로 국토대장정을 찾고 있다.         

 김명지 기자 divine15@hanyang.ac.kr
일러스트 주소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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