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단독 중계, 왜 이슈화 되는가
월드컵 단독 중계, 왜 이슈화 되는가
  • 한양대학보
  • 승인 2010.06.06
  • 호수 13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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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재정권 시절, 우리는 눈을 멀쩡하게 뜨고도 장님이 되어야 했다. 그 시절 국민의 눈을 가린 것은 권력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권력 아닌 돈이 눈을 가리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2010 남아공 월드컵 축구대회 얘기다. 

2010 남아공 월드컵을 보려면 SBS에 시선을 고정하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방송통신위원회가 협상 마감 시한으로 제시한 4월 30일까지도 지상파 3사 사이에 협상은 타결되지 못했다. SBS는 2006년 8월 국제축구연맹(FIFA)으로부터 1억 4천만 달러를 들여 2010년과 2014년 월드컵 경기의 한반도 중계권을 얻은 바 있다.
양측은 협상을 하면서 대외적으로 외국 사례를 인용했는데, KBS와 MBC 쪽에서는 일본의 재팬 컨소시엄과 유럽의 EBU같은 경우를 예로 든다. 이에 대해 SBS 측은 “재팬 컨소시엄은 NHK가 협상을 주도하는 것으로 한국의 ‘코리아풀’처럼 모든 방송사가 공동 권리를 갖는 것이 아니다”라고 맞선다.

FIFA의 통계를 인용해보자. 월드컵을 중계하는 세계 170여개의 국가 가운데 두 곳 이상 방송사가 월드컵 중계를 하는 나라는 25개국이었다. 15%에 해당되는데 참고로 공중파 세 곳 이상에서 중계를 하는 나라는 독일과 일본뿐이었다. 물론 나라마다 방송 환경이 다르고 월드컵에 대한 국민적 열기가 다르기 때문에 함부로 비교할 수는 없다.

그러나 월드컵 단독 중계권을 확보한 나라는 우리나라 S사를 포함 총 58개국에 이른다. 결코 적지 않은 수치다.

외국 언론에서 보면 별로 기사거리 조차 나오지 않는 문제일 수도 있다.
 
그러나 문제점은 독점의 폐해가 분명히 발생한다는 점이다. 보도에 따르면, 월드컵 축구 독점 중계권을 가진 SBS의 자회사가 호텔과 대형 음식점 등에 공문을 보내 중계권을 돈 내고 사라고 요구했다는 것이다. 중계권을 사지 않을 경우 경기를 보여줄 수 없다고 했다는 보도다. 전시권이라는 것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소규모 음식점이나 주점 등에서 중계영상을 비상업적으로 이용할 경우에는 무상으로 제공하겠다고 밝혀, 시청자들은 하마터면 점심 먹으면서 축구중계를 볼 수 없을 뻔했다. 그렇지 않아도 시청자들은 걱정스러운 게 있다. 방송 3사가 월드컵 축구를 공동 중계할 경우에는 한 방송에서 광고를 내보낼 때 채널을 돌릴 수 있지만, SBS가 단독 중계하면 그럴 수도 없다는 점이다. 지겨운 광고를 쳐다보며 왕짜증을 느껴야 할 것이다.
SBS가 비싼 돈 들여서 독점 중계권을 따냈기 때문에 광고를 늘려서 한몫 잡으려고 할 가능성은 충분히 있기도 하다.  이런 시기에 '전시권'을 운운하고 있다. 채널 선택권이 없는 시청자들은 눈뿐 아니라 귀까지 막힐 수 있다. 동계 올림픽 때처럼, 희한한 해설이 나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김용표 <언정대·신문방송학과 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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