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아이덴티티, 브랜드 아이덴티티
기업의 아이덴티티, 브랜드 아이덴티티
  • 유현지 기자
  • 승인 2010.03.06
  • 호수 13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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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의 만족이 브랜드의 가치를 결정한다

생활 전반에 브랜드가 넘쳐난다. 거의 모든 상품에 상품명과 함께 브랜드가 박혀있다. 하지만 넘쳐나는 브랜드들 속에 세상사람 누구나 알고 있을 것 같은 브랜드가 있는가 하면, 인지도 지수가 소수점을 기록하는 브랜드도 있다. 브랜드와 기업, 소비자 세 주체 사이에는 어떤 상호작용이 오가고 있으며 소비자의 사랑을 받는 기업, 브랜드는 어떤 특징을 갖고 있을까.

20세기의 상표, 21세기의 브랜드
브랜드의 사전적 의미는 ‘제품 및 서비스를 식별하는 데 사용되는 명칭, 기호, 디자인 등의 총칭’이다. 하지만 20세기에 보편화된 브랜드의 개념은 21세기에 들어서면서 확장되고 변화됐다.

20세기 전문가들은 ‘브랜드’를 ‘상표’로 번역했다. 상표는 브랜드를 가진 기업이 도용을 방지하기 위해 특허청에 등록하던 형태다. 하지만 점차 상표를 가진 기업들이 많아지면서 기업들은 단순히 제품에 자사의 이름을 붙이던 추세에서 더 나아가 경쟁사와의 차별화를 찾았다. 상표명에 ‘이미지’를 불어넣기 시작한 것이다. 이것이 오늘날의 ‘브랜드’의 시작이다.

21세기에 확장된 브랜드의 개념은 굉장히 광범위하다. 기업과 고객의 관계까지 포함한다. 따라서 오늘날의 브랜드는 제품의 고유성을 나타내는 동시에 경쟁사와의 차별화를 통해 경쟁시장에서 우위를 획득할 수 있는 일종의 수단이다. 또 브랜드는 기업과 제품의 신뢰, 보증 기능을 하는 동시에 경제적 가치를 갖는다.

브랜드 아이덴티티와 기업 아이덴티티
기업이 제품을 출시하면 소비자들은 제품을 통해 기업에 대한 이미지를 형성한다. 21세기 이전에 기업은 소비자들이 인식하는 자사의 이미지를 관리할 수 없다고 생각했고, 소비자들이 갖는 기업에 대한 이미지는 기업의 관심 대상이 아니었다. 기업들은 단순히 인기 있는 제품을 만들고 유명인들을 광고에 출연시켜 제품을 홍보하는 일에만 충실했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서 더 이상 소비자들의 기업에 대한 이미지를 무시할 수 없게 됐다. 정보화 사회는 소비자에게 기업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제공했고, 소비자들은 제공된 정보를 통해 기업의 이미지를 형성하며 제품 구매 의사를 결정하기 시작했다.

이에 기업들은 ‘측정이 가능해야 관리가 가능하다’는 경영의 기본 법칙에 따라 소비자들이 갖는 이미지를 측정하고 관리하기 시작했다. 이 때 기업이 관리하는 기업의 이미지를 ‘브랜드 아이덴티티(BI)’라 한다. 즉 시장에서 형성하는 소비자들의 인식은 ‘이미지’이고, 기업들이 관리하는 소비자들의 이미지가 ‘브랜드 아이덴티티’다.

브랜드 부문의 최고 석학이라 손꼽히는 데이비드 아커는 ‘브랜드 아이덴티티가 효과를 거두려면 고객과 공감대를 형성하고 경쟁 업체의 브랜드들과 차별화하며 시간이 지남에 따라 기업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와 무엇을 하려고 하는지를 보여 줘야 한다’고 말했다. 기업은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통해 브랜드가 목표하는 기본 철학을 표현한다. 기업은 브랜드에 자사가 목표하는 바를 함축시킴으로써 소비자가 기업에 갖는 이미지를 변화시키고자 한다. 따라서 소비자와 기업은 상호작용하며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형성한다.

「브랜드 아이덴티티」의 저자 손일권<한양여대ㆍ경영과> 교수는 올바른 브랜드 아이덴티티의 가장 좋은 사례로 '더 바디 샵(The Body Shop)'을 꼽았다. 더 바디 샵의 창시자 아니타 로딕은 집시생활을 하며 얻은 노하우를 발전시켜 천연 재료로 피부에 좋은 화장품을 만들었다.  또 식물을 주재료로 하는 더 바디 샵은 자연보호에 앞장서 아니타 로딕이 직접 아마존에 가서 시위를 했고 거액의 기부금을 냈다. 더 바디 샵은 초기의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유지하며 고객들의 높은 충성도로 무너지지 않는 고객층을 확보하고 있다.

이와 대조되는 사례가 커피숍 ‘스타벅스’다. 스타벅스의 창시자 하워드 슐츠는 ‘사람들이 직접 만나, 여유를 즐길 수 있는 문화 공간 창조’를 브랜드 아이덴티티로 사업을 시작했다. 당시에는 길거리에 여유를 즐길만한 장소가 충분하지 않았고 이를 공략한 스타벅스는 세계적으로 뻗어나갔다. 하지만 스타벅스는 점포가 늘어날수록 본래 취지를 점차 잃어갔다. 결국 최근에는 스타벅스 불매운동이 일어나는 등 본래의 주 고객층을 잃어가고 있다. 기업 아이덴티티가 퇴색된 대표적인 사례다.

앞서 확인한 두 기업의 사례로 최근 기업들의 ‘선한 이미지 전략’을 볼 수 있다. 경영학에서는 이를 기업의 사회적 책임(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이하 CSR)활동이라 정의한다. 최근 기업들이 열을 올리는 CSR활동은 살아남기 위해 선택해야만 하는 일종의 활동임을 알 수 있다. 사회에 환원하는 ‘착한’기업을 브랜드 아이덴티티로 선정함으로써 소비자들에게 긍정적 이미지를 획득하기 위함이다.

브랜드 아이덴티티와 마케팅의 변화
브랜드 아이덴티티의 개념은 마케팅의 방법도 바꿨다. 제품에는 수명 주기가 있으며 시장에 출시된 후 일정기간이 지나면 시장에서 퇴출된다. 일반적으로 제품의 수명 그래프는 뒤집어진 U자 형태로 그려진다. 기존의 제품수명주기를 기반으로 한 기업은 신상품을 홍보하기 위해 톱스타를 광고에 이용하는 등 눈길을 끄는 데에만 집중했다. 제품이 수명을 다하기 전까지 단기간동안 소비자들의 이목을 끌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브랜드 아이덴티티의 중요성은 관리대상을 바꿨다. 기업은 제품 자체가 아닌 브랜드를 관리하기 시작했다. 이는 엄청난 파급력을 지니는데, 기업은 브랜드를 관리함으로써 잃지 않는 가치를 얻었다. 새로운 기술이 나오면 도태되는 일시적인 제품들에 비해 브랜드의 가치는 영원히 지속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애플사는 아이팟 MP3를 '아이팟'이라는 브랜드 하에 1세대, 2세대, 3세대를 거듭하며 브랜드 가치를 유지하고 있다. 아이팟 1세대는 아이팟 2세대가 나오면 시장에서 도태됐다. 하지만 '아이팟'이라는 브랜드 가치는 1세대에서 2세대로 전이되어 여전히 높은 가치를 유지하고 있다. 일정기간의 수명을 갖는 제품의 수명곡선이 깨진 것이다.

이렇듯 오늘날 브랜드 가치의 변화는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이끌어 냈고 기업 경영 전반의 패러다임을 바꿨다. 손 교수는 “과거의 ‘좋은’기업은 유명하고 잘 팔리는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이었지만, 오늘날의 ‘좋은’기업은 소비자들을 만족시킬만한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지닌 기업”이라며 “이는 기업과 제품에 대한 안목이 생긴 소비자들이 만들어 낸 사회적으로 긍정적인 시류다”라고 말했다. 

일러스트 주소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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