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걸리, 그리고 막걸리 소믈리에
막걸리, 그리고 막걸리 소믈리에
  • 문종효 기자
  • 승인 2010.02.26
  • 호수 131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막걸리! 찹쌀, 멥쌀, 보리, 밀가루 등을 찐 다음 누룩과 물을 섞어 발효시킨 우리 고유의 술이다. 발효 후 증류 등의 다른 공정을 거치지 않고 막 걸러서 마신다고 ‘막걸리’를 이름으로 갖게 됐다. 술이 맑지 않고 탁해서 탁주라 하기도 하고 농사지을 때 주로 담갔다고 농주라고도 하고 맑은 청주를 떠내지 않아 밥알이 동동 떠있다고 동동주라 부르기도 한다.  

최근 불고 있는 막걸리에 대한 관심은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의 소비자들로 하여금 막걸리를 구매하게 만들고 있다. 일본 관광객들이 다이어트에 좋다며 마트나 백화점 등에서 막걸리를 몽땅 카트에 담아간다는 이른바 ‘싹쓸이’ 쇼핑이 매스컴을 타기도 하고 국가적으로 막걸리를 브랜드화시켜 세계시장에 수출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이렇듯 막걸리에 대한 국내외적 관심은 쉽게 식지 않을 듯 하다.

이런 흐름에 따라 막걸리도 와인의 소믈리에(Sommelier)처럼 술의 특징과 맛에 대해 소개하고 분위기와 맞는 종류를 추천하는 전문가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세계음식문화연구원에서 ‘막걸리 소믈리에’ 과정을 진행하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막걸리 소믈리에는 와인 소믈리에와 마찬가지로 손님들에게 막걸리의 특징과 맛을 소개하고 분위기에 맞는 술을 추천한다. 이를 위해서는 전통 막걸리들의 이름과 유래, 생산지와 주재료, 각각의 맛을 구별하는 방법을 알아야 한다. 이에 더해 와인의 ‘마리아주’같이 음식 궁합까지 맞출 줄 알면 금상첨화다.

이렇게 양성된 막걸리 소믈리에는 현재 국내 최고급 호텔 및 레스토랑에서 경쟁적으로 스카웃되고 있다. 막걸리에 대한 세계인의 관심은 높아졌는데 이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인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막걸리에 대한 세계적인 관심이 높아진 데 반해 우리나라는 막걸리 그 자체의 세계화만 추구할 뿐 이로 인해 확장될 산업분야는 고려하지 않은 탓이다.

일본의 전통주 사케의 성공사례를 보면 막걸리의 상황은 더욱 초라해진다. 일본은 국가적으로 사케 소믈리에(기키사케시)를 체계적으로 육성해 사케에 대한 지식을 정리하고 관리를 엄격히 하고 있다. 또 술에 쓰는 물까지 관리하고 누룩도 1호부터 등급을 정했다.

와인 소믈리에, 기키사케시 등과 같이 우리나라도 막걸리를 전문적으로 연구하고 다루는 소믈리에의 역할이 필요하다. 막걸리의 맛과 향을 체계적으로 연구할 인력이 없으면 맥주나 와인, 사케 등에 선점당한 주류 시장 주도권을 회복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는 아직 공인된 ‘전통주 소믈리에’ 자격증이 없다. 세계음식문화연구원에서 신설한 강의 역시 비공인 자격증이다. 

양향자<세계음식문화연구원> 소장은 “식문화를 제대로 즐기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이 분야에서도 자격증과 전문지식이 존중받고 있다”며 “우리 전통주도 이런 경향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