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 비상 속 2D의 미래를 논하다
3D 비상 속 2D의 미래를 논하다
  • 문종효 기자
  • 승인 2010.02.19
  • 호수 13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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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바타」 성공으로 들여다보는 영상매체의 앞날

최근 제작기법과 상영기법에 모두 3D 방식이 활용된 영화 「아바타」가 세계 영화시장을 휩쓸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영상매체의 혁명’이라고까지 평가되는 「아바타」의 성공 이후 「슈렉4」, 「드래곤 길들이기」, 「트와일라잇-이클립스」 등 수십편에 달하는 3D 영화가 올해 개봉을 앞두고 있다. 
이에 따라 기존의 2D 영상의 앞날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일부는 3D 영상매체의 성공으로 2D는 점차 설자리를 잃어갈 것이라고 전망한다. 다른 한쪽에서는 2D와 3D가 각자 독자적인 장르로서 존재할 것이라고 예측하기도 한다.
      

관점에 따라 달라지는 3D의 기준

2D와 3D는 제작기법과 상영기법을 통해 구분된다. 3D는 양쪽 눈의 망막에 맺히는 위상이 차이가 있다는 점에서 착안됐다. 왼쪽 눈을 통해 보는 화면과 오른쪽 눈을 통해 보는 화면을 병치시켜 실제로 보는 듯한 입체감을 높여 손에 잡힐듯한 영상을 구현하는게 3D 영상의 제작기법이다. 3D 영상은 촬영을 할 때 양 눈으로 보이는 위상차를 표현하기 위해 두 대의 카메라로 촬영한다. 반면 2D 영상 촬영은 한 대의 카메라로 진행한다.

또 3D 영화관에서 상영되는 영상을 3D 영상으로 분류하기도 한다. 애니메이션 「스파이더맨」, 「라따뚜이」, 「쿵푸팬더」 등 CG를 통한 3D 제작방식을 이용하고 이를 2D 스크린으로 상영하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는데 이는 완전한 3D 영상매체라고 보기 어렵다. 오히려 양쪽 눈의 위상차가 전혀 없는 2D 스크린을 통해 상영되므로 2D 영상매체에 가깝다. 제작기법과 상영기법 상의 3D 기준을 모두 충족시킨 사례로는 영화 「아바타」가 대표적이다.

2D에 3D의 입체감을 주도록 개발된 것이 IMAX 상영관이다. IMAX 상영관은 2D 영상매체의 일종으로 스크린을 시야를 꽉 채울 정도로 크게 만든 것이 특징이다. 관객의 시야가 스크린으로 가득 차기 때문에 입체감이 드는 듯한 착각을 주는 것이 IMAX 영상이다. 비록 대중의 호응을 얻는데는 실패했지만 IMAX 영화는 2D와 3D의 특징을 모두 가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최근에는 이를 더 발전시켜 IMAX 스크린과 3D 영상매체를 결합한 상영관이 선보여지기도 했다. 3D IMAX 상영관은 시각을 통해 인지할 수 있는 입체감과 실제감을 가장 극대화시킬 수 있는 상영형태다.

수익성ㆍ상품성 높은 쪽은 3D

올해 개봉 예정인 3D 영화만 수십편에 이를 정도로 3D 영상매체는 일회성 요소가 아닌 하나의 흐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지난 2004년, 세계 최대 콘텐츠 제작회사인 ‘디즈니’가 “앞으로 새로 제작되는 모든 애니메이션을 3D 영상으로 제작하겠다”며 2D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를 폐쇄한 게 대표적인 사례다. 2D 영상으로 제작된 애니메이션이 3D 애니메이션보다 흥행이나 수익성이 떨어지는 세태에 발맞춘 것이다.

전통적 2D 애니메이션 제작 강국인 일본을 제외하면 전세계적으로 2D 애니메이션의 제작은 점차 줄어드는 추세다. 노승관<디자인대ㆍ영상디자인전공> 교수는 “제작기법 상에서 2D, 즉 드로잉 애니메이션은 서서히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며 “지난 몇 년 간 개봉된 애니메이션을 분석해보면 2D 애니메이션은 3D 애니메이션에 비해 확연히 수익성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역대 애니메이션의 흥행 순위(수익 기준) 상위 10 작품 중 2D 작품은 「라이온킹」과 「심슨-더 무비」, 「알라딘」 세 작품뿐이다. 「라이온킹」과 「알라딘」이 3D가 활성화되지 않았던 90년대 애니메이션이라는 사실을 감안하면 최근 애니메이션 시장에서 두 영상매체의 수익성 차이는 더욱 커진다.

그러나 상영기법까지 3D가 대세를 이룰 것이라는 예측에 대해서는 논의가 분분하다. 3D 영상매체에 대한 회의론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3D 영상매체는 입체감의 극대화를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그만큼 눈에 피로감이 많이 쌓인다. 3D의 지나치게 현란한 영상기술이 오히려 관객들의 몰입을 방해할 수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지금까지 상영기법까지 3D로 이뤄진 영상은 주로 단편 영화나 놀이공원 등에서 사용돼왔다.

하지만 산업계는 3D 영상매체에 맞춘 제품들을 속속 출시하며 3D 대세론에 불을 지피고 있다. 지난 1월 7일 개막해 3일간 진행됐던 라스베가스 전자전(CES)에서 유수의 전자업체들이 3D TV를 선보인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3D TV가 대중화에 성공할 경우 일상생활에까지 3D 영상매체가 도입돼 3D 영화의 성공보다 더욱 큰 문화 파급력을 지니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TV가 영화보다 대중적 접근성이 높기 때문이다.

박기수<국문대ㆍ문화콘텐츠학과> 교수는 “3D 상영 영화는 2D 영화에 비해 관람가가 두 배 가량 비싸고 3D TV 같은 경우는 판매 시장 자체를 새로 창출할 수 있기 때문에 2D 영상보다 수익성이 월등히 높다”며 “3D 영상매체는 그 자체보다 이를 수익창출의 도구로 삼으려는 산업계의 적극적인 홍보에 의해 대중들에게 장려되고 있다”고 전했다.

주류 영상매체를 논하기엔 아직 일러

이와 같이 엇갈리는 예측에도 불구하고 2D 매체는 계속 존속할 것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박 교수는 “2D나 3D로 제작됐기 때문에 영화를 보는 것은 아니다”라며 “어릴 적 동심을 자극하는 감성적인 부분은 2D 매체가 보다 효과적으로 표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만 2D 매체만 존재했을 당시 관객들이 못 느꼈던 것들을 3D를 통해 충족시킬 수는 있는데 이는 선택의 다양성과 관련된 문제지, 두 매체 중 하나만이 살아남는다는 의미는 아니다”고 전했다.

노 교수 역시 “3D 매체가 대중화될지는 올해가 지나야 알 수 있을 것 같다”며 지나친 3D 대세론을 경계했다. 「아바타」는 배급사의 대대적인 홍보와 ‘손에 잡힐듯한 3D 입체영상’이라는 입소문이 흥행에 크게 작용했지만 이후 출시될 3D 영화들이 이를 이어갈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아바타」의 대중적 성공으로 인해 대중의 뇌리속에 3D가 이미 각인돼있기 때문이다.

그는 이어 “관객들이 어떻게 반응하느냐에 따라 소수 매니아층에 의해 전용되는 IMAX 영화의 전철을 밟을 수도, 기존의 2D 시장을 잠식해 대중의 품에 파고들 수도 있다”고 전했다.

수적으로 다소 줄어들긴 했지만 2D 영상도 꾸준히 출시되고 있다. 드로잉 애니메이션을 사장시키고 3D 영상의 시대를 천명했던 ‘디즈니’조차 지난 2004년의 ‘2D 시장 철수’ 선언을 깨고 지난해 2D 애니메이션 「공주와 개구리」를 발표했다.

‘디즈니’ 드로잉 애니메이션의 전통을 이어 개봉한 이 작품은 어릴 적 ‘디즈니’ 영상을 보고 자란 관객들의 향수를 자극시키며 전미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이밖에 「페르세폴리스」, 「바시르와 왈츠를」 등 적지 않은 2D 영상들이 중ㆍ소규모 스튜디오를 통해 제작ㆍ배급되고 있다.

한국과 일본 등 아시아 주요 국가들이 아직 3D 콘텐츠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는 점도 2D의 존속여부를 높이는 요인이다.                         

일러스트 주소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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