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페이스
포커페이스
  • 한양대학보
  • 승인 2010.05.02
  • 호수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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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페이스란 말이 있습니다. 사전적으로는 포커 카드 게임에서 K,Q,J 에 그려진 왕과 여왕의 얼굴을 말하지만, 흔히 시종일관 ‘무표정’을 유지하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이기도 하죠. 요즘 포커페이스가 대세입니다. 지하철을 타도, 상점을 들어가도, 식당에서 주문할 때 종업원들까지 다들 약속이라도 한 듯 포커페이스를 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포커페이스가 만연하게 된 이유는 TV 드라마나 영화를 통해 ‘시크한 도시남 이미지’ 혹은 ‘냉철하고 카리스마 있는 이미지’의 캐릭터들이 인기를 끌면서 이성적으로 침착한 사람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졌기 때문일 것입니다.

인간의 ‘이성’에 대한 고찰은 고대 그리스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소크라테스는 앎에 대한 끝없는 이성적 사유를 요구했고, 그의 제자 플라톤도 나라는 이성적으로 지혜로운 철인이 다스려야 한다고 했습니다. 데카르트에 와서는 ‘이성’은 거의 신적인 대우를 받습니다. 근대 들어 ‘이성’은 과학을 뒷받침해주고 자본주의 사회에서 합리적이고 경제적인 인간을 만드는 마법의 약이었습니다. 이러한 상황의 연장선상에서 2010년 지금도 인간의 이성과 합리성은 ‘잘 살기 위한’ 필수요소입니다. 이성친구와의 이별에 슬픈 것도 억누르고, 봄 햇살에 나가 놀고 싶은 것도 참고 책상 앞에 앉는 사람만이 좋은 대학에 진학할 수 있고, 연봉 높은 회사에 취직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이성을 강조하다 보니 감정에 휩쓸리지 않는 ‘시크남’과 ‘도도녀’의 출현은 당연하다고 할 수 있죠.

하지만 그들이 주장한 이성만능주의는 ‘이성과 감성이 분리된다’는 전제를 깔고 있어 큰 오류를 범하고 있습니다. 사실 이성과 감성은 순수하게 배타적인 것이 아닙니다. 좋은 감정을 갖고 있을 때 이성이 더 빛을 바라고, 반대로 건강한 이성을 가진 사람이 더욱더 풍부한 감수성을 가지게 됩니다. 기분이 좋을 때 더욱 더 일은 잘 되고, 공부도 잘됩니다. 이성과 감성을 철저히 분리하여 상하의 관계에 놓는다면 감정이 가지는 가치는 더더욱 평가절하 될 것입니다. 이렇게 감정이 메말라 가다보면 ‘우리’라는 말이 무색해질 정도로 사회는 극단적으로 이성적이고 합리적이게 될 것입니다. 남의 슬픔은 아랑곳하지 않고, 남의 행복은 나에게 질투할 대상으로 다가올 것입니다. 또한 나의 괴로움은 부끄러운 것이고, 나의 기쁨은 들키지 않으려고 할 것입니다. 아마 합리적인 인간이라면 감정을 억누르는 사람이 아닐 것입니다. 함께 더불어 사는 사람들의 기분을 좋게 하고, 덩달아 자신의 감정을 긍정적으로 바꾸어 놓는 사람이 합리적이고 이 사회가 원하는 인재상입니다.

웃음은 웃음을 낳고 이 웃음은 나중에 나 자신을 매우 크게 바꿀 것이라고 믿습니다. 이제 감정을 이성의 하인으로 둘 것이 아니라, 또 다른 주인으로 둬야 합니다. 한 번의 웃음, 미소 그리고 눈물이 이뤄낼 수 있는 일은 굉장히 많습니다. 오늘 학교 건물 복도를 지나면서 마주치는 사람에겐 미소를, 교내 청소부 아주머니를 뵐 때 ‘안녕하세요’ 말 한마디를 건네는 건 어떨까요. 이젠 포커페이스보다 하회탈 하세요. 제발 좀 웃고 삽시다. 
구민정<사회대ㆍ정치외교학과 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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