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마시는 된장남녀, 과거에도 있었다?
커피마시는 된장남녀, 과거에도 있었다?
  • 문종효 기자
  • 승인 2010.03.21
  • 호수 13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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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는 커피나무에서 생두를 수확해 가공과정을 거쳐 볶은 후 한 두가지 이상의 원두를 섞어 추출하는 음료로 원래 이슬람 문화권에서 약품 혹은 흥분제 용도로 사용돼왔다. 초기에 약재로 쓰여 온 커피는 17세기 유럽에 확산됐고 18세기에는 동양문화권으로 전파됐다.

우리나라에 커피가 도입된 시기는 1920년대 가량으로 일제강점기 우리나라 모던보이들을 중심으로 커피가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이를 못마땅해하는 기성세대들의 비판이 일부 기록으로 남아있긴 하지만 이런 비판이 퍼져가는 커피문화를 막을 수는 없었다.

일부 부유층들만의 향유물이었던 커피가 본격적으로 확산된 시기는 6ㆍ25전쟁기였다. 식량을 얻기 위해 미군 부대 앞에서 기다렸는데 햄이나 고기는 안주고 커피 가루를 줬다는 기록이 남아있을 정도로 커피는 당시 미군에 의해 점차 보급되기 시작됐다. 1960년대 건물 한 채가 지어지면 그 1층에는 다방이 생긴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로 커피전문점은 사회 저변으로 확대됐다.

당시 커피의 가격은 굉장히 비쌌다. 일제강점기 다방에서 파는 커피 한잔의 가격은 약 10~15전 가량이었다. 조선인 남자 평균 노동자의 하루 일당이 대개 60~80전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커피가 얼마나 값비싼 고급음료인지 짐작할 수 있다. 오히려 물가를 비교해보면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스타벅스 커피보다 비쌀 정도였으니 말이다. 특히 정부가 커피수급을 민간에 이양하고 가격을 자율화한 70년대 중반부터는 커피전문점의 커피가격이 더욱 가파르게 인상됐다.

커피는 맛이나 향기도 다른 어떤 음료보다 독특하지만 어느 문화권에 전파되더라도 독자적인 ‘커피문화’를 형성할 정도로 문화적인 요소가 강하다. 우리나라의 커피는 현대 한국이 서양문화에 덧붙인 이미지다. 유명 연예인이 커피향을 음미하며 한모금씩 커피를 마시는 장면은 우리의 뇌리속에 아주 익숙하다. 커피는 그 자체로 서양문화에 대한 동경의 표시였으며 상징이었던 것이다.

다방과 오늘날 스타벅스는 문화적 차이는 있을지 몰라도 한가지 공통적인 특성이 있다. 그것은 바로 커피 그 자체만이 아닌 커피로 생겨나는 ‘문화’를 함께 판다는 점이다. 일제강점기 모던보이들은 속칭 ‘끽다점’이라고 하는 다방에서 하루종일 지새웠다. 주 소비층이 남자라는 점만 다를 뿐 오늘날 스타벅스에 다니는 여성들의 모습과 다를 바 없었다.

이는 시애틀의 작은 커피점에서 시작한 스타벅스의 사례와 유사하다. 스타벅스는 우리나라에 들어온지 불과 몇년만에 여대생의 사치풍조를 비꼬는 단어인 ‘된장녀’를 만들어냈다. 스타벅스가 의도한 ‘문화를 파는 커피전문점’이 이런 방식이었는지 알 수는 없지만 이 역시 커피로 인해 만들어진 문화현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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