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자, 맛을 넘어 문화로 자리 잡다
피자, 맛을 넘어 문화로 자리 잡다
  • 김명지 수습기자
  • 승인 2010.07.25
  • 호수 13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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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 상을 받아 온 아이에게 엄마가 무엇을 먹고 싶냐고 묻는다. 기분 좋게 영화를 보고 난 후 함께 있는 친구에게 배고픈데 뭘 먹을까 묻는다. 이 상황을 본 많은 이들의 머릿속에 공통적으로 떠오를 몇 가지 음식들, 그 중 빠질 수 없는 것이 피자다. 피자는 1980년대 본격적으로 우리나라에 들어와 젊은층의 입맛을 사로잡았고 이에 따라 외식업계에서 상당한 부분을 차지하게 됐다. 토핑의 다양화 및 메뉴 확장 등의 노력을 통해 피자는 그 영향력을 점점 더 확대하고 있다.

기원이 정확히 알려지진 않았으나 피자는 그리스ㆍ로마 시대의 납작한 빵인 마레튬(Maretum)에서 시작해 이탈리아에서 구체적 형상이 자리 잡힌 것으로 추정된다. 이를 토대로 이탈리아는 피자 종주국으로서의 입지를 공고히 하고 있다. 특히 이탈리아 나폴리의 ‘나폴리피자’는 이탈리아 정부에서 지침을 만들어 보호할 만큼 문화적 전통과 자부심이 대단하다. 나폴리피자를 만들 때 다른 피자와 차별을 두기 위해 요리 방법과 도구, 재료에 대한 제한이 있을 정도다. 나폴리피자 제작에 관한 이러한 지침들은 거대한 자본을 바탕으로 패스트푸드화 되어가는 피자의 이미지를 지키기 위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피자는 1980년대 해외 유명 외식브랜드의 진출과 함께 대중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1985년 ‘피자헛’ 1호점이 이태원에서 오픈한 때부터 여러 지점이 생겨나기 시작했고 여기에 다른 피자업체들이 가세하면서 피자 시장의 프랜차이즈화가 가속화됐다. 이에 따라 여러 가지 애피타이저나 사이드 요리가 신설되는 등 새로운 음식 문화가 창출됐다. 더불어 국내 피자시장은 배달업과 맞물려 더 큰 발전을 이뤄냈다. 몇몇 업체에서는 일정한 배달시간을 초과하면 가격을 보상해주는 제도까지 시행하고 있는데 이는 국내에서 큰 호응을 얻었다.

프랜차이즈 지점의 확대로 피자 시장이 커짐에 따라 해외 혹은 유명 브랜드에 맞선 토종 개인 브랜드 사업 또한 다양한 방법을 통해 입지를 넓히고 있다. 일명 ‘피자 브랜드 빅3’라 불리는 유명 브랜드에 의해 수도권 피자전문점의 수가 포화상태에 이르자 개인이 운영하는 중저가 브랜드가 틈새시장 공략에 나섰다. 최초로 국산 치즈를 사용하여 인기를 얻은 ‘임실치즈피자’와 고구마피자를 처음 개발한 ‘빨간 모자’ 등의 중저가 토종브랜드가 대표적인 사례다.

2000년대 들어서 시작된 ‘웰빙’ 바람은 피자에도 예외가 아니었다. 채식주의자들을 위해 육류가 첨가되지 않는 메뉴의 개발에서부터 이젠 피자를 만드는 방법 자체에도 변화가 생겼다. 앞서 언급한 이탈리아의 나폴리피자는 피자 도우를 얇게 만들어 화덕에 굽기 때문에 미국식 피자에 비해 훨씬 기름기가 적다. 미국식 피자 제조 방법이 주를 이루던 과거의 방식에서 이와 같이 변한 것은 피자 업체들이 수요층에게 민감한 건강과 다이어트 등의 문제를 고려했기 때문이다. 또 이들은 칼로리 등의 영양 성분 표시를 더욱 엄격히 하여 신뢰도를 높이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피자는 다양한 시도와 그에 따른 끊임없는 변화를 통해 단순한 음식으로서의 의미를 벗어나 하나의 문화로서 자리 잡고 있다. 이는 늘어가는 소비자들의 요구와 사회적 변화를 민감하게 받아들였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김명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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