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스타’의 디자인에는 이유가 있다
‘파스타’의 디자인에는 이유가 있다
  • 문종효 기자
  • 승인 2010.02.19
  • 호수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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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드라마 「파스타」로 관심을 받고 있는 이탈리아의 국수요리 파스타는 이탈리아인들이 가장 즐겨먹는 대중음식 중 하나다. 물과 밀가루로 반죽한 음식들을 총칭하는 ‘인파스타래리’에서 어원을 따온 이 요리가 이탈리아에서 시작된 요리인지는 확실치 않다. 기원전 500여년부터 중국에서 파스타를 즐겨 먹었다는 기록이 있기 때문이다. 마르코폴로의 「동방견문록」에서 원의 황제 쿠빌라이가 파스타를 대접했다는 기록이 있는 걸 보면 마르코 폴로가 모국인 이탈리아로 파스타를 가지고 갔다는 주장이 좀 더 짜임새가 있어 보인다.

이탈리아의 국수인 파스타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점은 바로 면의 형태다. 파스타는 면의 형태에 따라 롱 파스타와 쇼트 파스타로 나눠진다. 국내에서 유명한 스파게티와 굵은 면발인 페투치니가 대표적인 롱 파스타다. 펜네, 마카로니 등은 쇼트 파스타에 속한다.

스파게티가 익숙한 우리와는 달리 외국에서는 쇼트 파스타의 인기가 월등히 높으며 형태도 더욱 다양하다. 전세계인의 사랑을 받고 있는 마카로니의 경우 관 모양의 파스타 전체를 총칭하는 단어로 의미가 바뀌기까지 했다. 

본고장 이탈리아에는 파스타 디자인을 직업으로 하는 전문 디자이너가 있을 정도로 파스타 연구가 활발하다. 이들에 의해 매년 수많은 파스타가 생겨난다. 파스타 면의 모양에는 이탈리아인의 기발한 상상력과 유머감각이 고스란히 베어있다. 이탈리아 사람들은 나사를 보면서, 나비를 보면서, 바퀴를 보면서, 신체를 보면서(귀나 손을 본뜬 것에서부터 남성의 성기모양을 본뜬 파스타까지 있다!) 파스타를 개발하고 재미난 이름을 붙였다.

그런데 파스타는 단순히 보기 좋게 만드는 것만은 아니다. 모양은 물론이고 가늘게 파인 홈 하나하나에도 나름의 이유가 있다. 파스타 면은 생김새에 따라 소스와 결합하는 정도의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파스타 요리는 파스타 면에 사용되는 밀가루의 특성상 면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파스타 면과 소스가 완벽히 버무려졌을 때 진정한 파스타가 완성되는 것이다. 이 때문에 파스타는 ‘최후의 형태가 혀에 어떻게 기억되느냐’가 가장 중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새로운 모양의 파스타를 만들 때에는 삶은 후 씹는 촉감이 어떤지, 소스와는 잘 어울리는지가 최우선의 조건이 된다. 아무리 센세이션을 일으킬 만한 멋진 디자인이라 할지라도 기본요소를 만족 시키지 못하면 불합격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파스타 디자인을 ‘혀를 위한 건축학’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반윤지<세계음식문화연구소ㆍ푸드biz팀> 대리는 “이탈리아에 유학할 당시 파스타 요리사들을 구경할 기회가 있었는데 그들의 파스타에 대한 디자인 열정은 대단했다”며 “이미 만들어진 형태에 집착하지 않고 끊임없이 무언가를 창조하는 점은 본받을만 하다”고 말했다. 

전세계적으로 파스타만큼의 인기를 얻고 있는 요리는 많지 않다. 이미 충분히 유명하기 때문에 특별히 연구가 없이도 꾸준한 인기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이탈리아의 요리사들은 매년 창의적인 디자인을 연구하고 또 연구한다. 자국의 요리가 끊임없이 진화하고 발전해나갈 것을 믿어 의심치 않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파스타의 디자인에는 이유가 있다.         

도움 : <(사)세계음식문화연구소> 양향자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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